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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2월10일 열린 2014년 쌀 생산관련 회의 모습.
 지난 2013년 12월10일 열린 2014년 쌀 생산관련 회의 모습.
ⓒ 한살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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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시중의 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쌀가격은 떨어지지만 쌀 소비량은 결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 쌀 소비량은 지난해 1인당 연간 67.4㎏에서 올해는 64㎏내외로 또다시 감소할 전망이라고 한다.

때문에 벼 수매 가격 협상은 매년 줄다리기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올해 가을걷이가 끝난 후 각 지역농협에선 수확벼 수매 가격을 결정했는데, 3~4천 원씩 하락한 지역도 있고 전년과 같은 수준에서 동결된 지역도 있다. 농민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이다. 고성이 오가고 한 겨울 천막농성도 불사한다.

농민들은 매년 '일방적인 가격 결정'이라며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대책마련을 정부에 요구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지역마다 농민단체가 벼 수매 가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되풀이되고 있다.

벼농사만 해선 생활이 유지되지 않으니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속출한다. 실제 벼 재배면적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3년 벼재배 면적은 83만 2625ha로, 2004년 100만1159ha에서 10년간 약 17만ha가 줄어들었다. 벼를 심던 논에다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채소, 과일 재배로 돌아선 것이다.

농림업 생산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2011년 기준이 18.5%다. 그동안 쌀을 자급해 가까스로 식량자급률 25% 내외를 지켜왔지만, 2012년 쌀 자급률 83%, 식량자급률 22.6%이다. 쌀을 빼면 식량자급율은 고작 3.7%가 된다. 쌀 시장 개방을 두고 식량주권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농민생상자들이 벼농사 포기하지 않게 하는 방법

2013년 12월 열린 쌀 생산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고 최재명 한살림생산자
 2013년 12월 열린 쌀 생산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고 최재명 한살림생산자
ⓒ 한살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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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생산자들이 벼농사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생산단가를 충분히 감안해서 수매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판매가격이 형성돼야 한다. 소비자가 이 가격을 인정하고 소비를 보장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면, 농민은 관행농이 아닌 유기농을 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다. 유기농사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비해주는 소비자들이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이야기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생산자와 소비자가 쌀 가격을 결정하고 벼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곳이 실제로 있다.
그것도 25년째다. 1989년도 이후 이 협동조합은 해마다 연말에 농민생산자대표들과 소비자대표들이 함께 모여 다음 해 쌀값과 생산량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회의를 열어왔다.

"처음 쌀 생산 관련 회의에 참석했을 때, 이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싶었어요. 소비자들은 농민 생산자들이 어려우니 쌀값을 올리자고 하고 있고, 생산자들은 시중 쌀값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니 쌀값을 동결하자고 하고 있는 거예요. 믿을 수 있었겠어요?"

청주에서 한살림생산자로 토종종자농사를 짓고 있는 홍진희 생산자의 말이다. 한살림은 오는 12월 8일 농민생산자대표와 소비자대표가 모여 2015년도 쌀 생산량과 수매가격을 정하는 회의를 앞두고 있다.

농약과 비료 전혀 쓰지 않은 쌀

2013년 12월 열린 회의 당시 소비자대표로 발언하고 있는 우미숙 한살림 성남용인 이사장
 2013년 12월 열린 회의 당시 소비자대표로 발언하고 있는 우미숙 한살림 성남용인 이사장
ⓒ 한살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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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연말 회의에서 결정한 2013년 수매가격은 유기재배 메벼 한가마에 8만6000원, 무농약 재배 메벼 7만600원이었다. 2013년 12월 회의에서는 2014년 수확벼 가격을 전년도와 같은 수준에서 동결했다. 차이라면 2014년도 수확 벼에 대해서는 약속한 소비량을 오히려 약 14% 늘려 6만7000가마를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금년 가을걷이 후 결정된 시중의 수매 가격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의 가격이다.

한살림생협의 쌀은 전국 20여 지역, 약 825만여㎡(2백 50여만 평)에서 9백여 명의 생산자가 재배하고 있다. 제초제와 살충·살균제 등 농약과 비료는 전혀 쓰지 않고 손으로 김을 매거나 오리, 우렁이, 쌀겨 농법으로 재배한다.

쌀시장 개방과 한·중FTA 체결이 발표되면서, 올해 쌀 생산관련 회의에서는 생산자 대표와 소비자 대표들이 우리 쌀을 지키자는 결의를 다질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벼를 형상화한 걸개그림에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손도장을 찍어 완성할 예정이다. 전국 각지의 조합원들이 쌀 소비를 응원하기 위해 보내온 영상도 공개된다. 또한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진행해 온 활동상을 담은 사진전도 열린다.

2013년 연말 쌀 생산관련 회의에서 생산자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준비하 소비자대표들의 공연.
 2013년 연말 쌀 생산관련 회의에서 생산자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준비하 소비자대표들의 공연.
ⓒ 한살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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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은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사는 생명세상을 지향하는 생활협동조합으로 유기농산물 직거래를 비롯 도농교류사업과 생태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21개의 회원조직이 생활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2014년 11월 현재 48만 여 세대의 소비자 조합원들과 약 2100세대 생산자 농민들이 2013년말 기준 연간 약 3100억 원에 달하는 친환경먹을거리 직거래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한살림은 2014년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AOM)으로부터 One World Award(국제유기농업상) 1등상(금상) 수상했다.

'쌀은 생명, 아이들의 미래'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한살림의 포스터
 '쌀은 생명, 아이들의 미래'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한살림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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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살림, #쌀 시장 개방, #식량주권, #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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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는 서울처녀,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http://blog.naver.com/hit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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