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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가 아니다'라던 남자의 죽음, 그의 마지막 거처에 가보니...
ⓒ 송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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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47살 최아무개씨가 서울 마포구의 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28일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노조분회장이 고시원을 찾았을 때 최씨는 홀로 숨져 있었다.

1.5평 고시원 방은 최씨가 남긴 옷가지와 이불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찌개 냄비와 소주 몇병이 남아 있었다.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창문은 쓰레기 봉투 비닐로 막혀 있었다. 한쪽 벽엔 고인이 즐겨 치던 기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타다 남은 연탄이 놓여 있었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씨는 낮에는 가구 나르는 일을, 밤에는 버스중앙차로 승강장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등 과로에 시달렸다.

3일 밤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고인의 빈소를 찾은 서울일반노조 서울시중앙버스차로분회 동료들은 과중한 업무와 고용불안 스트레스가 자살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김웅겸/ 동료] "(중앙버스차로 승강장) 수량이 15개, 과중하게 (청소를) 했어요. 그때부터 몸이 안 좋아지셨어요... 8월 그때쯤 이 형님이 허리가 안 좋으셔서 그때부터 좀 갑자기 쉬시고 못 나오시는 게 잦았거든요. 그때 하면서 10월 달에 해고통지 받고, (10월 말에) 복귀하면서 그게 점점 쌓인 거죠."

유족들은 최근 최씨가 경제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최모씨의 작은 아버지] "최근에 한 두 달 전에, 인제 (최모씨) 어머니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아들이) 굉장히 힘들어하더라'."

심야에 승강장을 청소하는 일은 힘들고 위험했다. 최씨와 동료들은 '불법파견 시정'과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다 지난 10월 초 해고됐다. '안전'을 요구하다 '해고'된 것이다. 최씨는 서울시청 앞에서 자신이 "최악의 불법 파견 피해자"라며 "서울시 하청에 재하청, 우리는 서울시 노예가 아니다"라며 1인 시위를 했다.

서울시의회의 중재로 10월 말 복직이 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최씨의 동료들은 전했다.

서울시 원청에 승강장 관리 1차 하청, 지붕과 외벽 등을 청소하는 2차 하청. 최씨는 2차 하청업체 소속이라 서울시의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서도 제외됐다. 서울시는 승강장 운영관리 주체가 JC데코라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서울시 일자리정책과 관계자] "(중앙버스차로에 있는) 승차대 자체가 지금 현재... 광고하는 (JC데코) 분들이 (승차대에) 광고하는 대신에 시설물을 만들어서 시에다가 주는 형태로... 이런 형태의 시설물에 대해서 이게 과연 준영구적인 시설물이냐, 그 관리에 있어서 (청소노동자인) 이분들을 직접 고용해서 이분들한테 계속 그런 일거리를 줄 수 있는 부분이냐, 고민해야 합니다."

한편, 서울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불법파견 여부를 노동부가 조사 중이며, JC데코와 관련된 위법사항은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최씨의 동료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과와 서울시의 중앙차로승강장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을 요구할 계획이다.


태그:#서울시 버스중앙차로, #버스 중앙차로 승강장 관리, #박원순 비정규직, #JC데코,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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