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킹제이로 선택된 캣니스가 혁명군 복장을 하고 있다.

모킹제이로 선택된 캣니스가 혁명군 복장을 하고 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헝거게임: 모킹제이>(아래 <헝거게임3>)가 <인터스텔라>와 <퓨리>에 밀려 부진한 국내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다. <헝거게임3>의 국내 개봉일은 11월 20일, <인터스텔라>의 국내 개봉일은 11월 6일로 <헝거게임3>가 더 최근에 개봉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터스텔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의 상황은 정반대다. 북미에서는 <헝거게임3>가 <인터스텔라>를 제치고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헝거게임3>의 전편 역시 비슷한 흥행 결과를 보였다. 2012년 개봉한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아래 <헝거게임1>)과 이듬해 개봉한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아래 <헝거게임2>) 모두 4억 불이 넘는 수익을 내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헝거게임1>은 50만 명, <헝거게임2>은 113만 명 관객을 동원한 데 그쳤다. <헝거게임> 시리즈가 유독 한국에서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헝거게임> 시리즈, 유독 한국에서 외면 받는 이유

<헝거게임> 시리즈는 '영화'라는 말보다 '연간 드라마'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세 편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헝거게임> 1, 2편과 <헝거게임3>의 관계는 더욱 긴밀하다. <헝거게임1>을 보지 않아도 <헝거게임2>를 보는 데는 무리가 없는 반면, <헝거게임> 1, 2편 중 어느 한 편이라도 보지 않으면 <헝거게임3>는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이는 <헝거게임1>과 <헝거게임2>에서는 제목 그대로 '게임'을 보여준 데 반해 <헝거게임3>에서는 전편의 '게임'을 중단 시키기 위한 '전쟁'의 과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헝거게임3>에는 게임이 없고 전쟁만 있다. 때문에 전쟁의 이유가 되는 게임의 룰, 게임의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알지 못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헝거게임3>에는 '기승'만 있고 '전결'이 없다.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그랬듯, <헝거게임>도 종장을 두 편에 걸쳐 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금 개봉한 <헝거게임3>는 '헝거게임 3-1'인 셈이다. <헝거게임1>과 <헝거게임2>에서 각각 74회, 75회 '게임'의 기승전결을 모두 보여준 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또한 '헝거게임' 자체가 남을 죽여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규칙을 가지고 있는 만큼 <헝거게임> 1, 2편에서는 화려한 액션신을 만날 수 있었다. 더불어 게일과 피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캣니스의 마음, 오묘한 셋의 삼각관계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나 <헝거게임3>는 캣니스를 '모킹제이'로 만들어 반란을 준비하는 내용에 중점을 맞추기 위해 화려한 액션 신도, 로맨스도 포기했다. 행복하든, 슬프든, 반전이 있든, 열려 있든 어떠한 결말을 원하는 한국 관객의 성향상 <헝거게임3>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결국 전편과의 지나치게 긴밀한 연관성, 결말 없이 과정만 다룬 스토리 라인, 액션도 사랑도 없는 어두운 분위기 탓에 <헝거게임3>는 <인터스텔라>의 1/10 수준에 불과한 80만 명 관객 동원에 그치고 만 것이다.

<헝거게임>이 보여준 '도전 정신'

대통령 코인의 연설을 듣고 있는 13구역 시민들 반란군은 똑같은 노동자 작업복을 입고 선동 구호를 외치는 등 공산주의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 대통령 코인의 연설을 듣고 있는 13구역 시민들 반란군은 똑같은 노동자 작업복을 입고 선동 구호를 외치는 등 공산주의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 <헝거게임: 모킹제이> 메인 예고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거게임3>는 챙겨볼 가치가 있는 '연간 드라마'임에 분명하다. <헝거게임3>에 결말은 없지만, 내년 개봉 예정인 '헝거게임 3-2'의 더욱 탄탄한 결말을 위해 훌륭한 프리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한 액션도 진한 사랑 이야기도 없는 <헝거게임3>지만, 캣니스의 고뇌와 세세한 감정선만큼은 단연 돋보인다. 제니퍼 로렌스의 훌륭한 연기력 덕분에 고뇌, 절망, 분노, 슬픔, 희망, 간절함 등 순간순간 변하는 캣니스의 세밀한 감정을 영화를 보는 내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헝거게임3>의 가치를 높이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도전 정신'이다. <헝거게임3>에서 지배층인 캐피톨은 극단적인 자본주의의 형태를, 캣니스가 소속된 13구역은 전형적인 공산주의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영화에서 캐피톨은 혁명을 통해 뒤바꿔 놓아야 할 대상으로, 반란을 계획하고 있는 13구역은 작업복, 선전과 선동, 개성 없는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헝거게임3>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두 체제를 동시에 비판하려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헝거게임3>에는 유독 여성 지도자가 많이 등장한다. 모킹제이로 선택된 캣니스도, 13구역의 대통령 코인도, 8구역의 사령관도 모두 여자다. 때문에 기존의 남성 영웅이 보여주었던 진부한 모습과는 다른,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된 여자 영웅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듯 <헝거게임3>는 기존의 영웅을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와 다르게 여러 도전정신을 보인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이제 우주 이야기 말고 모킹제이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영국드라마 <셜록>을 정주행하는 심정으로 <헝거게임> 시리즈도 서둘러서 챙겨보자. 여기서 더 외면했다가는 <인터스텔라>나 새로운 다음 개봉작들에 밀려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상영관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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