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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책표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책표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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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당신의 걱정거리는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에서 길 가던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이다.

당장 나만 해도 전세금 걱정, 육아로 인한 아내의 복직 걱정, 다니는 직장에 대한 걱정 등 줄줄이 나온다. 그런데 걱정거리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며 답변 못 하는 국민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만난 덴마크 사람들이 그렇다.

오연호 대표는 세 차례에 걸친 덴마크 취재에서 택시기사, 식당 종업원, 주부, 고등학생, 대학생, 교사, 교수, 공무원, 언론인, 목사, 의사, 변호사, 국회의원, 기업인 등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났다. 그들의 행복한 이유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걱정거리'와 '당신은 행복한지'를 물으며 다녔다. 놀랍게도 각계각층의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랜 망설임 끝에 답한 걱정거리는 나쁜 날씨 정도이다. 그렇다면 오연호 대표가 덴마크에서 발견한 행복의 비밀은 무엇일까?

실패해도 좋아, 사회가 날 지켜주니까 : 자유와 실패를 지켜주는 안정된 사회

덴마크 국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일정한 기본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밥벌이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다. 실직해도 2년 동안 기존 급여의 90% 실업 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해고를 당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으며 정부에서 제공하는 체계적인 재취업교육을 통해 다음 진로를 여유있게 생각할 수 있다. 해고를 당하면 미래가 막막한 한국과는 다른 점이다.

덴마크도 기업에서 해고할 수 있다.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튼튼한 사회 안전망이 있어 긍정적 의미로써 유연화된 노동시장이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창의적인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 사장부터 식당종업원까지 평등한 사회

청바지 차림의 국회의원, 열쇠수리공인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식당종업원 아버지, 쓰레기 줍는 교장, 사장과 직원의 평등한 관계 등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덴마크인들의 직업관에 녹아있는 평등한 사회 관념을 이야기해준다.

이런 사회가 가능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즐거운 일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성적과 등수로 비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도록 건강한 자아상을 길러내는 학교가 있고, 그 배움이 동일하게 통하는 사회가 바로 덴마크다.

변호사나 의사가 아니더라도 그것을 부러워하지 않고 내가 가진 직업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는 얼마나 될까? 얼마 전 끝난 수능시험 결과에 수많은 고3 학생들이 가슴을 졸이는 것도 '행복이 성적순'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 누구보다도 학생들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경쟁을 배우는 우리나라와 협동과 연대를 배우는 덴마크의 교육은 결국 사회에까지 이어져 이처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니 씁쓸할 뿐이다.

내 월급 반을 세금으로 낼 수 있는 사회 :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

50% 이상의 세금을 내고도 아까워하지 않는 이상한 국민들이 사는 나라, 그곳이 덴마크이다. 의료비가 평생 무료이고,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무료와 우리나라 돈 120만 원 정도의 생활비까지 지급하며 실업하면 실업보조금을 받는다.

본인들이 이 혜택을 누린 당사자들이고 내가 낸 세금이 사회를 위해 제대로 쓰인다는 믿음 때문에 덴마크인들은 월급 절반의 세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국가와 정치에 대한 그들의 신뢰관계가 타국인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국가와 정부에게 배신과 상처를 받은 오랜 역사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지도층의 부패와 비리, 비상식적인 정국 운영 등으로 대부분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약하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덴마크를 통해 보게 된다.

부모 같은 선생님, 우리 집 같은 학교

덴마크의 학교는 독특한 전통이 있다. '9년 내내 같은 반과 같은 담임'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선생님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통해 강한 친밀감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가정을 별개로라도 학교라는 사회적 공간을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이 보호받고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사회라는 울타리가 국민을 보살펴 주는 시스템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덴마크도 인간이 만든 다양한 사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들만의 역사와 고유한 특성을 좋은 방향으로 이끈 지도자가 있었고 함께 따른 국민이 있었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우리만의 역사와 특성이 있고 에너지가 있다. 덴마크를 보며 기죽거나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이 가진 장점을 통해 비친 우리의 모습을 왜곡하지 말고 똑바로 보자는 뜻이다.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 덴마크를 통해 과연 행복한 사회가 무엇인지, 우리는 과연 행복한 지를 스스로 점검하고 돌아봤으면 한다. 이미 한국사회에서도 정부보다 앞서 이러한 행복사회의 방향을 말하고 이끄는 소수의 선각자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더 공감하고 작은 실천을 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도 우리만의 행복사회를 향한 이야기의 첫 시작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펴냄, 2014년 9월, 320쪽, 1만6000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4)


태그:#덴마크, #복지국가, #행복,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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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사회에 평범한 신입아빠, 직장인인 연응찬이라고 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바라보는 사회가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고 공감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평범한 눈과 자세로 세상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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