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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난(難)은 간략하게 그린 새인 추(?)가 있는 걸로 보아 새의 상형자였으나,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가차되어 ‘어렵다’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 難 어려울 난(難)은 간략하게 그린 새인 추(?)가 있는 걸로 보아 새의 상형자였으나,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가차되어 ‘어렵다’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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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려운 일이 없고, 다만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뿐이라(世上無難事,只怕有心人)고 한다. 또 청나라 팽단숙(彭端淑)은 <위학(爲學)>에서 세상에 어렵고 쉬운 일이 어디 있느냐며, 계속 해서 노력하면 어려운 것도 쉬워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쉬운 것도 어려워진다(爲之, 則難者亦易矣; 不爲, 則易者亦難矣)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참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다. 오죽했으면 "집집마다 저마다 읽기 어려운 경전이 한 권씩은 있다(家家有本難念的經)"는 속담이 생겨났겠는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인터넷에도 떠도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두 가지'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넣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돈을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는 일이라고 한다.

첫 번째 일에 성공하면 선생님(老師)이라고 하고, 두 번째 일에 성공하면 사장님(老板)이라고 하며, 이 두 가지에 모두 성공한 사람은 마누라님(老婆)이라고 한다는 우스개 이야기다.

어려울 난(難, nán)은 간략하게 그린 새의 상형인 추(隹)가 있는 걸로 보아 원래 어미 새를 구하기 위해 먼 바다를 날아가는 '지시조(支翅鳥)'를 나타내는 상형자였으나,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가차되어 '어렵다'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양저우팔괴(楊州八怪)의 으뜸으로 불리는 청대 괴짜 문인화가 정판교(鄭板橋)는 서예작품 '난득호도(難得糊塗)'로 유명하다. 현령이던 장판교가 우연히 산중에 사는 어수룩한 노인(糊塗老人)의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큰 벼루 뒤에 글귀를 부탁하자 '어수룩한 노인과 어울리기 어렵다'는 의미로 '난득호도'라고 썼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노인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자였다. 정판교는 자신이 쓴 글씨 아래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수룩하기도 어렵지만, 총명한 사람이 어수룩하기는 더 어렵다(聰明難, 糊塗難, 由聰明轉入糊塗更難)"는 글귀를 더 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중국인들의 거실에 걸린 '난득호도'는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을 불러오는 문구로 유명하다. 린위탕(林語堂)은 너무도 총명한 중국인들이 스스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어수룩한 척하는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이 글귀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자신을 너무 드러내지 말고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남송의 유명한 시인 육유(陸游)와 그 부인 당완(唐琬)의 비극적 사랑이 담긴 사(詞)<차두봉(釵頭鳳)>에서 "내 마음 글로 쓰고 싶지만, 난간에 기대 혼잣말만 하게 되네. 어려워, 어려워, 너무 어려워(欲箋心事,獨語斜闌. 難!難!難!)"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겸손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일상을 덤덤하게 견뎌내는 것이, 자신을 지켜가고 꿈을 키우는 것이 모두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일이다.


태그:#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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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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