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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음성행정동우회 홍형기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입장을 밝히고 잇다.
 23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음성행정동우회 홍형기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입장을 밝히고 잇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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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충북에서는 처음으로 퇴직 공무원까지 공개 석상에 등장해 비판에 나섰다. 전직 공무원까지 공적연금 개정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태면서 정부와 여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그동안의 공직 경험을 살려 지역에서 사회단체나 봉사단체에서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를 비롯한 도내 공무원단체는 지난 23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직 공무원 "참담하고 비통하다"

1970년 공직에 입문해 2011년 삼성면을 끝으로 명예퇴직을 했다고 밝힌 홍형기(63) 음성군 행정동우회  부회장은 "참담하고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뗀 후 "첫 봉급이 1만 5000원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홍 부회장은 "당시 80kg 쌀 한 가마니에 5784원이었으니 봉급으로 쌀 세 가마니를 살 수가 없는 돈이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은 지출에도 벌벌 떨었고 먹고 살기 어려워서 아내는 공장일이며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박봉에도 오로지 연금 하나 바라보고 40년을 넘게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산불이 발생하면 휴일이고 뭐고 할 것 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산불 진화에 나섰고,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내 건강을 돌볼 겨를도 없이 가축 살처분에 매달렸습니다.

또한 민원인의 갖은 욕설을 들으면서도 공무원이란 이유로 가슴에서 삭히는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연금을 일방적으로 깎겠다고 하니 분통이 터지고 정부에 배신감마저 듭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부는 지난 17일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퇴직 공무원이 받는 연금 수령액의 최대 3%를 재정안정화 기여금 명목으로 떼겠다고 했다. 또 연금 수령액 연간 인상률을 자동으로 낮추는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해 연금 인상 폭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홍 부회장은 이에 대해 "국가 재정이 어려워서 재정 안정화를 시키려면 최소한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듣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며 "이런 절차 없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그동안 국가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퇴직 공무원에게 따르라고 하니 누가 국가를 신뢰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국가가 낮은 봉급을 연금으로 보상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겠다는 것이고, 결국 사냥이 끝났으니 잡아먹겠다고 하는 '토사구팽'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 부회장은 "안전행정부는 최근 마련한 '공무원연금제도 설명자료'에서 공무원연금 제도를 '장기간 성실 근무한 공무원 및 유족의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재직 중 직무 전념 여건 마련을 위한 인사정책적 요소가 가미된 제도'라고 소개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의 태도가 공무원연금의 이런 본질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 논의에 당사자인 공무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지 정작 공무원은 따돌리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우리 퇴직 공무원들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정안은 개악을 넘어 최악

23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노정섭 충북본부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인사를 하고 있다.
 23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노정섭 충북본부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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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를 비롯한 도내 공무원단체는 이날 정부의 공무원연금법 개정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당사자를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일체의 논의와 정부안을 절대 용납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고 전제하고 "정부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박근혜 정부가 공적연금을 사적연금 시장에 팔아먹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총 적립자산총액이 정부의 한해 예산과 맞먹는 384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체계가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지난 17일 안전행정부가 당정청 회의에 보고한 공무원연금 개혁 안은 한국연금학회 안이 포장만 바뀌어 정부안으로 돌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정부가 밀어붙이는 공무원연금 개혁 안은 개악 수준을 넘어서 최악"이라며 "하위직 공무원에게는 노후의 생존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와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공적연금을 허물어 재벌의 배를 불리는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라며 "아시아유럽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적연금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자본시장 확충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한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이미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적연금 개악을 저지하지 못하면 국민 모두에게 미래는 없다'는 기조로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충북 공무원 단체들은 오는 30일 오후 청주 상당공원에서 공적연금 지키기 충북결의대회를 열고 11월 1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되는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무원u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공무원연금,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홍형기, #노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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