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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강구(쇠구슬·베어링)를 생산하는 창원 KBR(케이비알)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노조가 지난 5월 7일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서고 있다. 벌써 6개월째다.

'기계반출' '외주화' 시도 계속 논란

창원공단 내 케이비알(KBR)은 쇠구슬(베어링)을 생산해 오고 있는데 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창원공단 내 케이비알(KBR)은 쇠구슬(베어링)을 생산해 오고 있는데 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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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구조물 생산업체를 운영하던 이종철 대표이사(75)가 KBR을 인수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이후 사측은 '기계반출'과 '외주도급화'를 시도했고, 금속노조 경남지부 KBR지회가 이를 막으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사측은 밀양에 있던 '삼경오토텍'으로 기계를 빼내 가려고 했다.

사측은 노조에 대해 '기계반출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패소했다. 조합원들이 기계반출을 막는 행위가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사측은 삼경오토텍이 다른 회사라고 했지만, 이 회사의 지분은 이종철 회장의 두 아들이 지분 49%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KBR 노사는 지난해 6월 "기계 이전·매각을 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사측이 다시 기계반출을 시도하자, 노조가 이를 막았다. 이에 사측은 법원에 또다시 '기계반출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현재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외주화 논란도 있다. 이종철 대표이사는 교섭자리에서 "KBR 소유 기계가 셰플러에서 '테이퍼롤러'를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자본인 셰플러는 창원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이 회장의 말에 따르면, KBR의 기계가 셰플러에 대여해 주었다는 말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셰플러 창원공장에 대해 '책임자 면담'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공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셰플러에 대해 "노동자들의 파업을 방해하기 위한 '파업파괴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측 가정통신문 "최악의 경우 회사 경영권 포기"

노조는 KBR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KBR지회는 그동안 이종철 대표이사가 '돈 없는 너네가 얼마나 버티겠느냐', '임금이 올라가면 노동자 버릇 나빠진다' 등의 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종철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사사건건 회사의 경영권을 간섭하는 노조 집행부가 있는 한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이사는 "2013년 매출액이 급격하게 감소해 2억3000만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보았다"며 "매출이 급감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회사에서는 비정규직 차별 방지법으로 인한 계약직 인원 감소로 생산이 줄어든 것이 제일 큰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연마공정에 모두 계약직만 고용하여 생산하겠다고 노조에 동의를 구했지만 조합의 반대로 실행되지 못했다"며 "노조 집행부가 회사를 망쳐가면서까지 경영권을 침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이사는 "6개월간 직장폐쇄 상태로 엄청난 경영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까지의 손해는 물론, 앞으로 어떠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노조가 회사의 경영권에 조금이라도 간섭을 계속한다면 1년이든 2년이든 지금처럼 계속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최악의 경우 회사경영을 포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사측은 2013년 6월 합의서 내용을 부정하는 행위를 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을 허용하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관련이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 조합원 부인, 목숨 끊어... 조합원들, 상복 입고 투쟁

창원공단 내 베어링 생산업체인 '케이비알(KBR)'이 직장폐쇄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생계 어려움에 시달리던 한 조합원의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조합원들이 상복을 입고 2일 창원고용노동지청을 찾아가 빠른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창원공단 내 베어링 생산업체인 '케이비알(KBR)'이 직장폐쇄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생계 어려움에 시달리던 한 조합원의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조합원들이 상복을 입고 2일 창원고용노동지청을 찾아가 빠른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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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R의 정규직 직원은 70여 명, 이 가운데 48명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있다. 이들은 6개월째 똘똘 뭉쳐 싸우고 있다. 이들은 조를 나눠 일부는 셰플러 공장 앞에서 투쟁하고, 일부는 이종철 대표이사의 집 앞에서 투쟁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한 조합원의 부인이 지난 1일 아침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부인은 남편에게 "아이들 잘 부탁하고, 아이들은 당신이 꼭 키워야 한다. 어머님 등 가족들 도움 받지 않도록... 꼭. 돈은 얼마 없다.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부인의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치러졌지만, 조합원들은 지금도 상복을 입고 투쟁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우리는 6개월째 돈 한 푼 못 받고 있지만,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의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음 날인 지난 2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의 주선으로 노사 협상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종철 대표이사와 신천섭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이 창원고용노동지청에서 만났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양측은 며칠 뒤 6일 다시 만나 협상하기로 했지만, 약속했던 곳에 이종철 대표이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종철 대표이사는 '신변 불안'과 '수치심'을 느껴 6일 협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직장폐쇄 사태가 계속되면서 조합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KBR지회와 합의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한 조합원은 "처음 직장폐쇄를 할 때는 길어야 2~3개월 되지 않겠느냐고 봤는데, 시간이 길어지면서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1인당 월 5천원 모금

이에 다른 노동자들이 나섰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합원 1만3000명이 1인당 월 5만 원씩 6개월(총 3만 원) 동안 KBR 조합원들을 위해 기금을 내기로 한 것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운영위가 이 같은 결의를 하고, 각 사업장별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미 결의를 하기도 했다.

신천섭 지부장은 "자본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지만 사회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자본의 초조함도 커져가고 있다"며 "현재 KBR 조합원들의 투쟁은 사측의 노조에 대한 혐오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지역 내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만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종철 대표이사는 '돈 없는 너네가 얼마나 버티겠느냐'고 했는데, 그런 자본의 오만함에 금속노조 경남지부 전체 조합원들이 '마창노련 연대정신'으로 함께 버텨낼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케이비알, #KBR, #금속노조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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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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