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3점슛 6개에 무려 38득점을 터트린 문태종과 고비처에서 터진 양희종의 결정적인 득점으로 97-95의 신승을 거두었다.

한국이 어렵게 이기긴 했지만 시종일관 경기는 필리핀이 주도해 나갔다. 한국은 경기 내내 필리핀의 외곽슛을 제대로 막지 못하며 패배 일보 직전까지 갔다. 그 중심에는 유재학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3-2 지역 방어, 즉 드롭존이 있었다. 이는 앞선에 3명을 두는 수비로, 3명 중에 1명을 기동력이 좋은 장신 센터를 세우면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재학 감독의 '필승 카드', 실패로 돌아가

하지만 필리핀은 이를 역이용하면서 유재학 감독을 당황케 했다. 필리핀은 가운데 센터를 동료 스크리너를 이용해 돌파하거나 찬스가 나면 3점슛을 던졌는데 그 정확성이 너무나 뛰어났다. 무려 전반에만 11개의 3점슛을 허용한 한국은 문태종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7점 차로 뒤진 44-51로 2쿼터를 마쳤다.

유재학 감독은 3쿼터에도 지역 방어를 고집했다. 이번에는 3-2 지역 방어가 아닌 2-3 지역 방어로 바꿨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조금의 틈만 나도 주저없이 자신있게 던진 필리핀의 3점슛은 유재학 감독이 생각한 그 이상이었다.

결국 3쿼터 중반 14점 차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자, 유재학 감독은 더블포스트에서 싱글포스트로 가져가고 스몰라인업의 맨투맨으로 수비를 변화시켰다. 그러면서 경기는 오히려 풀리기 시작했다. 골밑에서는 오세근과 김종규가 돌아가면서 상대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냈고 외곽에서는 필리핀 선수의 외곽슛과 돌파를 저지했다.

그 와중에도 필리핀의 단신 선수들인 알라팍과 첸은 개인기를 이용해 득점을 이어나갔지만 전반의 폭발적인 득점과 비교해서는 저조했다. 결국 문태종이 4쿼터에 동점과 역전까지 만들어줬고 양희종의 결정적인 3점슛까지 터지면서 2점 차의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승리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오랜 시간 지역방어를 고집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필리핀의 외곽슛 능력을 유재학 감독이 1년 전 패배에도 조금은 과소평가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년 아시아선수권 4강에서도 한국은 필리핀의 폭발적인 3점슛에 결국 패배했다. 사실 1년전 보다 필리핀의 전력은 약화되어 있었다. 지난 아시아선수권과 농구월드컵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제이슨 카스트로 윌리엄스라는 특급 가드가 빠진 것은 필리핀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그럼에도 필리핀은 한국과 대등하게 아니 오히려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1년 전의 패배 때와 경기 내용에서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1년 전 필리핀과의 경기에서는 김민구의 폭발적인 활약이 있었음에도 결국 패배했는데, 여기에는 필리핀의 외곽을 전혀 제어하지 못한 수비 문제가 컸다.

물론 아무리 수비를 잘하더라도 3점슛이 이토록 잘 들어간다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년 전과 똑같은 패턴으로 당한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 특히 1년 전 패배했던 필리핀을 대비해 전술적으로 히든 카드라고 내세웠던 3-2 지역 방어가 허술하게 무너진 것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대한민국 대표팀이 지난 1년 전과 달라진 것은 한국 나이 40세의 문태종 선수 존재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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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종 대한민국 농구대표팀 필리핀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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