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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3일은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된 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이에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 단체들의 연대체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성매매정책과 운동 10년을 다각도로 정리하고 평가해 5~6편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사례①] A는 ○○시 티켓다방에서 선불금(일명 마이킹) 800만 원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 2개월 후 몸이 아파 그만두려 했지만, 선불금은 1400만 원으로 늘어나 있었다. 소개업자는 A의 빚(선불금)을 들먹이며 다른 티켓다방을 소개해주는 등 계속해서 성매매를 강요했다. 티켓다방에서 일을 계속해서는 빚을 갚고 나갈 수 없겠다는 생각에 A는 상담소를 찾았다.

상담 후 A는 티켓다방 업주와 소개업자를 B경찰서에 고소하였으나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위계, 위력에 의한 강요'로 인한 성매매가 없었기 때문에 A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상담소에서는 곧바로 제출한 고소장을 회수하고 C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 D경찰서에서 다시 조사를 받았다. D경찰서의 경찰관은 A의 상황과 빚이 늘어난 경위, 성매매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A는 피해자로 인정받아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성매매방지법은 2000년(5명 사망)과 2002년(14명 사망), 군산 성매매 집결지에서 잇달아 발생한 화재로 성매매 여성 19명이 사망하면서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은 '성매매, 성매매 알선 등 행위 및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제1조 목적)' 제정되어 지난 2004년 시행되었다.

'성매매=범죄'라는 인식을 확실히 하고,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명목으로 법안을 시행한 지 올해로 10년. 그러나 애초 이러한 취지는 사라지고 단순히 '강제냐? 자발이냐'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폭력과 감금이 있는 '강요된' 성매매였는지 여부만 따지는 법 적용으로 인해 피해자가 범죄자가 되는 위태로운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와 범죄자와의 경계, 위태로운 줄타기

성매매여성들의 불처벌을 주장하는 여성단체 회원들.
 성매매여성들의 불처벌을 주장하는 여성단체 회원들.
ⓒ 언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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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담소를 찾고 있다. 선불금 등의 빚 문제와 폭행, 위협 등의 물리적인 이유와 질병, 진로, 주거 등 생존·생활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이들의 탈(脫) 성매매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성매매 현장에서 발생하는 빚 문제와 폭행,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매매방지법에 근거한 법률적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매매 알선 및 매수를 한 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성매매방지법 집행자들이 오히려 성매매를 신고·고소하는 여성들을 '성매매의 행위자'로 인지하고 처벌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여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선불금 사기, 공갈, 협박 등으로 고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례①은 그 단적인 예다. 집행자들(혹은 법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성매매 산업적 구조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한 불안과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들이 져야 함은 물론이다. 여성 스스로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임을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본인의 처벌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사례②] E는 선불금 2400만 원을 받고 F업소에서 약 1년 동안 일했으며 2억 원 정도의 매상을 올렸다. 처음 업주와 5:5로 수입을 나누기로 했기 때문에 충분히 빚을 갚고 업소를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숙소비, 결근비 등으로 인해 빚은 그대로였고 고향 집에도 가지 못하게 하여 그 길로 도망나와 상담소를 찾았다.

이후 E가 고소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업주는 '선불금을 갚지 않아도 되니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지 말라'고 회유했고 본인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선불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업주의 각서를 받고 상담을 중단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업주는 E를 '공갈'로 역고소했다. 상담원이 이 사건을 지원하기 위해 경찰서에 동행했으나 '성매매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석을 거부당했다. 현재 E는 '공갈'과 '성매매 행위'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여성들의 탈 업소와 탈 성매매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의 취지가 무색하게, 현재 법의 집행은 오히려 여성들의 탈 업소, 탈 성매매를 방해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알선자에 대한 신고, 고소를 주저하는 동안 알선자들의 알선 행위는 더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또 상담 사례를 보면, 성매매 여성들을 선불금 사기, 공갈, 협박 등으로 고소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소위 신·변종이라 불리는 오피스텔, 대딸방 등 마사지 성매매가 성행한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경찰 단속에 걸리면 대부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곳에서 일하는 대다수 여성들이 여러 유형의 성매매업소를 경험했고 감당할 수 없는 빚을 포함해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많은 여성들이 청소년기에 성매매에 유입되어 청소년 시기의 정서적 문제, 빈곤, (성)폭력 등 다양한 문제를 겪으며 고통받았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묘해진 성매매 강요 고리 끊기, 여성 불처벌에서 시작해야

[사례③] G는 업소에서 소개한 사채업자를 통해 선불금을 받았고, 이를 갚기위해 사채와 일수를 반복해 사용했다. 높은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돌려막기를 반복, 빚은 계속 늘어만 갔다. 당뇨가 있어 몸이 자주 아팠지만 빚이 있다는 이유로 제때 쉬지 못 한 채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링거를 맞으며 성매매를 했음에도 빚은 5000만 원이 되었다. 이 빚을 갚을 길이 없자 업주는 일본에 있는 업소로 건너가 일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일본까지 건너가 일을 했음에도 빚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사채업자들은 이 돈을 변제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 중이다.

업주, 소개업자, 사채업자는 공고한 공모를 통해 기존의 알선 형태를 유지하고 이득을 서로 나눠가진다. 최근 눈에 띄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알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인데, 소개업자의 역할을 알선 사이트에서 하고 있다. 키스방, 마사지, 룸살롱, 노래홀까지 업종과 유형도 다양하다. 또 유흥업소 밀집 지역의 유흥협회와 보도협회가 조직적으로 결합해 성매매 알선에 나서고 있다.

여성들도 성매매 행위자로 이해하고 처벌하는 분위기가 더 팽배해지는 상황 속에서 성매매 알선자들의 알선 행위는 더 교묘하고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알선자들은 이제 더 이상 폭력과 감금, 협박을 직접적으로 휘두르지 않는다. 여성들이 스스로 처벌받을 것을 감수하면서 알선자를 고소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강요'의 개념이 더욱 엄격해지고 '자발'의 개념이 난무하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도덕적·사회적 비난이 여전히 강함을 알기에, 이 점을 충분히 이용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면서 "일 하면서 돈을 변제하기로 하고 빌려주었는데 돈을 갚지 않고 도망갔다. 그래도 딱한 사정이 많이 참고 기다려 주었는데 전화도 받지 않았다"는 식으로 매우 인내심 있는 사장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알선의 형태는 다 다르지만 성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 제공을 한다는 것, 이 선불금에는 자발성으로 포장한 강제와 강요가 뒤따른다는 것, 여성들이 이를 성매매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으로 느낀다는 점 말이다.

그러므로 성매매방지법 제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처벌을 멈추어야 한다. 여성에 대한 불처벌 없이는, 더욱 교묘해지는 성매매 알선자들의 알선 고리와 '여성' 개인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들의 성매매 인식 또한 달라지기 어렵다. 이미 거대해진 성 산업의 공고함 앞에 여성들은 그저 무력함만 느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광주성매매피해상담소 언니네 소장입니다.



태그:#성매매방지법, #성매매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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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여성과 약자에 대한 착취에 반대하고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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