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데빌 에서 존 파우스트를 연기하는 김재범

▲ 더 데빌 에서 존 파우스트를 연기하는 김재범 ⓒ 설앤컴퍼니


단비 같은 창작 초연 뮤지컬이 말복을 지나서 등장할 예정이다. 8월 하순에 포문을 열 <더 데빌>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그레첸이라는 세 인물을 뉴욕 증권가로 옮긴 설정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극의 주인공인 존 파우스트는 증권가에서 근무하지만 자신의 금전적인 탐욕을 위해 일하는 탐욕주의자가 아니다. 고객의 돈을 증권을 통해 어떡하면 한아름 불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타주의자', 착한 남자다.

이랬던 착한 남자가 블랙먼데이(미국 뉴욕에서 주가의 대폭락이 있었던 지난 1987년 10월 19일을 가리키는 말)를 맞이하여 가치관을 시험받는다. 선한 사람이 일을 하면 당연히 선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존의 가치관이 블랙먼데이를 통해서 뿌리 채 흔들린다. 이 때 X를 만나면서 존 파우스트는 선과 악을 오가는 인물로 변하고, 사랑하는 애인인 그레첼은 서서히 망가져버린다.

존 파우스트 역의 김재범은 함께 나아가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배우였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역을 맡은 윤형렬과 송용진과 함께 세 사람이 힘을 합쳐서 보다 나은 존 파우스트를 공통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더불어 연기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인터뷰에서 강조하고 있었다.

"X는 신인지 악마인지 헷갈리는 초자연적인 존재"

'더 데빌' 김재범 "힘든 시기에 X가 나타나서 '너를 배우로 성공하게 만들어 줄게' 하고 X의 회사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고 가정하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 같다."

▲ '더 데빌' 김재범 "힘든 시기에 X가 나타나서 '너를 배우로 성공하게 만들어 줄게' 하고 X의 회사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고 가정하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 같다." ⓒ 로브라더스


- 존 파우스트는 <파우스트> 원작과는 달리 증권맨이다.
"다른 사람이 맡겨놓은 돈을 주식 메커니즘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분석해서 불려주는 역할이다.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지만, 존 파우스트는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성실하게 근무하는 증권맨이다. 증권을 거래한다는 건 탐욕을 먹고 자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존 파우스트는 그런 탐욕과는 거리가 먼,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다."

- 하지만 존 파우스트는 X와 '피의 계약'을 맺는다.
"1987년에 블랙먼데이라는, 주식이 대폭락하는 큰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존 파우스트는 큰 나락으로 떨어진다. 존 파우스트를 믿었던 많은 고객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었고, 심지어는 고객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존 파우스트는 이제껏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도리어 고객의 돈을 불려주기 위해 착하게 살아왔는데, 블랙먼데이가 터지자 운명을 원망하게 된다. 반면에 존 파우스트의 연인인 그레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열심히 신에게 나아가면 다른 탈출구가 있을 거야' 하고 존 파우스트를 위로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레첸의 조언은 존 파우스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때 X가 나타나서 환상과 실제의 경계 안에서 존 파우스트와 계약을 맺는다. X는 신인지 악마인지 헷갈리는 초자연적인 존재다. 존 파우스트가 블랙먼데이로 나락에 떨어졌을 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기업의 대표다. X의 기업은 겉으로는 자선 사업을 펼치는 등 착한 이미지를 갖는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음지의 산업에도 손을 대는 두 얼굴을 가졌다.

X가 손을 내밀 때 존 파우스트에게서 두 개의 해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착하게 살아보았자 소용없구나, 이제부터 나쁜 남자가 될 거야' 라는 해석과 다른 하나는 '나를 믿고 따른 고객을 위해서라도 회장의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고객을 위해 뛰어보자'는 해석이다."

- 김재범씨에게 X가 다가왔을 때 제안을 뿌리치기 어려웠던 때가 있다면.
"공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기까지 자리 잡는 기간이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당시 여러 군데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돌렸다. 그 힘든 시기에 X가 나타나서 '너를 배우로 성공하게 만들어 줄게' 하고 X의 회사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고 가정하자. 조직폭력배 같이 어두운 아우라를 가지면서도 유명한 배우들이 꽤 있는 회사라고 한다면, 20대에는 X의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더 데빌' 김재범 "<더 데빌>은 록 콘서트가 아니다. 더군다나 존 파우스트는 노래만 해서는 안 된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보니 연기에도 중점을 두어야 하고, 또렷한 가사 전달이 굉장히 중요하다."

▲ '더 데빌' 김재범 "<더 데빌>은 록 콘서트가 아니다. 더군다나 존 파우스트는 노래만 해서는 안 된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보니 연기에도 중점을 두어야 하고, 또렷한 가사 전달이 굉장히 중요하다." ⓒ 로브라더스


- 록으로 발성하던 <지하철 1호선> 이후 <더 데빌>로 록 뮤지컬에 다시 도전한다.
"2004년에 <지하철 1호선>을 했으니 딱 10년 만에 다시 록 뮤지컬을 하는 셈이다. 당시 록 발성으로만 노래하지만은 않았다. 록 분위기의 노래였을 뿐이다. <더 데빌> 역시 록의 창법으로만 노래를 부르면 가사가 뭉개져서 관객이 알아듣지 못할 위험이 있다. 록 발성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대사를 감성적으로 어떻게 하면 호소력 있게 전달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록 뮤지컬이니까 나는 록 발성으로만 부르면 돼' 하는 생각은 위험천만하다. <더 데빌>은 록 콘서트가 아니다. 더군다나 존 파우스트는 노래만 해서는 안 된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보니 연기에도 중점을 두어야 하고, 또렷한 가사 전달이 굉장히 중요하다. 쇼케이스에서 록으로 불러야 해서 힘들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록커처럼 부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아이라인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원래 그리는데 요즘 잘 안 그렸다. <블랙메리포핀스>처럼 분장이 짙어야 하는 공연이 있는데 연극할 때는 아이라인을 잘 그리지 않았다. 눈매를 또렷하게 보이기 위해 아이라인을 그렸다. <데스트랩>은 아이라인을 굳이 그리지 않아도 되지만 그리는 중이다."

더 데빌 김재범 뮤지컬 존 파우스트 메피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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