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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캣> 책표지
 <로스트캣> 책표지
ⓒ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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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게 뭐지?"

처음 장을 넘기는 순간 그랬다. 끄트머리 장을 닫고도 그랬다. 내 생각은. 이 찝찝한 기분이라니….

이야기는 실화다. 당시에는 상세한 대화와 사건의 정확한 순서를 기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유한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당시 생활을 재현했다. 그래도 다음을 염두에 두시길.
1) 진통제
속장 책제목이 나타나기 전에 이런 글부터 적혀있다.
 속장 책제목이 나타나기 전에 이런 글부터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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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간의 경과
3) 우리 나잇대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건망증(본문 2쪽)

속장 책제목이 나타나기 전에 이런 글부터 적혀있다. 그러고 나서 <로스트캣> 제목이 붙은 속장이 나온다. 아무튼 대수롭지가 않다.

그리고 그 담은 무슨 소릴 하려나 하고 다음 장을 넘기니 무슨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이 기록되어 있다. 형형색색 그림 글씨로.

고양이가 본
샌프란시스코라고
고양이 주인이
상상한 지도(본문 4쪽)

캐롤린이 생각하는 그가 사는 동네의 모습니다.
 캐롤린이 생각하는 그가 사는 동네의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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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옆면에 '우리동네'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왠지 기분이 찝찝하다... 읽은 후에도

단숨에 읽었다. 쪽수가 얼마 안 되어서이기도 했지만 터무니없는 상황에 달떠서 그랬다. "전 세계 애묘가들을 사로잡은 작고 완벽한 걸작"이라는 출판사의 그럴 듯한 카피가 눈에 들온다. 인터넷에서 이 책 <로스트캣>(윌북 펴냄)을 찾으면.

그건 그렇고 '완벽한'이 맞을까. 뛰어나기는 하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짓을 하기는 한다. 그래서 책을 잡으면 놀아나고 만다.

그리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추천사들이 그럴 듯한 미사여구를 늘어놓는다. 그 중 몇은 맞갖은 말을 한다는데도 기분은 날큰거린다.

"사랑하고 때론 원망하는 삶 속의 모든 관계를 통찰하는 여행"(PBS)이라든가, "가슴 아픈 장면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모든 인간과 동물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패스트 컴퍼니) 혹은 "사실과 기억에서 출발한 풍부한 상상력"(뉴욕 타임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추천사는 알랑방귀 수준이다. 대표적인 것은, "웃기다! 정신을 놓고 홀딱 빠질 만큼"(마이라 칼만)이라든지, "올해 책 중 최고! 웃기고, 가슴 저미고...."(엔터테인먼트 위클리), 그리고 "고양이 없이는 길을 잃을 우리들을 위한 책"(수지 베커) 등이 그것이다.

적어도 나는 고양이 없이도 충분히 길을 찾는다. 즐겁긴 한데 사뭇 터무니없는 시추에이션에 놀아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소설인 것 같은데 소설이 아니다. 에세이다. 에세이인 것 같은데 스토리가 탄탄해 빠져든다. 그래서 치졸하게 기분이 용천하다.

고양이와 가장 좋은 관계를 가진 여인

고양이 티비가 목에 전단을 달고 있다.
 고양이 티비가 목에 전단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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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케롤린(실제 저자)은 비행기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해 집으로 오자마자 13년 전부터 함께 살고 있는 두 마리 고양이를 찾는다.

피비(피블라)는 명랑체질, 티비(티비아)는 온순체질, 두 마리의 고양이는 성격부터가 다르다. 사고 후에 케롤린이 삶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두 마리 고양이 때문이다.

피비가 외출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티비가 집밖을 나간다고는 상상하지 못한다. 피비는 갑작스레 종양으로 죽고 티비만 남는다.

그런데 그 온순하기 그지없는, 집밖은 물론이고 한 발짝도 꿈질거리기 싫어하던 티비가 행방불명이 된다. 그리고 5주 만에 윤기 흐르는 털을 뽐내며 돌아온다.

나는 티비아와 피블라에게만 자신이 있다. 우리는 13년을 같이 살았다. 내가 성인이 된 뒤로 가장 오래 맺은 관계였다.(본문 18쪽)

누가 뭐래도 두 고양이이만은 다 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케롤린은. 전혀 집밖은 무서워서 나가지 못할 거라 굳게 믿었던 티비가 외출을 한 것이다. 더욱이 5주간이나 밖에서 너무 자~알~ 생활하다, 그것도 윤기 흐르는 몸매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 배신감. 이 믿을 수 없음. 이 받아들일 수 없음….

그래서 케롤린은 일을 꾸미기 시작한다. 그의 외출을 감시하기로. 티비가 돌아오지 않고 있을 때는 점쟁이까지 찾아간다. 그러나 점쟁이의 예언은 보기 좋게 배끗거리고 만다. 동물보호소를 찾아가 주황색 풀오버를 입고 종이 신발을 신은 자원봉사자와 상담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헛수고. 그리고 5주가 속절없이 지난다. 티비는 보란 듯이 5주를 채운 후 다시 돌아온다.

13년 된 내 고양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던 고양이는 소심하고 수줍었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거친 바다에서 대담한 모험을 즐기고 돌아왔다.(본문 32쪽)

13년간의 신뢰는 그렇게 깡그리 무너진다. 13년간 함께 살며 다 안다고 생각했던 티비의 외출은 캐롤린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다. 더욱이 집으로 돌아온 티비는 통 음식을 먹지 않는다. '소굴!' 캐롤린은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소굴에 갔다 온 것이기에 이렇게 티비가 달라졌단 말인가.

캐롤린과 애인 웬디의 고양이 추적 작전

고양이 목에 달아 준 카메라장치의 테그놀로지 한 모습이다.
 고양이 목에 달아 준 카메라장치의 테그놀로지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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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를 추적하기로 결정한다. 애인 웬디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인터넷을 뒤져 고양이용 GPS를 구입한다. 결국 티비 목에 GPS가 채워진다. 티비는 변신했다. 반 고양이, 반 우주인이 됐다. 12시간 뒤 티비가 돌아왔다. 그러나 GPS가 만들어 온 지도는 알 수 없는 주변 모습과 분홍식 선들 뿐. 실패다.

다시 캣캠을 어렵사리 사 티비의 목에 단다. 그러나 찍힌 사진은 고양이의 기다란 턱수염과 몇몇 쓸데없는 것들. 또 실패다. 고양이와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캐롤린은 동물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듣는다. 티비와의 대화에서 건진 것은 "그럼, 인간은 멍청하네"라는 말이었다. 실패다.

동물탐정을 고용하기로 한다. '경찰출신 동물탐정' '심령술 동물탐정' 등등 지구상에 동물탐정만도 수만 수억이나 있다. 동물탐정도 도움이 못 된다. 다시 GPS지도로 돌아가 심층 분석한다. 그 결과, 세상에나! 티비가 수차례 집중적으로 갔던 곳이 있다.

그곳을 중심으로 탐문작전에 돌입한다. 먼저 '용의구역' 내의 우편함에 전단을 붙인다. 심리적으로 '고양이 도둑'(캐롤린은 티비가 고양이도둑에게 붙잡혀 있었다고 확신했다)을 압박하기 위해서. "티비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란 글귀를 넣어서. 그러나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초인종을 누르자!' 작전으로 방향전환. 첫 번째 만난 이웃남자가 "무슨 일이시죠?" 반응을 보인다. 원래 캐롤린은 이럴 것이라고 상상했었다.

A. 총을 겨눈다.
B. 연료통에 관심 없다고 쫓아낸다.
C. 사실은 남자가 옷을 입고 있고, 그래서 주머니가 있어서, 그 주머니에서 잔돈을 꺼내 우리한테 내민다.(거지인 줄 알고- 글쓴이 주)(본문 136쪽)

상냥한 응대에 마음 상하지만 꽤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어 누드 씨, 다시 러셀 씨, 앨러스터 씨, …. 그리고 '고양이 도둑'이라고 지목된 부부까지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 거짓말하는 '고양이 도둑'을 어떻게 하면 함정에 빠뜨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는 웬디와 의논하여 얻은 결론, '고양이 도둑'을 집으로 초대하자는 것이었다.

고양이 도둑 부부, 아니 고양이 천사의 모습이다.
 고양이 도둑 부부, 아니 고양이 천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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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도둑 부부'가 집에 오자 티비는 기겁해 도망가야 하는데. 이런, 고양이 도둑이 다독이는 손길에 자기 몸을 맡기는 게 아닌가. 그리고 '고양이 도둑 1, 2'가 들려 준이야기는 이렇다.

부부는 집 없는 고양이들을 위해 밥을 내놓는다. 뒷마당에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개박하를 키운다. 티비가 덤불 속에서 나와 다른 고양이들과 어울려 밥을 잘 먹었다.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가까이 가자 달아났다. 그래서 목줄이 있었어도 볼 수 없었다. 주변의 러시아인의 바냐에서 잠을 잔 것 같다. 고양이 도둑 아니 '고양이 천사들'은 프리스키스(고양이 사료 품종)를 고양이들에게 주었다. '고양이 천사들'은 독거노인도 돕고 한해에 고양이 25마리를 입양하기도 한다.

테크놀로지보다 발로, 고양이보다 사람

케롤린이 그토록 무슨 사료인지 궁금해 했던 부분도 풀렸다. 웬디가 말했다.

"이웃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결됐을 텐데 테크놀로지에 너무 시간을 많이 허비한 게 부끄럽네요."

캐롤린도 말했었다.

"티비 덕분에 나는 사람들과 사귀었다."

이렇게 티비 추적 작전은 싱겁지만 알차게 끝난다. 고양이 티비만큼이나 사귐성 없는 주인 캐롤린의 집안 탈출 작전이 성공하는 순간이다. 캐롤린과 웬디의 사랑은 티비를 통하여 더욱 싱그러워진다. 둘의 이웃관계는 더할 나위 없는 신뢰관계로 회복된다. 작가는 테크놀로지 시대에 테크놀로지 말고 다른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고양이는 알 수 없다"고.

"계단의 처음과 끝을 다 보려고 하지 마라. 그냥 발을 내딛어라."(마르틴 루터 킹)

덧붙이는 글 | <로스트캣> 캐롤린 폴 씀 | 웬디 맥노튼 그림 | 조동섭 옮김 | 윌북 펴냄 | 2014년 7월 초판 | 172쪽 | 값 12000원



로스트캣 - 외출 고양이를 찾는 GPS 사용법

캐롤린 폴 지음, 조동섭 옮김, 웬디 맥노튼 그림, 윌북(2014)


태그:#로스트캣, #캐럴린 폴, #웬디 맥노튼, #조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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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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