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 사망가자 가장 많이 발생한 사업장은 현대제철과 대우건설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제철은 2013년 충남 당진공장에서 두 차례 대형 가스 누출사고를 일으켜 물의를 빚은 기업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등이 참여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은 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현대제철과 대우건설이 원청으로 있는 사업장에서 각각 1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캠페인단은 고용노동부가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3년 중대재해 발생현황 보고 자료'를 토대로 최다 산재사망 기업 순위를 매긴 결과, 두 기업이 공동 1위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당진공장 가스누출 사고 '현대제철'이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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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당진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열연공장에서 시뻘겋게 달아오른 슬래브(반제춤 철)가 롤러에 의해 얇게 펴진 뒤 다음 공정으로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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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에서는 2013년 한 해 동안 10명의 노동자들이 충남 당진 공장에서 일하는 도중 질식하거나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명은 두 차례의 독성가스 누출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현대제철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5명은 지난해 5월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발전소에서 아르곤가스 누출로 사망했다. 당시 노동부는 총 1000건이 넘는 산업안전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해당 기업에 시정조치를 명령했지만, 같은해 11월 또 다시 유독가스가 누출돼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대우건설에서도 지난해 각종 도로·시설 신축공사 도중 총 10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6명이 공사 현장에서 추락했고, 2명은 날아오는 물체에 얻어맞아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 2명은 끼임사고를 당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0년에도 '최대 산재 사망기업'으로 뽑힌 바 있다.

3위는 지난해 3월 여수산단 폭발사고 등으로 9명이 사망한 대림건설이 차지했다. 노량진 수몰사고로 7명이 사망한 천호건설·중흥건설·신한건설은 4위로 뽑혔고, 롯데건설(6명)이 뒤를 이었다. 현대건설·서희건설·포스코건설·한신공영·SK건설 각각 5명으로 공동 6위를 기록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2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공사 질식 사고를 일으킨 기업이다.

또한 캠페인단은 대통령 직속 정부기구인 규재개혁위원회를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최근 빈발하는 산재사고와 안전사고의 이면에는 정부의 안전 관련 규제 완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흐름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규제개혁위를 책임주체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산재사고 사망률 OECD 1위... "이윤보다 안전 추구해야"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산재사망자 수는 1929명으로 2012년(1864명)보다 증가했다. 한국은 2012년 기준으로 산재사고 사망률(10만 명당 산재사고 사망자수)이 7.3명으로, 칠레(5.9명)와 터기(4.8명)를 제치고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OECD 평균(2.6명)보다도 약 세 배 높은 수준이다.

캠페인단은 "세월호 사고 이후로 '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안전'이라는 구호가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며 "이윤만을 추구해온 한국의 대기업들이 앞으로는 노동자 안전을 위한 비용을 중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건설업계 등에 확산된 하청시스템을 산재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위험을 외주화하는 한국의 원청 대기업에게도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캠페인단은 산재 예방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기업의 책임을 촉구한다는 취지로 2006년부터 해마다 산업재해 사망이 가장 많은 업체를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라건설이 최다 산재 사망 기업으로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