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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여자 문제를 다룬 칼럼을 인터넷에 올린 행위가 유죄라고 본 이유는 무엇일까?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차영민 부장판사)는 지난 4일 박정규(51, 창원)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8일 박씨 측 김형일 변호사가 법원으로부터 받은 판결문을 살펴 보았다.

박씨는 2012년 9월 인터넷에 "박정희 대통령의 성노예가 된 슬픈 사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미국에서 발행된 한글신문인 <한겨레저널>에 실린 "박정희의 성은 입은 200여 여인들"이란 제목의 '김현철 칼럼'을 옮겨 실었던 것이다.

김현철 칼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부녀를 포함한 여성 200여 명을 일회용품 내지 소모품으로 취급하여 성노리개로 삼았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재미언론인 김현철씨는 한국 영화배우 출신으로 미국에 이민갔던 여성(작고)을 인터뷰했던 것이다.

창원지방법원.
 창원지방법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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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칼럼을 옮겨 실으면서 그 밑에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의 악랄한 성폭행 범죄에 대해 왜 사죄하지 않는가"라는 글을 붙여 놓았다.

박씨가 인터넷에 글을 게재한 뒤 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했고, 창원지검이 불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글 내용은 사실이고,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며,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 허위성 여부와 허위성 인식 여부 등 따져

재판부는 칼럼 내용의 허위성 여부와 허위성 인식 여부 등에 대해 따졌다. 1심 법원은 "(칼럼에서) 문제 여성이 언제 박정희 전 대통령한테 불려갔는지, 언제 미국으로 이민가게 되었는지 그 구체적인 일시를 밝히지 않았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은 것인지를 알 수 없다"며 "영화배우에 대한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화면 출력자료를 더하여 보아도 그 내용과 제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신빙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별도의 구체성 있는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의혹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만한 소명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위성 인식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게시글이 제기한 의혹이 진실인지 확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칼럼 내용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으며, 칼럼 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충분히 품을 만하다"며 "글과 사진을 게시할 당시 그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고 미필적으로나마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박씨에 대해 "열린우리당 창당발기인으로 관여하는 등 정치적 이력을 고려할 때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박근혜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박정규씨는 8일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박씨 측 김형일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애초에 칼럼을 썼던 김현철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야기를 듣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박정희,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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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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