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월드컵 때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브라질이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로는 매번 8강에 머무는 데 그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둬 왔다. 특히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아드리아누, 카카 등 초호화 멤버를 가지고도 지단이 이끄는 프랑스에게 일격을 당하며 무너졌다.

그런 브라질에게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2014년 월드컵은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 2002년 이후 우승에 실패하며 상처를 입은 브라질 축구의 자존심을 살려줄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2년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수장에 2002년 우승 당시의 감독이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가 선임이 되었다.

사실 스콜라리 감독은 전형적인 브라질 축구를 구사하는 감독과는 거리가 있는 감독이다. 펠레가 이끌던 70년대의 브라질 대표팀의 향수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브라질의 축구팬들은 브라질 대표팀이 화려하고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이며 상대를 무너뜨리는 축구를 하는 데 강한 집착을 보인다. 때문에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우승을 거머쥔 파레이라 감독은 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적인 전술성향으로 인해 많은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이는 2010남아공 월드컵에 나섰던 둥가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월드컵을 정복하려고 하였던 둥가 감독의 전술은 대회 전부터 브라질의 많은 축구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펠리페 멜루와 카카라는 전술적 키플레이어들의 부진으로 인해 8강에서 탈락하자 둥가 감독은 아무런 변명의 여지없이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야 했다.

스콜라리 감독 역시 파레이라와 둥가 감독과 큰 틀에서 비슷한 전술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아름답게 이겨야 할 때는 아름답게 이겨야 하지만, 수비를 소홀히 하면서까지 그 스타일을 일관적으로 관철시킬 수는 없다"며 자신의 전술적 성향을 일찍부터 밝혀 온 바와 같이 스콜라리 감독은 안정적인 수비와 공수밸런스를 화려한 공격보다 중시하는 감독이다. 그리고 그런 스콜라리 감독의 전술이 정점을 보여준 대회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2002년의 브라질과 현재의 브라질 카푸와 카를로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3-4-1-2포메이션을 구축한 당시의 브라질에 비해 지금의 브라질은 다소 공수양면에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 2002년의 브라질과 현재의 브라질 카푸와 카를로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3-4-1-2포메이션을 구축한 당시의 브라질에 비해 지금의 브라질은 다소 공수양면에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 강태영


스콜라리 감독의 2002년 브라질 대표팀의 전술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3R(호나우지뉴-호나우두-히바우두), 2C(카푸-카를로스)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브라질이 2002년 월드컵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카푸-카를로스가 중심이 된 3-4-1-2포메이션과 안정된 수비전술이었다.

3-4-1-2포메이션은 따로 수비형 미드필더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윙백과 중앙미드필더들에게 많은 활동량과 수비부담이 요구되는 포메이션이다. 따라서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가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상대 미드필더를 압박하거나 공격을 지원하지 못할 경우 5백으로 눌러앉으며 상대팀에게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길 위험성이 존재했다.

카푸와 카를로스는 3-4-2-1포메이션에 요구되는 활동량과 다양한 역할을 120% 수행하며 브라질을 이끌었다.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수를 오가며 수비와 미드필더 윙어의 역할을 한 카푸와 카를로스의 활약 덕분에 브라질은 공수밸런스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순항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에서는 단연 호나우두를 필두로 한 3R이 위용을 뽐내었다. 안정된 수비조직과 강력한 전방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끊어낸 브라질은 이후 빠르게 전방에 있는 3R에게 공을 전달하였고 세 선수는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공략해냈다. 특히나 호나우두는 이 대회에서 자신의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8골을 기록하였다.

현재 스콜라리 감독의 브라질 역시 2002년 대회와는 전술적 기조를 같이 하고 있다. 포메이션은 4-2-3-1을 사용하나 중앙 미드필더에 파울리뉴, 페르난지뉴, 구스타보 등 헌신적이고 활동량이 풍부한 선수들을 배치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오스카나 헐크 역시 비교적 수비가담에 적극적인 선수들인 점을 감안하면 스콜라리 감독의 전술적 성향에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그리고 공격에서는 네이마르가 눈부신 활약을 계속해서 보여주며 이번 대회를 자신의 대회로 만들고 있다. 네이마르가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활약상은 흡사 호나우지뉴가 2002년 월드컵에서 자신의 진정한 진가를 알리며 월드스타로 발돋움 했을 때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브라질은 분명 2002년 월드컵 챔피언이 되었을 당시만큼의 위용을 뽐내고 있지는 않다. 안정적인 전술적 성향을 갖춘 스콜라리 감독의 전술운용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는 멕시코전을 제외한 매 경기 1골씩 실점을 하고 있다. 공격상황에서는 3R만큼 화려하게 상대를 무너뜨리지도 2C만큼 상대의 측면을 초토화시지키도 못하는 모습이다.

2002년의 브라질의 골문은 지금의 줄리우 세자르보다는 한 수 아래의 선수로 평가를 받던 마르코스 골키퍼가 지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스콜라리 감독이 공수 밸런스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플레이메이커형 선수인 주니뉴 파울리스타를 대신해 수비형 미드필더 클레베르송을 중원에 투입한 16강전부터는 잉글랜드에게 허용한 1골을 제외하면 무실점 행질을 벌일만큼 안정적인 짠물수비를 자랑하였다.

지금의 브라질은 중원과 좌우 공격형 미드필더에 수비가담에 적극적인 선수들을 배치하고도 안정적인 수비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이 되는 과정에서 측면 수비수들이 카를로스와 카푸가 보여준 만큼 빠르게 수비로 돌아오지 못해 위협적인 역습을 허용하거나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이 될 때 상대 압박에 미숙하게 볼을 처리하다 위험상황을 초래하는 등 불안한 장면을 계속해서 매 경기마다 노출하고 있다.

수비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브라질의 공격 역시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 분명 네이마르가 대 활약을 한 크로아티아와 카메룬전에서는 다득점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네이마르의 활약이 별무신통하였던 경기에서는 공격에서도 세트피스 상황들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득점이나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지 못한 현재 브라질의 공격진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 내내 공격에서 네이마르의 부담을 분담해야 할 헐크와 오스카, 프레드는 기대 이하의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헐크는 단조로운 드리블 패턴과 부정확하고 성급한 슈팅으로 공격의 맥을 끊고 있으며 오스카는 공격에서 자신의 스피드와 킥력을 살릴 공간을 찾지 못해 공격에서 큰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다. 프레드는 2002년의 호나우두나 2010년의 파비아누와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의 부진을 연속하고 있는 중이다.

브라질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가 단적으로 나타난 경기가 바로 칠레와의 16강전이다. 승부차기 끝에 진땀 승을 거둔 브라질이지만 경기 내내 칠레의 빠른 공수 전환이 바탕이 된 강력한 압박에 고전을 했다. 동점골의 상황 역시 칠레의 강한 압박을 능숙히 대응하지 못하고 수비 조직이 무너진 상황에서 발생을 하였다. 또 공격에서는 네이마르가 상대 수비진에 2명,3명의 집중 마크를 당하며 활로를 뚫어주지 못하자 답답한 공격을 일관하였다.

엄밀히 말해 현재 스콜라리 감독의 브라질은 2002년 스콜라리 감독의 브라질보다 공수 양면에서 한 수 아래의 팀이다. 그런 브리질에서 독일과의 4강전은 분명히 우승을 위한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 경기에서 브라질은 필마단기로 브라질의 공격을 주도하던 네이마르를 부상으로 활용할 수 없으며 수비진 전체를 조율하던 티아구 실바 역시도 경고 누적으로 출장할 수 없다. 스콜라리 감독이 네이마르의 공백을 윌리안이 그리고 티아구 실바의 공백은 단테로 하여금 메꿀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여러모로 여러모로 어려운 경기가 예상이 되는 브라질이다.

브라질로서는 네이마르와 티아구 실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선수들이 투혼을 불사르며 독일전에서 본인들이 가진 기량을 120%를 쏟아 부어야 한다. 브라질의 팬들은 자존심이 상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선수들의 네임벨류나 전술적 완성도에서 독일은 브라질보다 한 수위의 팀임이 분명하다.

브라질이 이런 독일을 이기기 위서는 스콜라리 감독이 앞서 밝힌 자신의 전술철학과 같이 아름다운 축구를 하기보다는 안정된 수비를 우선시하며 독일보다 한발 더 뛰고 더 빨리 상대를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윌리안이 네이마르에 비해 개인기나 섬세함은 떨어지는 선수이나 더욱 풍부한 활동량을 지닌 선수이고 단테가 독일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브라질이 투혼을 불사르며 경기운영을 하기에는 더욱 적합한 환경이다.

이제 12년만의 자국에서 우승컵을 되찾으려는 브라질의 여정도 종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스콜라리 감독의 브라질 대표팀 2기가 네이마르와 티아구 실바라는 주축 선수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독일을 꺾고 결승에 오를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상승세를 몰아 한수위 기량을 선보였던 선배들이 거둔 우승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해 보도록 하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브라질 네이마르 스콜라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