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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논문표절과 연구부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으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 김명수 '무거운 출근길 걸음' 논문표절과 연구부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으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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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가에서 때 아니게 '평행이론'이 유행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있었던 각종 인사들의 낙마가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 검색을 해보니 <오마이뉴스>·JTBC·<동아일보>·<서울경제> 등 주요 언론들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검색한 내용을 혼자 보기 아까워 몇 개만 정리해 보았다. 먼저 JTBC의 '국회발제'라는 프로그램의 한 내용이다.

"'교육부 수장의 표절은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김 후보자 표절 의혹은 국민 양심을 훔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김 후보자는 누구일까요? 뻔하죠, 김명수 후보자 아닙니까! 틀렸습니다. 이것은 2006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전 의원이 발표한 논평입니다."

여기서 김 후보자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김명수 후보자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던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를 가리킨다. 지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변인이 그대로 갖다 써먹어도 될 만한 논평이다. 이와 비슷한 포맷의 이야기를 <동아일보>도 최영해 칼럼을 통해서 했다.

"8년 전 일을 돌이키는 것은 김명수 교육부 장관과 송광용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논문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김병준을 가리키며 '이런 사람이 교육 수장(首長)이 될 자격이 있느냐'고 공격했다. 김병준은 억울해 했지만 물러났다. 이제 박근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답할 차례다. 두 사람 논문은 연구윤리와 한참 거리가 있다. 논문에 대한 기준을 이토록 높여 놓은 건 한나라당이었다."

이와 관련 JT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썰전>에서 강용석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문제가 되는 모든 스토리가, 한나라당 시절에 모두 한나라당이 개발한 거예요.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이런 단골 메뉴들의 원천 기술 자체를 한나라당 쪽에서 시작했어요."

솔직히 이렇게 길게 평행이론을 이야기한 언론들의 사례를 말하자니, 갑자기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김병준 전 부총리는 김명수 후보자와 비교하면 무척 양심적인 교수이기 때문이다.

김병준과 김명수가 평행이론? 동의 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의 '현미경 검증'에 의해 낙마하니깐 마음이 꽤나 아팠던 모양이다. "총리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돼서 많은 분들이 고사를 하거나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힌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지만 평행이론의 한 축인 참여정부 시절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교해보면,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기 정말 어렵다. 김병준 후보자의 표절 의혹을 김명수 후보자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김병준 후보자의 경우 시기적으로 제자보다 먼저 발표한 논문이었고, 자신이 논문을 지도하며 만든 제자의 데이터를 활용한 정도였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이것을 가지고 '국민의 양심을 훔쳤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평행이론의 다른 한 축을 보자. 김명수 후보자는 제자의 석사 학위 논문을 <교수논총>에 게재하면서 자신을 제1 저자로, 제자를 제2 저자로 등재하였다. 한마디로 제자의 석사 논문을 통째로 도둑질한 것이다. 이것을 평행이론에 비유하기에는 김병준 후보가 너무 억울하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이런 사람을 장관 후보자로 내세우면서 인사파동이 야당과 언론 탓인 것처럼 말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보수언론인 조중동마저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의 남 탓을 비판하고 나섰을까.

대학원을 다니지 않은 사람은 제1 저자와 제2 저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체감적인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하여 필자가 들었던 지인의 경험을 알려주고 싶다. 필자는 정식으로 학문 훈련을 한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제넘게 남들 논문 쓰는 것에 조언도 해주고 통계 처리를 도와준 경험이 많다.

이렇게 대학원 입학과 논문을 도와준 지인 중에 하나가 어느 날 이런 문의를 했다. 논문 지도 교수님이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라는데, 학회 논문 형식을 몰라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인은 직장인들이 주로 다니는 특수대학원을 다녀서 학회에 논문을 제출해본 적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교수들이 주경야독하는 특수대학원생에게 논문을 발표하라고 지시하는 일은 드물다. 아마도 추측하건대 지도교수가 학회에 발표할 만한 논문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나에게 물어본 것은 도대체 제1 저자와 제2 저자에 누구 이름을 써야 하는가, 였다. 제1 저자에 자기 이름을 쓰자니 교수님 앞에 올라가는 것이 이상하고, 그렇다고 제1 저자로 교수를 쓰자니 자기가 다 쓴 것이라, 더욱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학계의 부도덕한 관행을 몰랐었다. 나 역시 특수대학원에서 허접한 석사 논문 쓴 것이 전부였고, 박사 과정은 진학하기 전이었다. 잘 모르는 나에게 물어보지 말고 교수님께 직접 여쭤보라고 했다. 나중에 들으니 지도교수가 겸연쩍어 하면서 '원래 이렇게 해요'라면서 자신을 제1 저자로 쓰라고 했단다. 지인은 나에게 교수가 미안해하면서 말하기에 양심은 있는 것 같아 그냥 그렇게 해서 학회 발표를 해줬다고 후일담을 이야기해주었다.

논문표절과 연구부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으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논문표절과 연구부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으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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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칼럼 대필 시키는 교수라니...

맞다. 관행이었다. 평소에 자기가 데리고 있던 일반대학원 학생이었다면 알아서 제1 저자에 교수님을 올려놓았을 텐데, 특수대학원생 논문을 발표하는 바람에 겸연쩍은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 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 정도면 김명수 후보자가 어떻게 제자의 석사 학위 논문을 <교수논총>에 기고하면서 자신이 제1저자가 될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명수 교수는 이렇게 해명했다.

"우수논문상을 받은 (정씨의) 석사학위 논문을 살려주기 위해 <교수논총>에 게재했다, 내가 지도교수라 고마움을 느껴 제1저자로 올린 것으로 안다."

또 다른 제자들은 "제자들이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지도교수의 깊은 사랑 때문에 공동연구자로 등재신청을 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내가 이 시점에서 묻고 싶은 말은 '정말로 저 해명들이 '진실'로 느껴지는가?'이다. 이에 대한 답은 여기까지 기사를 읽은 독자가 내려 보면 될 것이다. 백보 양보해서 김명수 후보자는 잘못된 관행을 따른 잘못밖에 없다고 하자. 그렇지만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은 그의 교육부 장관 임명을 찬성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김병준 후보에 들이댔던 잣대의 10분의 1만을 김명수 후보에게 들이댄다고 해도 말이다.

'새누리당의 과거 행태야 괘씸하다 하더라도 김명수 후보자 개인은 이쯤에서 관행으로 용서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마음을 품는 순간 대형 뉴스가 또다시 내 귀에 들려왔다. 그에게 석사 논문 지도를 받았던 현직 초등교사 이희진 선생님의 폭로였다.

"교수님께서 오랫동안 맡아 오신 <문화일보> 칼럼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해주시는 방향과 논지로 학생이 글을 쓰고 교수님께서 그 글을 확인하신 뒤 조금 수정해 넘기시는 것이 <문화일보> 칼럼이었습니다."

신문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도 난 내 눈을 의심했다. 칼럼마저 대필시켰다는 것은 교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대 지휘관이나 바쁜 정치인, 혹은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논지를 전해주고 대필을 시키는 것은 봤어도, 글로 먹고 사는 교수가 대필을 시켰다는 이야기는 평생 듣도 보도 못했다.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펼쳐야 할 교수가 일개 석사 과정 대학원생에게 글을 대필시켰다는 것은 다른 논문 표절 건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하려고 마음먹은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하여 종합적인 자질을 평가하기보다는 신상털기를 했다고 말했다. 마치 지금까지 낙마한 인사들이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언론과 야당의 '흠집내기'로 그리 되었다는 뉘앙스였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종합적 자질은 무엇으로 평가해야 할까? 그의 제자였던 이희진 선생님이 언론에 보낸 편지글에 썼듯이 그에게는 그의 이름으로 된 단독 저서가 하나도 없다. 도대체 이 나라에는 얼마나 인재가 없기에 국립대 교육학과 교수님이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책 한권도 내지 않은 사람을 교육부 장관 후보로 내세웠다는 말인가?

그나마 썼다는 논문이며 칼럼들은 아무리 잘 봐줘야 교수님 사랑에 감읍한 제자들이 대필한 것들이다. 적어도 학자 출신을 장관 후보로 뽑으려면 학문적인 성과가 있든지, 적어도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어떤 자질이라도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김명수, 교육부 장관 자질이 없는 인물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종합적 자질은 무엇으로 평가해야 할까?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종합적 자질은 무엇으로 평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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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는 것은 그의 보수적인 코드밖에 없다.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었으니 그들을 휘어잡을 교육부 장관 후보로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낙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빨리 그의 지명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조희연 교육감은 필자가 대학원 박사과정을 통해서 교수님으로 만나봤었다. 대학원생 그 누구에게도 칼럼을 대필시킨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제자의 석사 논문을 가지고 자신의 이름을 제1저자로 내세운 적도 없다. 더구나 단독 저서가 하나도 없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비교하면 조희연 교육감은 각종 단독 저서가 넘쳐난다. 교수 출신 진보 교육감을 휘어잡으려 교수 출신 교육부 장관을 내세웠으면, 적어도 뭔가 경력 면에서 어느 정도 비교할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필자는 헌법에 의해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교육계에 있는 바람에, 이번 선거에서 단체장이 누가 되느냐보다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더 관심이 많았다. 아무래도 직업상 피부에 와 닿는 것이 교육감 자리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번 개각 인사에서도 국무총리보다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직 교사로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주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은 바라지도 않으니 '전문성'이라도 제대로 된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인선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내가 알고 있기론 보수적인 학자들 중에도 논문 표절 안 하고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칼럼은 자기가 직접 쓸 정도의 실력이 되는 사람은 많이 있다.

국민의 눈높이가 너무 높고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를 하는 야당과 언론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학자 중에서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못 찾을 것 같다고 또다시 주장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김명수 후보자는 털어서 먼지가 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교육부 장관으로서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이다.

제자 논문으로 자신의 논문 발표를 채우지 않으며, 기명 칼럼은 자기가 직접 쓰고, 적어도 교수로서 몇 권의 저서도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현직 교사로서 그렇게도 큰 욕심을 부리는 것인지 우리나라 대통령이신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태그:#김명수, #인사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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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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