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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는 자기계발서가 넘쳐난다. 베스트 셀러 코너에서도 자기계발서는 독보적이다. 분야도 리더십, 경영, 과학, 종교 등 다양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책을 읽는 것이 누군가와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답답해진다. 그런 느낌이 싫었다.

자기계발서 말고 다른 책을 읽어보자 생각하니, 이제는 어떤 책을 보면 좋을지 몰라 답답했다. 그때 우연히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를 알게 되었다.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라> 책표지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라> 책표지
ⓒ 인디고(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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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쓴이가 읽었던 책들을 일러스트를 곁들여 소개하는 형식이다. 난 그저 좋은 책을 소개받고 싶었을 뿐인데 뜻밖의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책 읽기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읽은 책을 골라서 읽어보라.

매번 신년이 되면 올해에는 책을 많이 읽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막상 그것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굳게 마음을 다잡고 서점에 가도 많고 많은 책 중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고, 베스트 셀러 코너에 가보면 처세술이나 자기계발서 등과 같이 나를 자극하는 책에 시선이 꽂혀 몇 페이지 뒤적이다가 나오기 일쑤다. 어쩌다 한 권 골라 담았어도 그 책이 나와 잘 맞으리라는 보장도 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뜻밖에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막연한 신뢰를 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다가 '앗! 이거 좋겠군.' 하면서 책을 찾아보곤 하지요. 왠지 이렇게 접하게 된 책들은 크게 실망하는 경우도 없고, 더욱 재밌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니까요. (본문 157페이지)

제가 지금 좋아하고 즐겨 읽는 소설들도 많은 부분 이런 경로로 알게 된 경우가 많은데요.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이 '향수'라는 책을 읽고 곡을 만들었다고 해서 알게 된 쥐스킨트, 하루키 소설과 에세이집에 너무나도 자주 등장하는 존 어빙과 레이몬드 카버, 커트 보네거트.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씨의 독서 리스트에 있던 위화, 아멜리 노통브 등 정말 많은 작가들을 이런 식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본문 156,157페이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내가 읽어도 좋아하리라는 것이 글쓴이의 생각이다. 또, 내가 존경하는 그 사람을 떠올리며 책을 읽으면 조금 더 풍부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책은 어느새 나에게 더욱더 특별한 책이 되어있을 것이다.

둘, 깊은 의미를 파악하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이것은 책을 읽을 때만의 문제는 아니다. 음악이나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보이고 들리는 것 이상의 어떤 것을 찾기 위해 너무 깊숙이 파고드는 건 자칫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해하려는 관점보단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자세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취향의 차이에서 오는 갭은 존재하겠지만 너무 군중심리에 이끌려 두리번거리며 방황하기보단 자신의 심장이 이끄는 대로 말이죠. (본문 173페이지)

제 아무리 영화 평론가가 나서서 수준 높은 영화라고 떠들어도 나에게 와 닿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괜히 '내가 보는 안목이 낮은가?'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나의 작품을 보더라도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르게 느낀다.

책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읽은 책을 읽다 보면 그 안에서 또 나와 맞는 책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책을 찾아가다 보면 점점 나만의 안목도 생길 것이다. 일단 책을 읽고 온전히 자신이 느끼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글쓴이는 말하고 있다.

이제 서점에 가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을 골라 집어 읽어봐야겠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그 책도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 일러스트레이터 김지혁이 그림으로 그려낸 30권의 책

김지혁 글.그림, 인디고(글담)(2012)


태그:#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김지혁, #인디고(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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