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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임승수라는 사람에게 빠져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 중에서 특히 글쓰기와 책 쓰기에 자꾸 관심이 간다. 물론 현재 나의 관심사가 이 두 가지라서 그렇다. 내 이름으로 낸 책이 이제 고작 두 권(<어디 싸고 맛있는 집 없을까>, <일인자 유재석>)이지만 22년차 현직 방송작가이기에 이 분야에 대해서만은 감히 숟가락 얹을 자격은 있다고 본다.

글쓰기를 화두로 촉을 세우다가 '임승수의 좌변기'라는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임승수라는 사람이 글쓰기에 관해 재미있게 얘기하는 걸 들었다. <글쓰기 클리닉>이라는 책을 냈다는 것도 알게 되어(그 방송을 들으면 모를 수가 없다. 직접 광고를 포함하고 있다), 즉시 구매해 읽었고 <오마이뉴스>에 서평도 썼다. 그가 역설하는 대로 책이란 저자가 독자에게 건네는 말 걸기이고 서평이란 그에 대한 독자의 대답이기에 난 충실하게 따른 것이다.

나의 주옥같은 문장들로 짜인 서평이 인터넷 검색을 매일 아침 하는 그의 눈에 포착되지 않을 리 없다.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언급하는 걸 뒤늦게 들었다. 22년차 방송작가가 자신의 책에 대해 극찬을 했다는 것, 심지어 스티븐 킹의 책(정확하게 <유혹하는 글쓰기>)보다 낫다고 썼음을 얘기한다. 너무 고마워 서평을 쓴 사람에게 메일을 하고 싶었지만 없어 보일까봐 자제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방송을 들으며 난 기분이 묘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에 엽서를 보냈는데 디제이가 자신을 언급하며 엽서의 글귀를 읽어줄 때의 느낌이 이런 건가 싶었다. 이어폰과 아이폰을 통해 뭔가 연결이 되고 있다는 짜릿한 느낌.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의 글쓰기 책이 출간되면 그때 연락을 해서 만나 소주잔 기울일까 한다. 왜? 난 그가 최근에 낸 책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가 나왔다는 걸 알자마자 사버려 그의 생계유지에 기여를 한 사람이니까. 연락하면 흔쾌히 만나주지 않을까 한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제목 잘 지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책표지.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책표지.
ⓒ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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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이 나왔다는 건 며칠 전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신간 목록을 들여다보면서 알게 됐다. 난 사람들의 관심사와 트렌드의 윤곽을 감지하기 위해 신간 소식을 수시로 본다. 어찌됐든 출간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는 건 출판사의 검증은 거쳤다는 것이기에 한 권 한 권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비유하자면 출간이 된 책들은 출판사에서 자체 실시한 지역 예선은 통과한 것들로서 비록 작은 분량이지만 전국 방송을 타기 시작한 책들인 것이다. 물론 방송 횟수가 거듭되며 탈락하는 책들과 본선을 계속 올라가는 책들로 운명이 나뉘기 시작한다. 임승수 저자의 따끈따끈한 책은 이미 내가 알고 있고 주목하고 있던 뮤지션의 새 책이기에 난 바로 점수 버튼을 누른 것이다.

제목을 잘 지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처음엔 기억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줄이기도 쉽지 않다. 삶책? 삶어책?). 그의 책을 보거나 팟캐스트를 들은 사람이라면 '당신은 글이 나오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라는 그의 질문을 알 것이다. 이것에 바탕을 둔 제목 같은데 그의 또 다른 책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보다 더 나은 제목이라고 본다. <차베스, 미국과 맞짱 뜨다>에 비해 나는 점수를 더 주고 싶다.

그도 누누이 강조하지만 책은 제목이 참 중요하다. 평대에 누워 있으면 모를까 서가에 꽂히는 신세가 되는 순간 책은 제목만 남는 것이다. 방송에서도 제목에 심혈을 기울인다. 다만 방송은 보다 대중적으로 쉽게 기억되어야 하기에 쉬우면서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제목을 선호할 뿐이다. <무한도전>, <1박 2일>, <개그콘서트>, <아빠! 어디 가?> 등 성공하는 프로그램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제목을 뽑기가 쉽지 않다는 거.

'시지프스의 돌' 같은 '글쓰기', 한결 수월해진다

이 책은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책을 써오면서 알게 된 것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일관되게 배치하여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A4 1장도 채우기 버거워하던 '글치 공학도'가 어떻게 하여 인문사회 분야의 저자로 먹고 살게 되었는지 시시콜콜하게 알려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첫 책을 쓰게 된 과정을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했으면 어떻게 글치에서 글로 먹고 사는 저자가 될 수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텐데 두루뭉술 넘어간 면이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책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론과 실천의 두 마리 토끼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테크닉 이전에 자신이 꼭 책으로 써야만 하는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느냐고 묻는다. 나아가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더 나아가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독자에게 당신은 글이 나오는 삶을 살고 있느냐고 준엄하게 묻는다. 책을 쓴다는 것을 쉽게 보지 말라는 거다.

다행히 글이 나오는 삶을 살고 있고 자기만의 관점이 들어간 콘텐츠가 있다 해도 출판을 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축구와 같을 것이다. 골 결정력이 없는 거다. 저자는 골 결정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출판사에 제안하는 법과 출간기획서에 대한 알토란같은 정보를 알려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빛나는 건 사이사이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콘텐츠를 배치한 건데 구체적인 내용을 책을 구입해서 보시기 바란다.

글쓰기와 책 쓰기에 관한 책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임승수 저자는 이 책으로 글쓰기와 책 쓰기 분야에서 투톱을 보유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22년차 방송작가인 나도 <글쓰기 클리닉>과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를 통해 많이 배웠다(두 책을 패키지로 양 출판사가 공동 마케팅하면 어떨까도 싶다. 한일월드컵도 했고, 일본에서는 두 채널이 같은 시간대 동일 콘셉트의 드라마 방영도 했다!).

난 오늘도 업무 글을 쓰며 꽤나 힘들어 했다. 글쓰기라는 게 도대체 뭐기에 쓸 때마다 힘든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건 마치 '시지프스의 돌'과도 같은 게 아닌가를 매 순간 느낀다. 하지만 가끔 발견하는 이런 책을 보고 나면 돌을 밀며 올라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무엇보다 돌을 미는 과정을 즐길 수도 있음을 살포시 느끼게 한다는 데서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덧붙이는 글 | 임승수 (지은이)/ 한빛비즈/ 2014-06-20/15000원. 개인 블로그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임승수 지음, 한빛비즈(2014)


태그:#임승수, #책 쓰기, #글쓰기, #김영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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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관심이 많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쓰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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