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열린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후반전 이근호가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열린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후반전 이근호가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18일,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아레나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H조 예선 1차전이 펼쳐졌다. 양 팀의 팽팽한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지던 후반 23분. 한반도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선제골을 뽑아낸 것이다. 이근호가 아크 정면에서 과감한 오른발 슈팅을 날린 볼이 아킨페프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문으로 향하며 행운의 골로 연결됐다.

선제골을 넣은 지 불과 5분여 만에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이날 경기가 무승부로 마무리돼 그의 골이 살짝 빛을 바랬다고는 하지만 이날 이근호의 활약은 단연 눈부셨다. 후반 11분 박주영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나선 이근호는 득점으로 연결된 과감한 중거리 슛 외에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력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국가대표가 되어 지상 최고의 축구 축제인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것을 간절히 꿈꾼다. 이근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근호에게 월드컵은 더더욱 간절했고 특별했다. 그에겐 가슴 아프고 기억하기 싫은 지난 과거가 있기 때문이었다. 4년 전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의 일이다.

2010년 6월 1일. 이날은 이근호에게 떠올리기 싫은 날이다. 그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예비 엔트리(26명)에 뽑혀 대표팀의 남아공 입성 전 마지막 오스트리아 전지훈련까지 소화했던 이근호는 정체모를 컨디션 난조 속에 부진이 이어져 결국 23명을 뽑는 최종 엔트리에서 구자철, 신형민과 함께 낙마하고 말았다.

이근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당시에 '절친' 박주영과 함께 환상의 투톱을 보여준 이근호는 대표팀이 4승 4무의 호성적으로 최종예선을 무패로 당당히 통과하며 7년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일명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불렸던 이근호의 엔트리 탈락은 충격과 아쉬움을 줬다.

끊임없는 노력... 꿈을 현실로 이루다

2010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 나선 이근호 지난 2009년 4월 1일. 북한과의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 나선 이근호의 모습.

▲ 2010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 나선 이근호 지난 2009년 4월 1일. 북한과의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 나선 이근호의 모습. ⓒ 남궁경상


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의 충격을 지닌 이근호는 절치부심하기 위해 감바 오사카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부활의 날개짓을 펄럭였다. 2011시즌에는 무려 15골을 넣으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2012년, 그는 병역 이행을 위해 울산 현대 입단을 통해 다시 K리그 무대로 복귀했다. 2008년 일본으로 떠난 이후 4년만의 복귀였다.

국내로 돌아온 이후에도 독기를 잔뜩 품은 이근호의 막강 화력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는 총 33경기에 출장해 8골 6도움의 맹활약을 펼쳤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에서 역시 4골 6도움의 기록으로 소속팀 울산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이에 아시아 축구연맹(AFC)에서 선정한 2012년 최고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3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상주 상무에 입대한 이후에도 그의 활약은 계속되었다. 2013시즌 총 25경기에 나서 15골 6도움의 기록으로 상무가 K리그 챌린지 우승과 함께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K리그 챌린지 득점왕에 이어 압도적인 득표로 MVP, 베스트 11까지 수상하며, K리그 챌린지 3관왕에 등극하였다.

그렇게 다가온 2014년. 4년 전의 아쉬움과 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근호는 무난히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는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승선해 과거의 아쉬움을 달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18일). 러시아전에서 그는 오랜 시간 꿈꿔왔던 월드컵 무대에 영광스런 첫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시원한 중거리포로 월드컵 데뷔골을 기록했다. 좌절과 아픔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한 이근호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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