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화려한 개막을 알린 가운데 개최국 브라질이 유럽의 다크호스 크로아티아를 3-1로 꺽으며 우승을 위한 순항을 시작했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브라질과 호각의 경기운영을 하였으나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이 섞인 실점을 하며 첫 패배를 맛봐야만 하였다.

개막전이라는 관전 포인트를 차지하더라도 이 경기는 많은 전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잡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최근 유럽축구에서 각 팀에 에이스급에 해당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다수 양 팀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각 팀의 얼굴 격에 해당하는 네이마르와 루카 모드리치는 이 경기에서도 자신들의 클래스를 십분 발휘하였다.

네이마르는 페널티킥과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사이를 헤집고 마법 같은 중거리슛을 상대 골망에 꽂아 넣으며 자신이 왜 삼바군단의 '등번호 10번'인지를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입증하였다. 또 모드리치 역시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린 경기양상 속에서도 브라질선수들의 압박을 벗겨내며 크로아티아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유럽 정상급 플레이메이커의 위용을 드러내었다.

네이마르를 도와 삼바군단의 공격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스카 역시 지난시즌 첼시에서 부진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활약상을 보여주며 브라질의 오른쪽 측면공격을 이끌었다.

오스카는 종료직전 승부의 쐐기를 박는 득점까지 성공을 시키며 브라질의 개막전 승리의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반면, 올 시즌 세비야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어쩌면 모드리치 이상의 기대를 크로아티아 팬들의 기대를 받을지 모르는 이반 라키티치는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진면모를 보여줄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지난 시즌 다소 극명한 폼을 보여준 두 선수의 경기 내 활약상이 대조가 된 이유는 감독들의 두 선수 활용에 차이에서 갈렸을지도 모른다. 경기초반 크로아티아가 하프라인에서 부터 밀집수비대형을 취하자 브라질의 스콜라리 감독은 당초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오스카의 포지션을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경을 하고 오스카의 자리에는 네이마르를 배치하는 포지션 변화를 시도를 하였다.

이는 오스카와 네이마르의 플레이스타일의 차이에 기인한 스콜라리 감독의 발 빠른 대처였다. 흡사 호나우지뉴를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삼바테크니션인 네이마르는 현란한 개인기를 이용해 크로아티아 중원의 좁은 공간을 헤집기 위한 브라질의 최상의 카드였다.

반면 오스카는 네이마르처럼 전형적인 삼바테크니션은 아니다. 오히려 호나우지뉴보다는 카카를 연상시키는 오스카는 좀 더 직선적이고 간결한 움직임과 볼처리를 하는데 능하며 공견이 열린상태에서 더욱 위력적인 선수이다. 이러한 스콜라리 감독의 전술적 변화는 큰 성공으로 이어져 네이마르는 시종일관 최고의 활약상을 보여주었고 오스카 역시 오른쪽 측면에서 자신의 스피드와 킥력을 십분 살리며 여러 차례 양질의 찬스 메이킹을 하며 크로아티아 수비를 위협하였다.  

오스카가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네이마르와 함께 브라질의 공격을 이끈 것과는 달리 이반 라키티치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데 실패하였다. 그리고 라키티치의 부진은 코바치감독의 라키티치 활용법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 시즌 세비야의 공격을 이끌며 '세비야의 제라드'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았던 라키티치의 능력을 120%활용하기 위한 포지션은 단연 공격수 밑에 위치한 공격형 미드필더이다.

이 포지션에서 올시즌 라키티치는 자신의 활동량, 패싱센스, 킥력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물론 중앙미드필더로써의 라키티치 역시 결코 수준이하의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나, 라키티치는 예전부터 중원에서 상대의 압박이 강하게 나타날 때 약점을 드러내 왔던 선수이다.

결과론적으로 라키티치가 선제골 이후 브라질선수들의 압박에 둘러싸여 큰 활약을 못 보인점,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한 어린 마테오 코바시치의 활약 역시 부진했다는 점, 그리고 네이마르가 크로아티아의 중원에서 활개를 친 점을 고려했을 때 라키티치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은 크로아티아가 구상할 수 있는 최상의 전술은 아니었다.

크로아티아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2-1역전을 허용한 이후에라도 오히려 수비형 미드필더 부코에비치를 모드리치의 파트너로 투입하고 대신 라키티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끌어올리는 편이 자신들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었다. 특히나 만주키치가 빠진 상황에서 교체카드로 활용이 된 레비치와 브로조비치가 모두 어린선수들이고 실제로 투입 후 뚜렸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 한 점을 감안한다면, 라키티치를 좀 더 극대화시키는 전술을 활용하지 않은 코바치 감독의 선택은 아쉬움이 남는다.

매우 훌륭한 경기력으로 축구팬들의 찬사를 현재 받고 있기는 하지만 코바치 감독은 현재 미드필더 선수들의 조합을 짜 맞추기 위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만하다. 유럽 최정상급 진용의 미드필더들 중 모드리치만 제 역할을 한 가운데 신성 코바시치와 라키티치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의 확립은 1패를 먼저 안고 있는 크로아티아가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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