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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허리 수술을 받은 아내가 다시금 병원에 입원한 건 그제였다. 이번의 병명은 소위 '오십견'에서 기인하고 발병한 어깨부위의 시술. 사흘 전 방문한 정형외과 병원의 의사는 입원 즉시 시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는 그제 입원을 하여 한 시간 여의 시술 뒤 병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마구 울어서 그 모습을 보는 나까지 덩달아 통곡하게 만들었다.

"왜 그렇게 자꾸만 아픈 거니? 내가 너 대신 아팠으면 참 좋겠다!!"

간호사를 급히 불러 진통제를 한 대 놓으니 그제야 비로소 아내의 눈물이 그쳤다. 두 시간 뒤 아내의 바로 옆 병상(病牀)에 60대 중반의 아줌마가 아저씨와 딸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섰다.

"어떻게 오셨어요?"
"허리 수술 받으러 왔슈."

그러자 이미 허리 수술을 받은 바 있는 아내는 '선배의 자격'으로 조언하는 걸 잊지 않았다.

"허리 수술을 받은 당일과 이후의 2~3일은 극도로 아프니 가족들이 특히나 간병에 신경 좀 쓰셔야 합니다!"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그들에게 간호사들이 몰려들었다.

"지금 곧 4층 수술실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수술 뒤엔 2층의 1인용 특실로 병실이 바뀔 겁니다."

그 말에 보호자인 남편 아저씨가 "그럼 여기처럼 4인용 병상이 아니니 비쌀 거 아녀유?"라고 묻자, "수술 뒤 3일 동안은 무료로 제공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 들자 이별'이라더니 환자 아줌마와 아저씨, 그리고 그 따님은 그렇게 우리 앞에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병원 1층의 편의점으로 뭘 사러가는 길에 다시 마주칠 수 있었다.

"아주머니 수술은 잘 되셨나요?"
"덕분에 잘 됐슈,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유!"

어제는 현충일임에도 주간근무 차 출근하는 나를 대신하여 아들이 급히 내려와 아내의 곁을 지켰다. 때문에 아들을 호출했던 것이다. 1년 단위의 계약직 경비원이 직업인 나는 딱히 휴일이 없다. 다만 주간 근무에 이어 이튿날엔 야근을 하는데 그 야근을 마치는 이튿날 아침에 퇴근해 귀가하면 그날은 이른바 비번(非番)이라 하여 쉬는 날 외엔. 야근의 출근은 오후 5시까지인 반면 주간근무의 경우엔 아침 첫 발차인 05시 40분 발 시내버스를 탄다. 다른 직장인들보다 일찍 탑승하는 까닭에 피곤하긴 하되 버스의 좌석은 언제나 반 이상이 비어 있어 좋다.

또한 야근을 마치는 시간은 다음날 아침 7시 안팎인데 지하철을 타고 대전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와 시내버스로 환승하는 이동의 동선(動線)이다. 한데 며칠 전엔 늘 그렇게 시내버스로 갈아타려 잠시 지나야 하는 대전역 앞의 모 약국을 지날 때였다. 한 취객이 만취하여 길거리서 잠이 들어 있었는데 신발마저 없는 맨발이어서 아연실색케 했다. '지금이 겨울이 아니어서 망정이지 겨울이었더라면......!!'

하여간 취객의 그 모습은 수년 전 한여름에 탈진하여 하마터면 이승을 떠날 수도 있었을 나의 과거와 조우케 하는 계기가 되어 섬뜩했다. 당시엔 딸이 서울서 대학을 다니던 즈음이었는데 매달 생활비를 송금해 주느라 나의 주머니는 늘 배가 고팠다. 하루는 지인에게서 빌리기까지 하여 가까스로 '돈을 맞춘 뒤' 송금해 주었다.

그렇지만 그러다보니 정작 나에겐 시내버스비조차 남아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어 사무실(그 즈음엔 지금처럼 월급을 받는 경비원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세일즈맨이었다)에서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 뜨거운 염천더위에 한 시간 이상을 걷노라니 대전역에 도착하니 탈진되어 도무지 더 이상의 보행이 불가능했다.

대전역 건물의 1층 화장실 앞에 털썩 주저앉아 3시간 이상이나 꼼짝을 할 수 없었다. 하여 나는 그때 비로소 알았다. 사람이 이렇게도 죽을 수 있구나 라는 사실을. 또한 처자식을 평생 먹이고 가르쳐야 하는 가장의 원죄(原罪)는 그러한 출·퇴근의 협곡을 점철하다가 그예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현실의 직시를.

이야기는 다시 현실로 회귀한다. 어제 오후에 퇴근하여 아들과 저녁을 먹고 돌아오다가 그 아줌마가 입원한 병실을 먼저 들렀다. 따님이 반갑게 맞으며 깍듯이 인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아주머니 어떠세요?"
"수술이 잘 되어선지 어젯밤에도 비교적 잘 주무셨어요. 암튼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병실로 돌아와 아내에게 음료를 건네고 있던 중 그 아줌마의 따님이 다시 찾아왔다.

"이것 좀 드세요."

그 따님이 주고 간 건 콩 음료 세 병이었다.

"잘 마시겠습니다!"

허리 수술과 달리 어깨 시술은 더 이상의 입원이 필요치 않다기에 오늘 오전에 수납을 마친 뒤 물리치료를 받게 하였다. 짐을 다 챙긴 뒤에 그 아줌마의 병실에 다시 들렀다.

"저희 먼저 퇴원합니다. 어서 쾌차하세요~"
"고마워유!"

병원 인심, 아니 병실의 인심이 후하다는 건 상식이다. 그 아줌마께서 빨리 퇴원하셨으면 좋겠다.

아내를 부축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또 내가 할 일이 태산이었다. 아내를 안방의 침대에 뉘인 뒤 병원서 가져온 물품부터 정리를 시작했다. 이어 빨래를 했으며 밥을 짓고 콩나물국도 끓였다.

설거지에 이어 오늘은 또 야근인지라 잠시 전엔 목욕까지 마쳤다. 이 글을 오마이뉴스에 올린 즉시엔 서둘러 야근으로의 출근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4월 아내의 허리 수술비로는 얼추 600만 원이 나왔다. 오늘 퇴원한 정형외과선 180만 원이 넘는 돈이 지불되었다. 자신의 남편 일이 고단함에도 박봉의 경비원인 점을 봐서라도 더 이상 아내가 안 아프길 진정 소망한다!
첨부파일
SAM_4116.JPG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공모 ‘출·퇴근길의 추억’ 응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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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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