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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
▲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2014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
ⓒ 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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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퀴어문화축제(Korea Queer Culture Festival)'가 행사 2주 전에 갑작스럽게 장소 승인을 취소당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2000년에 시작하여 올해 15회째를 맞이하는 퀴어문화축제는 국내 성소수자들을 지지하고 이들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자 매년 다양한 주제로 문화행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홍대 거리에서 약 1만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역대 최고 참여율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올해에는 "Love Conquers Hate(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6월 3일부터 15일까지 13일간 퍼레이드, 전시, 공연, 파티 등 각종 문화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또한 구글 코리아가 이 축제의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결정하며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하였다.

본래 퀴어문화축제에서는 6월 7일 신촌 연세로에서 여러 단체의 참가자들과 함께 거리 퍼레이드를 펼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를 불과 2주 앞둔 시점에서 서대문구청 측에서 갑작스럽게 행사 장소의 승인을 취소했다는 사실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대해 퀴어문화축제 주최측은 "담당부서인 교통행정과로부터 승인취소를 통보받은 것은 27일이었으나 실제로 승인이 취소된 시점은 26일이었다"라며, "(구청으로부터 통보받은) 사유는 '세월호 관련 국가적 추모 분위기' 때문이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대문구청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퀴어문화축제의 개최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너무 많아서 부득이하게 행사 승인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답변하였다.

관계자는 "행사 승인 취소가 주최 측에 문서로 전달이 되었다"고 이야기하였으나 주최 측에 통보했던 '세월호 사고 관련 추모 분위기'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다시 승인을 할 계획이 없느냐 묻자 "해당 부서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지만, 너무 민원이 많이 제기되어서 안타깝게도 다시 승인을 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서대문구청의 민원 게시판에는 지난 22일부터 퀴어문화축제를 강력히 반대하는 여러 게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동성애 축제에 반대한다', '당신의 자녀가 동성애자가 되면 좋겠느냐' 는 격한 표현을 동원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여러 네티즌들은 "퀴어문화축제 장소승인 취소는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아직도 동성애를 에이즈와 연결 짓다니, 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라며 "내 자식이 동성애자가 될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성소수자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민원 게시판에 올라와있는 행사 반대에 대한 글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전혀 근거 없는 글들을 듣고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구청 측의 결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구청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갑작스럽게 상황이 변했지만, 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은 행사를 취소하지 않고 예정대로 6월 7일에 신촌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홈페이지에 입장서를 올릴 계획"이라며,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었던 행사 준비와 진행계획이 미뤄지게 되어서 축제 퍼레이드 및 부대 행사에 큰 지장을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고 전했다.

15년째 지속되는 축제가 잠시 부딪친 난관으로 인해 한 번에 취소되지는 않겠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그릇된 관념을 담은 민원제기로 인해 이미 승인된 장소를 일방적으로 취소했을 뿐더러 그 이유조차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서대문구청 측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일은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수준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태그:#퀴어문화축제, #인권, #동성애, #서대문구청,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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