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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한 아이들의 뒷모습.(아그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한 아이들의 뒷모습.(아그라로 가는 기차 안에서)
ⓒ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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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되는 기차를 기다리며 어슬렁거리다 보면 인도 기차역의 색다른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가방을 층층이 쌓아 올린 짐 보관소라든가, 밤을 지내기 위한 침실이라든가, 여성들만을 위한 공간이라든가.

담요가 든 투명 비닐가방을 든 인도인이라면, 밤차를 탈 게 뻔하다. 여행자라면, 청테이프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덜커덩거리는 기차의 고장 난 창문 틈새로 들이치는 바람을 밤새도록 옹송그린 채 견뎌야만 할 것이다.

기차역의 인도인들은 때로 피난민 같다. 달리는 기차에 번쩍 올라타 매달려 가는가 하면, 몸보다도 가방을 먼저 창문을 통해 밀어넣기도 한다.

시발역이 아닌 곳에서의 연착은 이미 각오한 일이라는 듯, 지린내가 나는 플랫폼에 퍼질러 앉은 인도인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기차를 느긋하게 기다린다. 밥 때가 되면, 대합실 바닥에 대가족이 빙 둘러앉아 솥 밥을 정겹게 나누어 먹기도 한다.

아무리 지린내를 폴폴 풍기고 셀 수 없이 많은 생쥐들이 선로 위를 날아다니는 인도의 기차역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의 모든 기차역이 그러하듯 가볍게 들뜬 공기의 냄새 역시 품고 있게 마련이다.

떠나는 자들의 뒷모습엔 설레임이 가득하다.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한 아이들의 어깨, 언제라도 열린 공간을 향해 튕겨 나갈 듯 팽팽하게 부푼 아이들의 꿈...

새로운 세계를 향한 두근거림은 공간이동에 대한 두려움을 일찌감치 밀쳐낸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떠나온 곳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은 머지않아 잊게 될 것이다. 두고 온 가족을 떠올릴 때라곤 잠들기 전 기도를 하는 순간뿐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이별은 늘 남은 자들의 몫.

남겨진 자들은 떠나간 자들이 흘려 놓은 약속의 말들이나 흔적들을 한 잎 한 잎 주워들고 마음속 갈피마다 꽂아 놓은 채, 텅빈 자리를 오래도록 서성일 것이다.

가끔은 소식이 들려오겠지, 같은 하늘 아래에 살아 있는 한.

아니라면 소문이라도, 바람을 타고 꽃씨를 타고 날아오겠지. 지루한 일상을 버텨내고 멀고먼 해후를 기다리게 하는 크나큰 힘이 될 것이다. 같은 하늘 아래에 살아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딸이라면, 아들이라면, 세상의 모든 새끼들은, 그렇게 떠나야 하는 거다.

설레임이란, 낯선 곳을 향한 두려움의 다른 이름일지도.(인도의 조드뿌르 역에서)
 설레임이란, 낯선 곳을 향한 두려움의 다른 이름일지도.(인도의 조드뿌르 역에서)
ⓒ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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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년 1월 한달 동안 인도를 여행했습니다.
델리→조드뿌르→아그라→카주라호→바라나시→아우랑가바드(아잔타 석굴)→뭄바이
우리 가족의 여정은 이러했지만, 제 여행기는 여행의 순서를 따르지 않습니다.
엽서 한 장 띄우는 마음으로 씁니다.



태그:#인도, #인도여행, #인도의 기차, #떠나는 아이들, #인도 기차역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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