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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마포구청 가로수에 걸린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
 합정역~마포구청 가로수에 걸린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
ⓒ 오진아 마포구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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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청에서 주민들이 설치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현수막을 일부 수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청은 욕설이나 정치적 내용이 담긴 현수막만 떼어냈다는 입장이지만, 동네 주민들은 지자체가 추모를 위한 움직임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2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과 마포구청 사이 가로수에는 가로 80cm, 세로 150cm 크기의 노란 현수막 20여 개가 줄지어 걸려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생환을 염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래 노란 현수막은 70개 정도가 걸려 있었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지난달 30일 밤에 모여 추모 메시지와 실명이 적힌 현수막을 달았지만, 마포구청은 다음 날 오후부터 이틀에 걸쳐 50여 개의 현수막을 수거해갔다.

마포구청 "교육상 문제 있는 현수막은 수거"

마포구청은 지나친 욕설이나 정치적 성격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만 수거했다고 해명했다. 구청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합정역~마포구청 가로수에 걸린 노란 현수막은) 허가·신고 없이 설치한 불법 현수막이며, 현수막 내용도 순수한 애도 표시보다는 정치적인 구호나 선동하는 메시지가 많았다"며 "도시 미관이 저해된다는 민원이 다수 들어왔기에 불가피하게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합정역~마포구청 가로수에 걸린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
 합정역~마포구청 가로수에 걸린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
ⓒ 오진아 마포구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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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불법으로 걸린 현수막들이지만, 순수한 애도가 담긴 일부 노란 현수막은 굳이 수거하지 않았다"며 "'야 이 개XX들아', '무찌르자 박근혜' 같이 교육상 안 좋은 표현이 담긴 현수막을 두고는 철거하라는 민원이 들어오므로 그대로 둘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과 관련해 정부와 대통령에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현수막 역시 수거한 것으로 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구청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일부 현수막을 수거해갔다는 주장이다. 추모 현수막 걸기에 참여한 정경섭 마포 '민중의 집' 대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이 사고 수습 과정에 불만을 표출하듯, 일반 시민들도 각자의 슬픔과 분노를 담은 것 뿐"이라며 "주민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행정기관 등에 전하는 메시지를 단순히 정치적이라고 치부하며 걷어내는 게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소속인 오진아 마포구의원은 "망원시장-홈플러스 갈등 때 걸린 현수막은 그대로 놔뒀던 구청이 세월호 참사 관련 현수막에만 '불법'과 '정치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주민들이 직접 담은 추모의 마음을 구청이 제 멋대로 해석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현재 합정역~망원역, 마포구청 앞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의 현수막은 전부 수거된 상황이다, 정치적이지 않은 내용이 담긴 현수막도 다 떼어갔다"며 "구청이 눈에 거슬리는 건 전부 없앤 게 아닌가 싶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주민들 실명 걸고 현수막 제작... 추모문화제도 열어

마포구 주민들은 이날 오후 7시 마포구청 앞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문화제를 진행한 뒤 추가로 제작한 현수막 50여 개를 다시 가로수에 걸 계획이다.

마포구 관내 학부모·시장 상인 등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느낀 슬픔과 분노를 직접 말로 표현하자는 뜻을 모아 합정역~마포구청 가로수에 노란 현수막을 걸게 됐다. 지난달 29일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모은 150여 개의 추모 메시지 중 70여 개를 현수막으로 제작한 뒤, 주민 10여 명이 모여 30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가로수에 걸었다.

주민들이 각자 실명을 달고 제작한 노란 현수막에는 "공부만 하다 희생된 형·누나들의 넋을 기립니다", "안타깝고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추모 메시지가 담겼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태그:#세월호, #세월호?침몰, #마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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