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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9일째인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고대병원에서 발인을 마친 단원고 학생의 운구차량이 장지로 이동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9일째인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고대병원에서 발인을 마친 단원고 학생의 운구차량이 장지로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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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9시 30분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 B102호 분향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생 김아무개양의 빈소가 꾸려졌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최아무개양의 발인식이 끝난 지 1시간 30분만이었다.

김양의 빈소에서 부모와 가족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복도까지 퍼졌다. 하지만 김양의 큰아버지인 김아무개씨는 장례식장 밖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담배연기만 내뱉었다. 그는 "우리 조카가 차가운 바다에서 인양된 후 안산에 올라온 지 이틀만에야 빈소가 차려졌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106번째 사망자는 안치실에서 이틀을 보냈다

김양의 시신은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6일째였던 지난 22일 낮 수습됐다. 그는 이 사고의 106번째 사망자로 기록됐다. 김양의 시신은 부모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깨끗했다. 신원이 확인된 김양의 시신은 고려대 안산병원으로 향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김양의 어머니는 목포에서 택시를 타고 안산으로 향했다. 김양의 시신은 이날 오후 10시께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유가족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장례식장은 "빈소를 마련할 공간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인근 장례식장에서도 바로 빈소를 마련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양 어머니의 건강 때문에 다른 지역의 장례식장으로 이동할 여유가 없었다. 결국 김양의 가족은 고인의 시신을 이곳 장례식장의 안치실로 옮겼다. 집이 구미인 김씨는 조카를 떠날 수 없었다. 그는 장례식장 소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튿날에도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김씨가 장례식장에서 하루를 더 보낸 뒤에야 김양의 빈소가 마련됐다. 김양의 발인식은 26일로 예정됐다. 이날 오전 빈소가 마련된 나머지 4명의 학생들 역시 김양과 사정이 같았다.

김씨는 "정부가 너무 무관심하고 괘씸하다"면서 "시신을 안산으로 보낼 때, 정부 당국에서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를 한 통화라도 했으면 이렇게 헛걸음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산시 재난종합상황실에 따르면, 안산에는 13개의 장례식장이 있다. 모두 55곳의 빈소를 마련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뿐 아니라 일반 사망자들도 많은 탓에 빈소가 부족하다는 게 안산시 쪽의 설명이다.

재난종합종합실 관계자는 "사망자에 비해 빈소가 부족해, 현재 단원고 학생 시신 10여구가 안산지역 장례식장 안치실에 누워있다"고 밝혔다. 사망자를 수습한 유가족들에게 안산지역 장례식장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진도 현장에 나가 있는 안산시청 공무원들이 경기도 시흥·수원 쪽 장례식장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태그:#세월호 침몰 사고, #빈소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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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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