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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자궁> 책표지
 <안녕, 나의 자궁> 책표지
ⓒ 나무를 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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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을 넘기며 여자 친구들끼리 몸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2~3년 전부터 생리가 불안해졌다는 친구들이나 이미 완경(폐경)을 했다는 친구들도 나날이 늘고 있다. 심지어는 자궁적출과 같은 큰 수술을 했다는 친구 소식도 가끔 들려온다.

"이젠 쓸모도 없는데 가지고 있어 봤자 자궁암 같은 병만 만들 뿐이니, 한 번 혹이 발생한 사람은 또 발생할 가능성이 많으니 자궁 적출을 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라고 의사가 권해서. 생리도 안하니 자연 피임이 되고 그래서 했어."     

지난해 한 친구가 자궁에 1cm 가량의 혹이 생겨서 자궁적출을 했노라 했다. 십여 년 전에 자궁에 혹이 생겨서 수술을 하지 않고 레이저로 지졌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는지라 "왜 자궁까지 들어냈는가?" 묻자 친구는 이처럼 대답했다.

자궁이나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은 여성의 몸에 큰 충격을 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자궁근종 진료환자 수는 28만 여명, 자궁적출술은 1만 4549건, 자궁근종절제술은 1만 1769건으로 매년 2만 5000명가량이 자궁수술을 받았다. 미국 60대 이상 여성 3명 중 1명꼴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프랑스는 18명 중 1명만이 수술을 받았다. 이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안녕, 나의 자궁>에서

여성의 몸 혹은 건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 한의사 이유명호씨가 쓴 <안녕, 나의 자궁>(나무를 심는 사람들 펴냄)은 한 번 어긋나면 회복도 치료도 어려운 여성의 몸과 건강한 성을 위한 일종의 지침서다. 이 책을 읽으며 "있어봤자 병만 생기니 아예 잘라내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라는 의사의 권유로 자궁적출을 한 친구가 의료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연분만을 적극 권장, 부득이한 경우에만 제왕절개 분만을 권한다. 그런데 제왕절개로 분만을 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첫아이를 출산하던 1990년대에는 자연분만으로 출산할 경우 질이 느슨해져 부부생활에 만족감이 적다는 말이 진실인 것처럼 회자되어 제왕절개를 선호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는 자연분만을 많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이용한 분만은 얼마나 될까? 2012년 제왕절개수술로 분만한 비율은 36.5%. 2011년에 비해 0.5% 상승했다고 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인 15%의 2배가 넘는 비율이다. 그런데도 2010년부터 제왕절개수술 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란다.

우리의 제왕절개수술 비율은 왜 이토록 높은 걸까? 책에 의하면 '고령산모가 늘어난 탓도 있다. 병원에서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안 돼서 제왕절개를 해도 추가비용을 못 받는 건강보험 시스템 때문에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지적하기도'이다.

여하간 제왕절개수술로 인한 분만이 자궁을 병들게 함은 물론이다. 오로가 깨끗이 빠져나가고 자궁수축이 잘 되어 회복이 빠른 자연분만과 달리, 제왕절개는 산후감염증 위험이 높고, 유착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자궁수축도 더디며 통증과 출혈에 합병증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궁에 버섯 같은 근종이나 풀립, 난소에 메추리알 같은 물혹이 있는 여성을 30%에서 50% 정도로 추정한다. 자궁이 '작은 버섯들이 돋아난 정원'같다는 시인도 있었다. 혹 중에는 근육에 파묻혀 통증 없는 것이 훨씬 많다. 이들은 완경이 되어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감소하면 자연히 자궁과 함께 줄어들어 평생을 조용하게 마감한다.

자궁내막증의 치료를 결정할 때 고려할 점은 나이, 증상, 발병위치, 통증 정도, 임신 희망 여부, 가족력, 호르몬 치료 경험 등이다. 보통 내막종이 4cm 이상이면 수술로 제거한다.
- <안녕, 나의 자궁>에서

또한 내 친구의 경우처럼 1cm짜리 혹은 수술을 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치료가 가능하단다. 자궁내막증의 내막종도 4cm 되는 것이나 수술로 제거한단다. 이러니 1cm짜리 혹으로 자궁적출을 한 내 친구가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그런데 내 친구처럼 돈벌이에 희생되는 여성들이 꽤 많은가 보다. 책에 '한국여성민우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궁적출술 이후 후유증을 앓고 있는 여성 중에는 수술 전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사람도 많고, 심지어는 혹의 크기와 성질, 위치도 자세히 알지 못한 환자까지 있었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자궁내막증은 왜 발생하는 것이며 바람직한 치료는? 자궁의 혹, 꼭 수술을 해야만 하는가? 치료 후 근종이 재발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궁과 난소 적출 수술을 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은? 건강한 자궁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이 책은 '자궁 지키기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현실을 '자궁수술 권하는 사회'라 지칭,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궁 관련 질병들을 설명, 바람직한 치료법과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 등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여성암 1위라는 보도가 나온 갑상선암, 2012년에만 110만 명 기록했는데, 5년 생존율 100%란다. 진행속도 느린 '거북이 암' '착한 암'으로 불린다지만 왜 이렇게 환자수가 늘어난 걸까?

"실제 많아진 게 아니고 종합검사 할 때 장비가 발달하다보니 아주 작은 미세암도 잡아내서 환자가 늘어난 거예요"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건강검진과 발달한 진단기기의 이용으로 1~2mm의 극소암마저 샅샅이 잡아내고 있어서 늘어났다는 것. 그러니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발병률 세계 1위, 여성암 1위 이런 통계는 문제가 있다는 말씀. 그럼 갑상선암은 무서운가? 이 암은 목에 멍울이 생긴 다음에 진단해 치료해도 10년 생존율이 95% 이상인 그야말로 순한 암이란다. 심지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조기진단을 안한다. 발견된 모든 갑상선암은 수술로 갑상선부터 잘라내나? 아니다. 갑상선은 중요한 호르몬 생산기관이기 때문에 적출하면 그 후 삶의 질과 건강 관리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다.
- <안녕, 나의 자궁>에서

갑상선 관련 문제들도 자궁암과 유방암, 완경과 갱년기 등과 함께 여성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것. 여성이 남성보다 10배 가까이 많고, 여성암 1위가 갑상선 암이기 때문이다.

암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갑상선암이 진단되면 수술 등과 같은 방법으로 하루라도 빨리 치료해야만 하는 것으로, 그렇지 않으면 다른 암들처럼 다른 부위로 전이되어 심각한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착한 암으로 알려졌음에도 자신의 문제가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이리라.

나 또한 그 중 한사람이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자궁암이나 유방암과 함께 막연히 불안해 했을 것이다. 여성암 1위라니 그만큼 발병에 가까우니까 말이다. 그러나 진단조차 아예 하지 않는 나라까지 있단다. 그러니 여성암 1위이나 나도 걸릴 가능성이 많다는 막연한 불안은 이제 말끔히 털어 버리고, 갑상선 문제 예방책으로 책에서 알려주는 '신진 대사를  좌지우지하는 갑상선 애무법'을 실천하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리라.

책은 이처럼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4부로 나눠 조목조목 들려준다. 1부에서는 여성들의 건강을 해치는 좋지 못한 생활습관이나 성생활 등과 함께 여성의 몸 전반에 대해, 2부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자궁이나 갑상선 관련 문제(질병 등)들이나 유방암, 우울증 등에 대해 다룬다.

완경, 즉 폐경과 갱년기 문제도 여성들을 막연히 불안하게 하는 문제. 3부 '쫄지마, 갱년기!'에서는 갱년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골다공증과 호르몬제 복용 관련, 치매예방 등에 대해 들려준다. 마지막 4부에선 여성만의 질병들을 이겨낸 실 사례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건강한 몸과 건강한 생활에 대해 다룬다.

<안녕, 나의 자궁>은 모르기 때문에 막연히 불안해 하기 쉬운 여성의 몸 그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돋보이는 것 중 하나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속 실천법 등을 모든 주제마다 덧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겪는 질염이나 생리통부터 유방암이나 갑상선암 등을 예방하는 애무법 등을 수록하고 있다.

이런 이 책은 그야말로 여성들의 건강한 몸과 생활, 건강한 성을 위한 종합 지침서다. 책을 읽는 중 알고 있는 몇몇 남성들에게 SNS를 통해 책의 존재를 알려줬다. 아내에게 혹은 애인에게, 그리고 딸에게 한 권씩 선물했으면 좋겠다는 짧은 메시지와 함께. 이 책에 대한 이런 애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특히 내 딸과 같은 20대 여성들은 무조건 읽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안녕, 나의 자궁>(이유명호)| 나무를 심는 사람들 | 2014-03-17 |15,000원



안녕, 나의 자궁 -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한 여자로 사는 건강법

이유명호 지음, 나무를심는사람들(2014)


태그:#자궁, #이유명호, #갑상선암, #여성암, #자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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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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