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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2292명이 응시하여 그 중 67.62%인 1550명이 합격했다. 제1회 변호사시험에서는 1665명이 응시하고 그 중 1451명이 합격하여 합격률이 87.15%였고, 제2회 변호사시험에서는 2046명이 응시하고 그 중 1538명이 합격하여 합격률이 75.17%였다.

이처럼 합격률이 매년 떨어지는 이유는 로스쿨 입학 정원은 2000명인데 반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수 기준은 1500명이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로스쿨 입학자 중 500명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없고, 불합격자가 누적되면서 응시자 대비 합격자 수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로스쿨 졸업생에게 변호사 시험 응시 기회는 모두 5번 주어지므로 결국 합격률은 50%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로스쿨 입학자 2000명 중 1000명은 불가피하게 로스쿨에서 3년 교육 받은 후 변호사 시험에 5번 계속 떨어져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도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하는 꼴이 될 것이다.

시험에만 매달리는 로스쿨... 실무교육과 사회봉사는 어디로

2012년 1월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 제1회 변호사시험을 치른 1기 로스쿨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1기 로스쿨 출신을 대상으로 3~7일 시행되는 변호사시험에 1천698명이 지원해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2년 1월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 제1회 변호사시험을 치른 1기 로스쿨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1기 로스쿨 출신을 대상으로 3~7일 시행되는 변호사시험에 1천698명이 지원해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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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가 의사를 양성하는 곳인 것처럼 로스쿨은 변호사를 양성하는 곳이다.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된다면 사회의 눈초리와 열등감 때문에 '로스쿨 폐인'이 되기 십상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로스쿨 폐인으로 전락하는 사람이 매년 1000명씩 나오게 되는 것이다.

로스쿨에 입학하는 2000명은 매우 우수한 인재들이다. 전국적으로 뛰어난 능력과 자질을 지닌 젊은이들이 로스쿨에 입학한다. 그런 인재들을 매년 1000명씩 폐인으로 만드는 제도가 과연 합리적인 제도인가? 이는 지나친 국가적 손실이 아닌가? 아니 국가적 손실을 논하기 전에 인권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응시자 대비 합격자 수가 점차 떨어짐에 따라 전국의 로스쿨들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변호사 시험에만 목을 매달면서 로스쿨의 고시학원화로 치닫고 있다.

필자는 제주대 로스쿨에서 리걸 클리닉(legal clinic)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리걸 클리닉 수업은 실무교육과 사회봉사를 목표로 한다. 로스쿨 학생들은 리걸 클리닉 수업을 통해 실제사건을 직접 다루면서 소송실무능력을 키우고, 소상공인, 자영업자, 농어촌지역주민 등에 대한 무료법률상담, 사회적 약자의 인권옹호를 위한 법률활동 등의 사회봉사경험을 갖는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필자는 변호사의 사명에 충실한 변호사를 양성하는 것을 꿈꾸며 리걸 클리닉 수업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필자의 꿈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리걸 클리닉 수업은 변호사 시험에 직접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로스쿨의 고시학원화가 강화될수록 수업이 형식화될 운명에 처해 있다. 모두가 변호사시험 합격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실무교육과 사회봉사가 이뤄지겠는가? 실무교육과 사회봉사를 할 시간에 변호사 시험 공부를 하도록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나 실무교육과 사회봉사를 외면한 채 변호사 시험에만 매달려 합격한 학생들이 과연 변호사의 사명에 충실한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결국 로스쿨은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변호사들만 양성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게 되면 로스쿨 입학자 2000명 중 1000명은 로스쿨 폐인이 되고, 나머지 1000명은 변호사의 사명도 모르는 자기중심적인 변호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국민이 불행해지지 않을까? 정말 답답한 상황이다.

로스쿨 입학정원 10% 감축, 합격자수 10% 증원하자

그렇다면 로스쿨 폐인을 최소화하고 로스쿨 교육을 정상화시켜 변호사의 사명에 충실한 변호사를 양성할 방법은 없는가? 방법이 없지는 않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수 기준을 1800명 정도로 늘이면 된다. 그 정도가 되면 변호사 시험은 실질적인 자격시험이 되어 로스쿨 폐인이 최소화되고 로스쿨 교육도 정상화된다. 그러나 변호사 측은 변호사 시장의 포화 등의 이유를 들며 합격자수 기준을 늘리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대안으로 로스쿨 입학정원을 10% 감축하는 대신에 변호사 시험 합격자수 기준을 10% 증원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로스쿨 측과 변호사 측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로스쿨 입학정원은 현행 2000명에서 1800명으로 줄고, 변호사시험 합격자수 기준은 1500명에서 1650명으로 늘어 마찬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법조계가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볼 때 변호사를 제대로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로스쿨 폐인을 최소화하고 로스쿨교육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신용인님은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태그:#로스쿨, #변호사, #기본적 인권, #사회정의, #법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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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헌법가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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