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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의혹 재판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47. 4급) 과장과 국정원 협조자 김아무개(61)씨를 구속기소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위조 회신이 온지 46일만이자, 진상조사를 수사체제로 공식 전환한지 24일만이다.

[새로운 조작] 탄로나는 날까지 문서 조작한 국정원

사진은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씨와 그의 가족 출입경기록에 찍힌 도장이 원본과 다르다는 내용. 중국대사관은 변호인단의 사실조회 요청에 '검찰쪽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답했다.
 사진은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씨와 그의 가족 출입경기록에 찍힌 도장이 원본과 다르다는 내용. 중국대사관은 변호인단의 사실조회 요청에 '검찰쪽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답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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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 수사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위조 문서 외에도 국정원이 끝까지 또다른 문서를 조작하려 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의 공소장에 의하면, 올해 2월 김 과장의 부탁을 받은 김씨가 중국에서 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 출입경관리국 명의 '출입경기록'과 '공증서'를 위조했다. 두 문서가 위조된 날짜는 각각 올해 2월 9일과 13일로, 중국 정부가 한국 법원에 위조 회신을 보낸 날짜(2월 13일)와 같은 시기다. 국정원은 중국 정부의 회신에 의해 조작 사실이 탄로나는 마지막 날까지 위조 사실을 덮기 위해 새로운 위조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문서는 유우성씨 변호인 측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반영해 더욱 교묘하게 위조됐다. 발급기관도 기존 위조됐던 출입경기록(허룽시 공안국 출입경관리과)과 달리 변호인측이 제시했던 문서와 동일한 기관(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 출입경관리국)이고, 공증서 양식도 변호인측이 받아왔던 것과 같은 형태였다.

내용도 기존에 위조됐던 '출-입-출-입'이 아니라 변호인측 정식 발급 문서와 똑같이 '출-입-입-입'으로 기재된 상태에서, 다만 주석 부분을 "리우지아강(유우성의 중국식 이름-기자주)이 2006. 5. 23은 출경, 2006. 5. 27은 입경 후 당일 출경, 2006. 6. 10은 입경한 사실을 증명한다"고 국정원과 검찰 주장에 부합하도록 조작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7일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검찰 '국정원 조작 은폐' 뒷받침하는 출입경기록 입수)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는 반쪽 수사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부실 수사 논란] 첫 번째 조작 문서 공소사실 제외...국보법 12조도 적용 안해

무엇보다 김 과장과 김씨에 대한 범죄사실에 문제의 '출-입-출-입' 출입경기록 문서가 제외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 문서는 당초 조작 의혹이 제기된 세 가지 문서 중 제일 첫 번째 것으로, 이 조작 사실을 덮기 위해 다른 연쇄 조작을 불러온 핵심 문서다. 공소사실에는 김 과장이 2013년 10월 중순경 중국 내 협조자 김아무개씨로부터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다고만 언급되어 있을 뿐,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위조됐는지에 대해 전혀 적시되어 있지 않다. 두 사람의 공소사실에는 이 문서 조작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검찰의 공소장에는 모든 조작을 김 과장과 자살을 시도했던 국정원 권아무개 과장(4급), 국정원에서 주선양총영사관에 파견 나가 있는 이아무개 영사(4급)가 공모한 것으로 되어 있어, 그 윗선에 대한 수사에 진척이 없음을 드러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팩스로 보내졌던 허룽시 공안국 명의 '회신 공문(두번째 조작 문서)'은 김 과장과 권 과장이 공모한 것으로, 싼허변방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세번째 조작 문서)'은 김 과장과 김씨가, 세 번째 조작 문서에 대한 이 영사의 확인서는 김 과장과 권 과장과 이 영사가 공모한 것으로 검찰은 결론 내렸다. 또한 새로 밝혀낸 위조 '출입경기록'과 '공증서' 역시 김 과장과 김씨의 소행으로만 나타나있다.

예고됐던대로 검찰은 국가보안법상 12조 무고·날조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국정원 협조자 김씨의 혐의는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모해위조증거사용,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적용됐고, 국정원 직원 김 과장의 혐의는 여기에 허위공문서작성과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가 추가됐다.

검찰 혐의점은 전혀 안 나타나... 참여연대 "참담한 결과, 특검 도입해야"

국정원과 함께 검찰도 조작 사실을 알고 있던 아니냐는 의혹이 짙지만, 공소사실만으로 보면 담당 검사들은 모르고 있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문서의 문제점을 적극 지적한 인상을 풍긴다. 공판 담당 검사는 2012년 11월경 권 과장이 비공식적으로 구해온 출입경기록을 발급날짜와 관인이 없다는 이유로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고, 2013년 10월 중순경 문제의 첫 번째 위조문서에 대해서도 실제 발급 여부를 확인하려 했다는 것이 공소장 내용이다.

김 과장과 김씨를 우선 사법처리한 검찰은 국정원 '윗선'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관련된 검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수사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것으로 보여 부실·반쪽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예상되었지만 참담한 결과"라며 "누가 지시했는지, 왜 기획했는지 등 사건의 실체가 검찰수사로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검찰이 스스로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겠다면, 방법은 특검 하나 뿐"이라며 "국회는 독립적인 특검을 반드시 도입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기소결과만으로도 증거조작 기관장으로서의 책임을 물어 남재준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무리한 점이 많다며 재판과정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국정원, #검찰, #증거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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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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