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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13일 오후 3시 50분]

"금리 인상이든 인하든 동결이든 사회 정책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함께 있는 것이고 정답이 없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과 그 결과 중 하나로 나타난 역대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그러나 그는 지난 4년간 통화정책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자평과 함께 "사회정책에는 정답이 없다"는 미묘한 답변을 내놨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마지막 통화정책 설명 기자간담회는 그렇게 끝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만장일치로 3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째 금리동결 조치다.

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하며 지난 4년간의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소상히 답했다. 그는 지난해 1000조 원을 돌파한 국내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하반기 이후 더 좋아질 것으로 평가했다.

역대 총재들처럼 마지막 달에는 '금리 동결'

이날 금통위 결정에 앞서 금융시장에서는 대부분 금리 동결을 점쳤다. 지난달에 비해 특별히 금리를 조정해야 할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이어갔고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도 전월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김 총재가 임기 마지막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변동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도 고려됐다. 임기를 다 채우고 떠난 전임 이성태 총재와 박승 총재도 마지막 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아래 한은)의 결론도 비슷했다. 한은은 "앞으로 세계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나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 및 신흥시장국 성장세 약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국내 경기가 더욱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김 총재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중국은 7.5% 경제성장을 전망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경제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어 좋아진다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1, 2월 달에 월 수출액이 20억 달러를 넘었는데 세계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양호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가계부채가 금융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 크지 않아"

금리동결 배경 설명 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평소보다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김 총재는 한은이 가계부채 문제 조정에서 통화 당국으로서 제역할을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가계부채가 증가되지 않았으면 한국이 어떻게 되었을 것인지 봐야한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전 세계 경제를 보면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든 부채가 늘어나면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는 가계 분야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회복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김 총재는 "3~4년 전에는 신흥 시장국이던 한국경제가 지금은 한 단계 높은 수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가계부채 해법에 대해서는 "부채보다 성장이 빨리 늘어서 소프트랜딩(연착륙)하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자체가 금융 안정을 위태롭게 하고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말도 했다.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장치가 있기 때문에 가계 부채가 임계점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총재는 특히 가계 부채 문제로 통화당국이 금리를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정부 부채와 기업 부채는 경제 위기로 갈 확률이 높지만 가계 부채에 대한 통계자료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부채 총량 규제라는 측면에서는 금리인상이 효과가 있겠지만 금리결정을 가계 부채 대상으로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인 연 2.5~3.5%에 장기간 미달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한은의 역할은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고착화시키는 것이고 현재 기대 인플레이션은 2.9%"라면서 "물가가 목표 범위에 없다고 해서 이를 정책 실패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되려면 모든 분야에서 물가가 떨어져야 하는데 지난 석 달 동안 근원물가 인상률이 1.7%였다"면서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중수 총재는 지난 2010년 4월 이성태 전 총재의 후임으로 취임했다. 임기 동안 총 48회의 금통위를 주재했으며 기준금리를 5번 인상하고 3번 인하했다. 동결 횟수는 40회였다. 그는 이번 달로 4년 임기를 채우고 한은을 떠난다.


태그:#한은, #김중수, #한국은행, #금통위, #금리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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