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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사회학은 스마트폰에 잡힌 우리 사회의 보편화된 인식이나 현상을 다루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송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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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낮에 '대통령'이 사지를 묶인 채 길가에서 함부로 펄럭이고 있다. 그 아래를 보니 '참숯 대통숙성 수제 돼지갈비 전문점' 상호다. 감히 누구라서 지엄하신 대통령을 한낱 돼지 갈빗집 이름 따위에 갖다 쓸 생각을 했을까. 하긴 따지고 보면 그까이꺼 면장이나 군수처럼 하고많은 직책 중 하나일 뿐이니 못 쓸 것도 없겠다.

그 권한이 얼마나 지엄하고 막강하며 방대한지를 사오정을 비롯한 이 땅의 수많은 '행인1, 2'들이 어찌 알 수 있으랴만, 들리는 말로는 거의 모든 '행인 1, 2'들이 주야장천 오매불망 목매고 살아가는 '월 급여'로만 따지면 그 자리도 별거 아니란다. 아니, 아니다. 수천억씩 빼돌렸던 '분'들도 계셨던 걸 봐서는 월급이야 본디 '껌값' 수준에 불과했을 터이다.  

말 나온 김에 역대 대통령 이름을 늘어놓으면,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에 우리나라 제18대이자 '최초의 준비된 여성 대통령' 박근혜까지 머릿수로는 열하나다. 그중 이승만이 3회, 박정희가 무려 5회, 전두환이 2회 연임했다. 그러고 보니 전체 18회 중 '양박'이 1/3인 6회를 나눴다. 명문가가 따로 없다.

자칭 타칭 '국부'였던 첫 대통령은 4·19혁명 직후 미국으로 쫓겨나 쓸쓸한 말년을 보내다가 남의 나라 땅에서 숨을 거뒀다. 5·16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지금 대통령의 아버지이신 그 분은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졌다는 일부 평가가 있긴 하지만 '시월유신'을 밀어붙여서 영구독재를 획책하다가 결국 술자리에서 부하가 쏜 총탄을 맞고 유명을 달리했다.

엉겁결에 그 자리를 떠맡았던 이는 쿠데타 주역들의 꼭두각시였으니 논외로 친다. 육사 출신에 '절친'이었던 두 사람은 퇴임 후 얼마 못가 포승줄에 묶인 채 고무신을 질질 끌고 법정에 나란히 끌려나옴으로써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인물로 등극했다.

3당 야합을 통해 고질적인 '대통령병'을 치료하신 그 분이야 사람이 무식하면 얼마나 용감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 말고는 달리 한 일이 없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국민 대다수가 '민주 정부'라고 인정하는 시절의 대통령은 김대중과 노무현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지금 세상에 없다. 김 대통령은 사실상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보다 훨씬 젊은 노 대통령은 젊은날에 꿈을 키웠던 부엉이 바위에서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했다.

현직을 뺀 역대 대통령 중 말년(사후 포함)이 가장 행복한 이는 누굴까. 존재감으로만 따지면 종신을 꿈꾸었던 그분 아닐까 싶다. 경제발전 업적을 찬양해마지 않는 이들에 빙의해서 그 딸까지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더구나 지금 그는 일부 지역 사람들에게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들'을 능가하는 '반신반인'으로까지 추앙받고 있지 않은가.

힘없는 이들 편에서 우리나라 민주발전에 헌신했던 두 대통령이야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겠지만, 신간 편하기로는 다음 두 분이 누리는 행복지수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 같다.

머리에 든 것이 없다는 걸 '행인 1, 2'뿐 아니라 사오정까지도 '학실히' 아는데도 무슨 대단한 선견지명이라도 가진 것처럼 가끔 언론에 나와서 소도 웃을 소리를 하는 바람에 역대 대통령들의 품격을 떨어뜨리기 일쑤인 그 분하고, 국정원까지 동원해서 대통령 만들어주었으니 신변보장보험 하나는 확실하게 가입해 두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로 그 분을 말하려는 것이다.

'학실히' 그 분은 사오정하고 맞바둑 급인 생각의 수준으로 미루어 장수만세를 부를 게 틀림이 없고, 쥐를 닮은 한 분은 전문 라이더 차림으로 4대강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뿌듯하게 맞으며 자전거 페달을 매일 힘차게 밟고 있으니 만수무강의 터는 윤기나게 닦아 놓은 셈이다.

기왕지사 '참숯 대통숙성 수제 돼지갈비 전문점'에 한번 왕림하셔서 '대통령 돼지갈비'나 한 오 인분 맛나게 뜯으시고 이빨만 잘 쑤셔주면 혹시 아는가, 뭐 바를 때까지 그 옥체를 오래오래 보존하시게 될지….

덧붙이는 글 | 송준호님은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입니다.



태그:#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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