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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와 안전 불감증의 극치

오늘 아침 톱뉴스는 온통 간밤에 일어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에서 일어난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참사사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려는 꽃다운 예비신입생들 100여 명이 한 순간에 사상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형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방 후 이런 참사들은 거듭 반복돼 왔다.

1970년대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70여 명이 사상했다. 그 이후에도 금화, 우암상가아파트 등, 대형 붕괴사고는 계속 꼬리를 물었다. 아파트만 무너진 게 아니었다. 1994년 10월에는 겉으로 멀쩡한 성수대교가 한 순간에 절단된 것처럼 한강으로 떨어져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준공을 앞둔 신행주대교가 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 내렸으나 그나마 통행하기 전이라 인명피해가 피해가 없는 게 다행이었다.

1995년 6월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대한민국 부실공사의 극치요, 우리 건설문화의 부패상을 단면에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사고로 500여 명이 사상했는데, 그 무렵 특히 건설업계에서 부실공사 척결과 안전 불감증에 대한 근원인 처방이 각계로 전파된 듯했지만 작심삼일로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다.

용정시 인민정부 청사로 쓰이고 있는 옛 용정일본총영사관 건물
 용정시 인민정부 청사로 쓰이고 있는 옛 용정일본총영사관 건물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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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세운 건물들

내가 10여 년째 국내외 항일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지은 건물들을 보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04년 6월 1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에 갔을 때다. 그때 용정시 인민정부청사로 쓰고 있는 옛 용정 일본총영사관 건물이 1920년대에 건설했다는데 건물은 물론 건물 밖 담까지 80년이 지났는데도 금 하나 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용정 인민정부 청사 담
 용정 인민정부 청사 담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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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건물을 바라보며, 솔직히 이 점이 바로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게 강점당하여 신음하였던 원인의 하나였다고 진단했다.

나는 이 사실 앞에 우리는 솔직히 일본을 인정하고, 배울 건 배우고 그들의 침략성은 규탄해야 우리가 그들을 이기거나 대등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뒤 창춘과 다롄(대련)에서도 일제가 남긴 숱한 건물들을 봤는데 아직도 말짱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도 남아있는 서울 역 건물이나 1995년 역사바로세우기로 허물어버린 중앙청 건물(옛 조선총독부)들은 숱한 세월이 흘러도 튼튼했다.

일본 후쿠오카 박물관에 가 봤더니, 고대 일본은 한반도에서 농사와 농기구, 청동기 등 문화를 받아들였다고 그 유물과 사실들을 기록 보존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 도쿄에 있는 국립박물관의 가장 으뜸 소장품은 우리나라 고려청자다.

그렇다면 이런 우수한 솜씨를 가진 우리나라가 어쩌다 졸속과 저질, 부실의 극치를 이루었을까? 그것은 해방 후 정통성이 없는 지도자들이 자신의 임기 내 우선 가시적인 업적을 보여주기 위해 졸속의 극치를 이룬 결과다. 한 예를 들면 임기 내 주택 200만 호 건설이라든지, 임기 내 4대강 사업 완료, 숭례문 건설 등이다.

그것도 규정대로 자재를 쓰고 공기에 맞게 시공 건설했다면 다소의 부실은 막을 수 있으련만 우선 공사대금에서 정치헌금, 비자금 등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공사대금이 줄어들고,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여 공사현장에서는 50퍼센트 정도의 공사비를 쓰기에 날림공사 부실공사를 면치 못하여 공사 때부터 대형 사고를 안고 있었다.

다롄 인민정부 청사로 쓰고 있는 옛 일본 관동주청 건물
 다롄 인민정부 청사로 쓰고 있는 옛 일본 관동주청 건물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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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면 개혁해야

1960년대 내가 전방에서 소총소대장을 하면서 목격한 바, 당시 전방 미군들이 철수하면서 그들의 퀀셋 막사를 뜯은 것을 우리 군 막사로 새로 짓는데, 그 기초공사는 현지부대에서 담당했다.

그 시공 설계도면에는 시멘트가 21포로 되어 있었는데 현지부대에 도착한 시멘트는 14포였다. 그 일을 해야 하는 병사들의 술값이나 찬값은 전혀 배정되지 않자 현장에서 일하는 하사관들과 병사들은 몰래 철조망 밖으로 시멘트를 빼돌려 그들 회식비로 썼다. 그러다 보니 정작 기초공사에는 10포의 시멘트도 들어가지 않았다. 비단 이런 일이 거기서만 이루어졌겠는가.

겉만 번질 했던 졸속문화가 마침내 부메랑이 되어 재앙을 낳고 있다. 지난날 건설 현장 십장 출신이 대통령을 한 나라다. 솔직히 이 글을 쓰는 나도 그 부패 졸속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새 정당 새로운 정치지도차가 요구되는 이 시점이다.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이 나라의 부정 부패 졸속 문화를 근원적으로 척결치 않는 한 앞으로도 이와 같은 재앙은 반복될 것이다.

나라의 근본을 바꾸자. 우선 기존의 정치인들부터.


태그:#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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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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