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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와 유엔자원봉사단(United Nations Volunteers, 아래 UNV)과의 협의에 따라 지난해 9월 청년봉사단(Youth Volunteers) 선발 공고가 났다. 나는 4개월간의 긴 전형과정을 거쳐 청년봉사단에 최종 선발돼 이달 중순 DR 콩고로 떠난다. UNV는 UNDP 산하기구로서 자원봉사를 통해 유엔의 이상 실현에 공헌하는 유엔기구다. UN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내가 경험한 일련의 인터뷰 과정을 몇 차례로 나눠 전한다. - 기자 말

아프리카, 구호·구제의 대상으로만 여겨도 될까

지난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서아프리카팀에서 연수 모니터링 인턴으로 일했다. 일을 하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기보다 되레 더 증폭됐다. 하나의 궁금이 풀리면 두 개의 궁금이 뒤따라왔다. 그동안 내가 아프리카에 대해 얼마나 피상적으로만 알아왔는지 깨달았다. 아프리카에서 온 연수생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듣는 질문이 있다.

"우리나라 와본 적 있으세요?" 

이 말이 때로는 '제발 와주세요'라는 의미로 들리기도 했고, 때로는 '와보지 않은 당신이 우리를 어떻게 알아?'라는 힐난으로 들리기도 했다. 이런 질문을 받은 날, 나는 어김없이 그가 속한 나라의 국가 개황을 살폈고, 그가 자란 지역의 사진을 찾아 궁금증을 달랬다.

외국에서 만난 사람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했을 때 나 같은 경우에는 모멸감 같은 기분이 살짝 스쳤다. 그리고 속으로 그의 무지함을 욕하며 모멸감을 상쇄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 대해 그들이 상식으로 여기는 것조차에 대해서도 갸우뚱했을 때 그들 역시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를 향해 욕을 했을 수도 있다.

아프리카는 여러 얼굴을 가진 대륙이다. 우리는 그중에서 지금까지 절망의 얼굴만을 보아온 것이 아닌지를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는 여러 얼굴을 가진 대륙이다. 우리는 그중에서 지금까지 절망의 얼굴만을 보아온 것이 아닌지를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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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봉사활동 및 여행 목적으로 방문했던 북부 아프리카를 제외하고는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물론 한국과 아프리카 간의 외교 역사가 짧고,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다른 대륙보다 알려진 게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54개 국가와 수천 개의 종족이 모여 살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는 앞으로도 아프리카에 대한 오해와 곡해는 계속될 것 같았다. 

영양실조에 걸려 배가 나온 아이가 울고 있는 모습. 그것이 아프리카 사람들 대다수의 실상일까? 그들을 구호나 구제의 대상으로만 여겨도 마땅할까? 

나는 그들만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행복이 그곳에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도와줘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보다 '같은 지구촌에 살고 있는, 나와 동일한 시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엔 청년 봉사단에 꽂히다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나 흔히 '블랙 아프리카'라고 불리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발 사업은 그 규모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개발 사업들을 한국에서는 그 내용을 자세히 알기 어렵다. 보고서나 수치 속에 그 실상이 고스란히 담겼을까?  

아프리카의 여러 연수생을 만나면서 생긴 궁금증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개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이러한 노력의 수혜자에 대한 궁금증으로 퍼져나갔다. 그들의 삶은 개발로 인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바뀌었다면 긍정적인 변화였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우리나라 와 본적 있으세요?" 이 질문 속에 담긴 그들의 속내가 맞다. 가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또한 그들은 누구인지, 꿈은 무엇인지, 가족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직접 묻고 싶었다. 그 욕구가 극에 달했을 때, 외교부 누리집에서 유엔 청년 봉사단(UN Youth Volunteers) 모집 공고가 났다.

직접경험의 중요성

또한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대륙이다. 그동안 모든 색을 모두 섞어서 만들어진 '검정'만을 보아온 것은 아닌지. 이제 각각의 고유한 색에 집중할 필요를 느낀다.
 또한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대륙이다. 그동안 모든 색을 모두 섞어서 만들어진 '검정'만을 보아온 것은 아닌지. 이제 각각의 고유한 색에 집중할 필요를 느낀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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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가보고, 참여해서 시행해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나는 각 나라의 민족과 문화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해결도 직접 참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의 각 부서에서 시행하는 봉사대의 참여나 교환학생을 활용해 직접 가서 살아보는 방법, 외국에서 사귄 학생들이 한국의 대학으로 교환학생으로 오는 것을 돕고 서울에서 그들과 교류를 계속하는 방법, 서울 프랑스학교(Lycee francais de Seoul)의 보조교사활동, 프랑스에 있는 사람에게 스카이프 등 무료인터넷전화로 한국어지도, 탄자니아 청년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그 청년은 내게 스와힐리어를 가르치는 언어교환학습, 다문화가정의 통역봉사를 통해 그들의 문화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방식 등 내가 갖지 못한 돈 대신에 나의 시간과 땀으로 가능한 방식들로 '직접 경험'이라는 내 기준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랍 세계의 일부인 북아프리카는 모로코왕국에서의 '월드프랜즈코리아, 대한민국 IT봉사단' 활동과 유럽 체류시에 지중해를 건너서 방문해 볼 수 있었지만, 블랙 아프리카제국(Black Africa Countries)으로 불리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에 대해서는 도대체 접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초, 외교부의 '유엔 청년 봉사단(UN Youth Volunteers) 모집 공고' 중의 단 한 줄 '모니터링 분야, DR 콩고, UNDP'가 나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접근을 허락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그 지원에서 서류합격통보를 받고 UNV 본부와의 인터뷰를 기다리는 동안에 아프리카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완벽해지기를 기다린다면 중국이 다 차지할 것"

나미비아의 Fish River Canyon
 나미비아의 Fish River Canyon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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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종말> 저자이자 하버드 국제개발연구소장(Harvard Institute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HIID)으로서 개도국 거시정책 및 경제개발이론에 많은 연구를 수행한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컬럼비아대 경제학교수의 강연이 지난해 10월 11일,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있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특별 자문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유엔의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새천년개발목표(MDGs : Millennium Development Goals)에도 참여한 석학이라 관심이 갔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대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진출확대 방안 등을 연구하기 위해 여야 현역의원 80여 명과 정부부처 관계자 및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지난해 9월에 만들어진 '국회 아프리카 새시대 포럼'의 제1차 강연자로 그가 초빙된 것이다.

'아프리카 새 시대 실현 방안과 한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강연에서 제프리 삭스 교수는 한국의 역할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그는 우선 '새천년개발목표가 성공했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줬다'는 것을 강조했다. 새천년개발목표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극빈층은 1999년의 60%에서 2013년에 40~45%로 줄었고, 성장률 또한 1~2%에서 5~6%로 상승했다고 한다. 이제 820여 일 남은 새천년개발목표 종료 기한까지 목표달성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눈부신 성장을 한 한국으로서 새천년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두 번째는 아프리카는 하나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점과 아프리카에는 거대한 양의 천연자원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새천년개발목표 이후 post-MDG 담론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대적이고 지속가능한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현재 아프리카의 인프라 시장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아프리카에서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모잠비크에서는 굉장한 양의 천연가스가 나왔다고 한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국의 발전 경험에도 여러 가지 한계점이 많은데 이 경험을 개도국에 적용하는 것이 적합한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그는 "완벽해지기를 기다린다면 중국이 (한국의) 자리를 다 차지할 것입니다"(If you wait for perfection, China will take up your position)라고 대답했다.

아프리카의 인프라구축에 중국의 진출이 활발하다. 자본, 인력, 기술, 장비 등 도로건설에도 중국이 휩쓸고 있다.
 아프리카의 인프라구축에 중국의 진출이 활발하다. 자본, 인력, 기술, 장비 등 도로건설에도 중국이 휩쓸고 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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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 중 한 사람은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임에도 왜 사람들은 여전히 아프리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제프리 삭스는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의 직접 경험이 부족하고 답했다(lack of first land experience).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대륙을 제프리 삭스 교수의 강연으로 '절망의 땅'이 아닌 '기회의 땅'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직접 경험(first land experience)이야말로 현실과 사실 그리고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젊음이 추구해야할 높은 가치임을 확인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태그:#UNV, #유엔청년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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