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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전쟁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순히 전쟁의 흔적을 찾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전쟁의 흔적 속에서 평화의 기운을 찾아내서 그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다면 전쟁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한국전쟁의 아픈 기억을 되짚으며 부산의 처참했던 피난모습을 알고자 한다면, 서구 부민동에 주택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임시수도기념관을 찾아보면 된다. 부산시 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일제강점기 건물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관광코스의 하나로 전혀 손색이 없다. 고풍스러운 야외 정원의 모습은 도심 속의 휴식처가 될 만하다.

한국전쟁 기간동안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붉은 벽돌의 건물 임시수도기념관
 한국전쟁 기간동안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붉은 벽돌의 건물 임시수도기념관
ⓒ 이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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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스럽고 고즈넉한 이 근대건축물은 1926년 경상남도 도청 건립과 함께 도지사 관사로 지어졌다고 한다. 서양식과 일본식을 절충한 붉은 벽돌의 이 건물은 한국전쟁 기간 부산이 임시수도로 지정되면서 대통령 관저인 경무대로 사용됐다. 경무대 사용 당시의 실내구조와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모습이 볼 만하다.

2개동으로 이뤄진 임시수도기념관의 다른 동에서는 부산으로 모여든 피난민들의 처절했던 삶을 전시하고 있다. 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몰려들면서 턱없이 부족한 수용소에 들어가지 못한 피난민들이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 까꼬막(산비탈)에 판잣집을 지어 지금의 산복도로 모습을 만들었다.

한국전쟁 당시 종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다방은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의 중심을 이뤘고 가난하지만 순수한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광복동과 남포동 일대의 다방 모습을 전시해 두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종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다방은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의 중심을 이뤘고 가난하지만 순수한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광복동과 남포동 일대의 다방 모습을 전시해 두고 있다.
ⓒ 이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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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수도기념관과 멀지 않은 곳에 부산의 명소 중 하나인 보수동 책방골목이 자리잡고 있다. 전국 유일의 헌책방 골목인 보수동 책방골목은 함경북도에서 피난 온 한 부부가 최초로 헌 잡지 등을 팔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졌다고 한다. 부산으로 피난 온 수도권 지역 학교들이 보수동 근처에 천막교실을 열면서 헌책을 구하기 위해 학생들이 이 골목으로 모여들었다.

한국전쟁의 상처를 이겨낸 아버지 세대가 이 곳에서 청운의 꿈을 키운 만큼 현재 대한민국의 번영과 평화의 원천이 보수동 책방골목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예전의 영광은 쇠퇴하고 점포가 많이 줄었지만 북카페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부산의 명소로서 거듭나기 위한 활로찾기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쟁의 상처를 이겨낸 아버지 세대의 청운의 꿈을 키운 곳. 전국 유일의 헌책방 골목인 보수동 책방골목.
 한국전쟁의 상처를 이겨낸 아버지 세대의 청운의 꿈을 키운 곳. 전국 유일의 헌책방 골목인 보수동 책방골목.
ⓒ 이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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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 책방골목 맞은편에는 유명한 국제시장이 자리한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 오면서 가지고 온 물건들이 이곳에서 거래됐다. 미군이 진주하면서, 군용 물자와 함께 온갖 상품들이 부산항을 통해 밀수입되었고 이들 밀수입 상품들은 국제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됐다.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국제시장은 더욱 활기찼다. 전쟁통을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그야말로 숨쉴 틈을 만들어준 곳이 바로 국제시장이었던 셈이다.

지금의 국제시장은 여전히 활기차다.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가 넘친다. 지금의 국제시장에서 전쟁을 생각한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시장의 활기찬 평화가 전쟁이라는 자양분으로 성장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는 것도 지금의 국제시장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산복도로와 임시수도기념관, 보수동 책방골목 등에서 전쟁의 흔적이 아닌 평화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부산을 즐기는 새로운 시도가 될 듯하다.


태그:#임시수도기념관, #임시정부청사, #국제시장, #전쟁과 평화,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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