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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의원이 "양보 받을 차례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전한 조선일보 기사가 오보라는 주장이 제기 됐다. 그럼에도 안 의원 측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새로 합류한 추진 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새로 합류한 추진 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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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양보 요구' 발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다.  서울시장 후보와 대선 후보를 두 번 양보했고, 이번에는 양보 받을 차례라는 취지의 발언은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내놓으라는 요구로 읽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을 위한 것이라면 백번이라도 양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새누리당은 "오만의 극치", 민주당은 "새정치가 아니"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역지사지해야 한다"며 안 의원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작 안 의원 측은 이 발언이 실린 언론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양보 요구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의 '양보 요구'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그에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 발언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안 의원 측은 해당 언론사의 보도가 오보였다고 지적하거나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안 의원 역시 "이제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많아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을 뿐 '양보 요구'가 잘못 전달된 내용임은 지적하지는 않았다.

"양보 받을 차례 인가요?"라고 물은 안철수

<조선일보>는 지난 20일 "서울시장·대선 두 번 양보…이번엔 양보 받을 차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19일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문제와 관련, '2011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대선에서 후보직을 양보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양보 받을 차례 아닌가'라고 물으며 '정치 도의적으로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면으로 나간 이 기사 외에도 <조선일보>는 6면에서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양보 받을 차례 아닌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는 안 의원의 말을 비중 있게 전했다.

이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안 의원 측은 "지금 연대도 안 한다는 판에 (민주당에) 양보하라는 말은 아니"라며 "더 이상 우리가 양보하기 어렵다는 뜻을 강하게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까지도 <조선일보>의 보도가 잘못됐다는 반박은 없었다. 이 해명대로라면 안 의원의 발언은 사실이지만 그 의미가 다르게 전달 됐다는 얘기다. 당연히 해명이 있은 후에도 안 의원의 발언은 여기저기서 오르내렸다. 그 발언의 정치적 의미가 계속 확대 재생산 되면서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논란이 커질대로 커지고 나서야 금태섭 새정치추진위원회 대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의원이 실제로 양보하라고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반박에 나섰다. 금 대변인은 <조선일보>의 인터뷰 자리에 배석해 녹음했으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금 대변인에 따르면 기자가 "대선 양보하셨고요. 서울시장 양보하셨잖아요. 이번에는 새정추 후보가"까지 말을 하자 안 의원이 끼어들면서 "양보 받을 차례인가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양쪽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고 다시 기자가 "예, 양보 받을 차례인가요? 받을 차례죠"라고 말했다. 여기에 안 의원이 웃으며 "다 국민들이 판단하실 겁니다. 정치 도의적으로"라고 말했다.

금 대변인은 이어 "녹음한 것을 들어보면, 어디에도 다른 분에게 '양보를 요구'한 내용이 없다"며 "더욱이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라는 내용은 전혀 아니다. 애초에 질문이 '대선 양보하셨구요, 서울시장 양보하셨잖아요'로 시작되는데 박원순 시장은 대선 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혀 양보를 요구한 일도 없는데 논쟁을 벌이는 것은 생산적인 토론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박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양보를 바란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때 아닌 '양보요구론'은 있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벌어진 논쟁"이라고 밝혔다.

금 대변인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선일보>의 보도는 '오보'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안 의원이 "양보 받을 차례 아닌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지만 실제 안 의원의 발언은 "양보 받을 차례인가요?"였다. 전자는 양보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는 반면 후자는 기자의 말에 단순히 호응을 한 것이다. 이후 나온 "양보 받을 차례"라는 말도 기자의 말이었다. 이어지는 "다 국민들이 판단하실 겁니다. 정치 도의적으로"라는 말도 기자의 말에 긍정하거나 부정했다고 보기 어려운 애매한 말이었다.

그럼에도 금 대변인은 글 맨 앞에 "이 담벼락(게시판)은 저의 개인적인 공간입니다. 여기에 적힌 내용은 전부 제 생각이지 다른 분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그의 주장이 안 의원 측의 공식적인 해명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어제 보도된 안철수 의원의 인터뷰와 관련해서 소위 '양보요구론'으로 언론과 SNS가 떠들썩했"지만 안 의원 측의 대처는 대변인이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는 것으로 끝났다.

선대인 "팩트 바로 잡지 않으면 대변인으로 직무유기"

이 같은 안 의원 측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선대인 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금 대변인의 해명에 "그렇다면 정정보도를 요구해 잘못된 보도를 바로 잡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정정보도를 요구하지 않으면 안 의원 측이 기정사실화 된 보도가 정치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기존 보도는 놔두고, 지지자들에게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은 이렇습니다'는 식으로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보도 하루 반이 지난 어제 저녁에야 스스로 표현하듯 '개인적인 공간'인 페이스 북에 해명 글을 띄우고서 '이해해달라'고 요청하는데 납득하기 어렵다"며 "잘못된 팩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쓸데없는 논쟁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를 뻔히 보면서도 정정보도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대변인으로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선 소장은 안 의원의 '양보요구' 발언이 처음 전해졌을 당시에도 "박원순 시장이 양보해야 할 때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흥정식 정치 아닌지, 안 의원은 잘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금태섭 대변인이 올린 글이 (해명의) 전부다. 안 의원도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그런 것이 공식 대응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잘못된 발언 내용이 계속 전파되는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오해할 사람은 오해할 것"이라며 "오해할 사람이 그것이 아니라고 대응한다고 해서 오해 안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그:#안철수, #조선일보, #박원순, #양보, #금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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