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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갈등으로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송전탑 공사 반대 주민들이 많은 부북면 위양리의 마을 이장 선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면서 공사장 진입로 등에 움막을 설치해 놓고 농성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 경과지 4개면 가운데, 반대 주민이 가장 많은 마을이라 할 수 있다.

이 마을 쪽에는 송전탑이 3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2일부터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던 한국전력공사는 아직 이 마을에 대한 공사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2013년 10월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에 있는 움막에서 주민들은 농기구로 바리게이트로 설치해 놓고 농성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2013년 10월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에 있는 움막에서 주민들은 농기구로 바리게이트로 설치해 놓고 농성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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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밀양시는 지난해 10월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움막 농성장 철거(시도)를 했지만, 이 마을 움막은 그 대상에 넣지 않았다. 그만큼 이 마을 주민들은 똘똘 뭉쳐 송전탑 공사를 막아내는 투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분위기와 함께 마을이장을 누가 맡는지에 대해서는 밀양시뿐만 아니라 한전과 경찰의 관심도 높다고 할 수 있다.

현 마을이장은 송전탑 공사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권영길(77) 이장인데, 그는 1년 6개월 전 전임 이장의 중도사퇴로 잔여 임기를 맡아 왔다. 전임 이장은 6개월 가량 맡았었는데, 송전탑 공사에 찬성했던 것이다.

권 이장은 이전에도 12년간 마을이장을 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전임 이장이 사퇴하면서 마을주민들이 그에게 다시 이장직을 맡긴 것이다. 권 이장은 지난 1년 6개월 가량 마을이장을 맡아 왔고, 그 임기는 지난 5일까지였다.

주민들은 지난 5일 마을총회를 열어 새 이장을 뽑으려고 했지만 유예되었다. 마을총회 임시위원장과 개발위원장, 개발위원 등 관련자들은 지난 10일 부북면사무소에서 회의를 갖고, 오는 22일 총회를 열기로 했다.

위양리 주민은 70여 명이다. 주민등록지를 이 마을에 두지 않고 있는 사람도 있다. 대개 송전탑 경과지에 집을 두고 있지만 주민등록지를 다른 데 둔 주민의 경우 송전탑 공사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마을이장 선거에 선거권 대상을 어디까지 할지도 중요하다.

지난 10일 부북면장실에서 열린 회의 결과, 선거권은 지난 1월 5일 기준으로 5년 이상 거주한 주민에 한해 주기로 했다. 후보자 추가 등록은 21일까지 받기로 했으며, 투·개표는 마을회관에서 하기로 했다.

마을이장 임기 끝났으니 사직서 제출?... 면사무소 개입 논란

밀양 송전탑 공사 갈등이 계속되는 속에, 반대 주민들이 많은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의 마을이장 선출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부북면사무소에서 작성한 권영길 이장의 사직서로, 권 이장은 '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공사 갈등이 계속되는 속에, 반대 주민들이 많은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의 마을이장 선출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부북면사무소에서 작성한 권영길 이장의 사직서로, 권 이장은 '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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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권영길 이장의 사직서 제출 여부가 논란이다. 임기가 끝났으니 사직서를 내야 한다는 주민도 있지만, 이전 사례를 들어 새 이장이 뽑힐 때까지 사직서를 내면 안된다는 주민도 있다.

마을 개발위원인 윤여림(75)씨는 "임기가 끝나더라도 새 이장을 뽑지 못하면 계속해서 유임된 전례가 있고, 그동안 한 번도 유임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며 "임기가 끝났으니 사직서를 쓰라고 하는 사람들은 한전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권영길 이장은 "마을 이장을 하면 보수가 어느 정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고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해왔다"며 "전례도 있고 하기에 후임 이장이 선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서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부북면사무소가 권 이장의 사직서를 만들어 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면사무소에서 사직서를 만들어 개발위원장을 통해 서명을 받아오도록 했던 것이다.

윤여림씨는 "면사무소에서 개발위원장한테 사직서 용지를 주고, 도장만 찍어 오라고 했던 것"이라며 "면사무소에서 노골적으로 사직서를 받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마을이장은 주민들에 의해 선출되어야 하는데, 면사무소에서 사직서를 만들어 제출한 것은 풀뿌리 자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이장은 마을주민들이 뽑도록 해야 하고, 관에서 어떤 형태든 개입해서는 안되고, 이장 임기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후임 이장이 선출될 때까지 유임되는 게 관례였다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며 "풀뿌리 자치를 살리는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신재 부북면장은 "임기가 끝난 이장한테서 사직서를 받아왔고, 사직서 양식이 특별히 있지는 않지만 연세 많으신 분들이 만들지 못하기에 면사무소에서 만들어 주었던 것"이라며 "풀뿌리 자치를 훼손하려고 한 게 아니고, 주민들의 신임을 얻으면 마을총회에서 다시 선출되면 된다"고 말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위양리, #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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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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