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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고랑에 구덩이를 판후,음식물잔반과 낙엽등을 땅속에 묻고 흙으로 덮은후 비닐로 덮었다. 겨울에 텃밭에 만든 퇴비더미(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
 밭고랑에 구덩이를 판후,음식물잔반과 낙엽등을 땅속에 묻고 흙으로 덮은후 비닐로 덮었다. 겨울에 텃밭에 만든 퇴비더미(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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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처음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들과 서울 인근의 주말농장에서 만났다. 그때로부터 2개월 전부터 시작한 농사교육과정 중에는 퇴비만들기와 함께 음식물 잔반 만들기도 있었다(관련기사 : "남은 음식물, 이렇게 하면 퇴비됩니다").

텃밭에 나온 사람들은 스티로폼 상자에 음식물 잔반을 마른재료와 섞어 가져오거나 냉장고에 얼린 음식물 잔반을 가져오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주말농장 텃밭에서 어떻게 퇴비를 만들 수 있을까. 자리에 참석한 이들이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텃밭도 작은데 퇴비까지 만들면 작물 심을 공간이 부족하겠네요."
"농장주인이나 다른 사람들이 냄새난다고 못하게 하면 어떡해요?"
"지금 만들면 가을농사에는 쓸 수 있나요?"

봄 농사에 쓸 퇴비는 시중에 판매 중인, 가축분뇨·톱밥으로 만든 축분퇴비를 사용했다. 먼저 축분퇴빌르 흙에 골고루 뿌리고 삽으로 흙을 뒤집으며 퇴비를 넣고 밭을 만들었다. 퇴비를 만들 공간은 물빠짐과 사람이 다니는 길이 되는 고랑. 구덩이를 파고 음식물 잔반과 농장 근처의 숲에서 낙엽과 부엽토를 가져와서 흙과 함께 층층이 쌓았다. 발효를 촉진하기 위해 남은 축분퇴비를 조금씩 골고루 섞어주고, 위치를 알 수 있도록 비닐포대를 그 위에 덮어줬다. 그때 만들어놓은 퇴비는 3개월이 지난 뒤 가을농사 때 사용했다.

미생물은 퇴비를 만드는 전문가

고무통을 이용해서 퇴비를 만들었다.
 고무통을 이용해서 퇴비를 만들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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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한줌에는 우리 토양환경에 적응한 수십억 마리의 다양한 토착미생물이 살고 있다. 유기물을 분해해 흙을 살리는 일꾼인 미생물의 활동력을 높이려면, 음식물잔반과 함께 흙속으로 공기도 공급돼야 한다. 낙엽처럼 거친 재료를 섞어 묻어주면 자연스럽게 스펀지처럼 공극(공기와 물이 들어갈 공간)이 만들어진다.

퇴비를 만들 장소가 없거나 양이 적을 때는 텃밭의 고랑사이에 땅을 파서 퇴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양의 퇴비를 만든다면 흙 위에서 하는 게 좋다. 육류를 제외한 모든 유기물은 퇴비재료가 된다. 음식물 잔반 퇴비 만들기와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수분이 있는 녹색의 싱싱한 풀과 함께 갈색의 마른 낙엽이나 볏짚·왕겨·톱밥 등 재료를 섞어주는 과정은 똑같다. 수분은 손으로 꽉 쥐었을 때 한두 방울 떨어지는 정도로 맞춰주고, 겨울에는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무거운 나뭇가지나 비닐을 덮어준다.

야외에서 퇴비를 만드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플라스틱통이나 스티로폼박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통이나 스티로폼박스에 공기가 들어갈수 있게 사방으로 작은 구멍(5mm 정도)을 많이 뚫어서 퇴비상자를 만들면 된다. 수분 조절을 위해서 바닥에도 반드시 물이 빠질 수 있는 작은 구멍 몇 개를 뚫어주고,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을 덮어준다. 가끔은 재료를 뒤집어 공기를 넣어주거나 미생물균이나 퇴비를 넣어주면 발효를 촉진시킨다.

탄소와 질소의 탄질비는 미생물이 먹는 밥

질소가 많은 녹색의 풀이나 작물잔사와 탄소가 많은 갈색의 왕겨등을 섞어서 적정한 탄질비를 맞춰서 만드는 퇴비
 질소가 많은 녹색의 풀이나 작물잔사와 탄소가 많은 갈색의 왕겨등을 섞어서 적정한 탄질비를 맞춰서 만드는 퇴비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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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의 재료가 되는 유기물은 탄소(C)와 질소(N)의 원소를 포함하고 있다. 열을 가하면 불에 타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으로 생명이 있는 동물과 식물이 유기물이다. 식물체는  질소보다는 탄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동물체는 질소를 월등히 많이 가지고 있다. 식물체중에서 나무와 같이 마른재료가 탄소질이 많으며 동물체는 배설물에 질소질이 많다.

탄소질의 재료는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질소질은 분해되는 시간이 빠르지만 암모니아 가스를 배출해 냄새가 난다. 그러나 이 둘을 섞어주면 미생물은 탄소에서 힘(에너지)을 얻고 질소에서는 영양분을 얻어 몸체를 구성해 퇴비 만들기를 한다. 퇴비화 과정에서는 뜨거운 열이 발생하는 발열 과정을 거쳐서 발효가 되며 최종적으로 숙성된다. 완성된 퇴비는 처음의 형태를 알 수 없을 만큼 분해가 되고 흙 냄새가 난다.

위와 같이 퇴비만들기에는 탄소와 질소의 재료를 적정한 비율로 맞춰주는 '탄질비 또는 C/N비'라는 게 있다. 예를 들면 음식을 남기지 않아야 하는 식당에서 그릇에 밥(탄소)과 함께 먹을 반찬(질소)이 남지 않을만큼 담아내는 것이다. 혹시 반찬이 부족하면 조금 더 가져올 수도 있고 반찬이 남으면 밥을 더 먹을 수도 있다. 즉, 깨끗하게 빈그릇만 남길 수 있게 밥과 반찬의 양을 조절하는 것을 탄질비라고 이해하면 쉽다.

만일, 탄소질의 재료가 많고 질소질이 부족하면 탄질비가 높게 되는데 이때는 ph(산성과 알칼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소이온 농도의 지수) 가 낮아져서 산성으로 바뀌고 미생물의 활동이 느려져서 분해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대로 질소질이 많고 탄소질이 부족하면 ph가 높아지는 알카리성으로 변해 질소는 암모니아가스가 돼 냄새가 발생한다.

그래서 탄질비가 적정하게 맞지 않으면 퇴비의 발효가 느려지거나 발효가 되더라도 좋지 않은 냄새가 발생한다. 이와 같이 탄소질이 많아서 분해가 느리다면 질소질의 재료를 보충해주면 되고, 반대로 질소질이 많아서 냄새가 난다면 탄소질의 재료를 보충해주면 된다. 그리고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분과 공기를 유지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갈색은 탄소, 녹색은 질소... 재료의 색깔로 구분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작은 구멍을 뚫은 비닐을 덮은채로 가끔씩 뒤집어주며 퇴비를 만들어도 된다.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작은 구멍을 뚫은 비닐을 덮은채로 가끔씩 뒤집어주며 퇴비를 만들어도 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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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질비(C/N)는 재료에 따라 20:1~40:1로 본다. 즉, 질소가 1개라면 탄소를 20~40개로 맞춰야 발효가 잘 된다. 예를 들어 질소 1kg이면 탄소는 20~40kg를 맞춰야 한다는 것인데 재료마다 탄소와 질소의 함량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비율을 계산해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다.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서 적정한 탄질비를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처음 퇴비를 만드는 단계에서 탄질비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탄소와 질소의 재료에 대한 이해를 했다면, 초보 단계는 쉽게 넘어갈 수 있다. 퇴비화 과정에서 발열과 발효로 보여지는 것과 냄새로 느껴지는 감각으로도 좋은 퇴비를 만들 수 있다.

탄소와 질소의 재료를 구분하는 쉬운 방법으로는 색깔로 구분할 수 있다. 식물체로서 녹색을 하고 있다면 질소의 함량이 많다. 반대로 갈색을 하고 있다면 탄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것이다. 예를 들어 쉽게 구할 수 있는 녹색의 질소재료는 생풀(잡초)이 대표적이며 과일과 채소를 비롯해 음식물 잔반이 있다. 또한 원두커피 찌꺼기를 비롯해서 인분과 가축분은 질소 함량이 매우 높다. 탄소재료는 갈색을 띄는 목재류로서 톱밥이나 마른낙엽·풀·볏짚·왕겨와 같이 수분이 증발된 갈색의 유기물에서 탄소질이 높다.

퇴비화를 빠르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유용한 미생물이 많은 숲(산)의 부엽토나 다양한 미생물균을 넣어주기도 하고 농사용 퇴비를 섞어주기도 한다. 직접 내손으로 농사를 지어봐야 잘할 수 있는 것처럼 퇴비만들기도 직접해보면 잘할 수 있다. 실패를 걱정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집에서부터 스티로폼 상자에 음식물 잔반을 모아서 퇴비를 만들어보자.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보다 백견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이다. 백 번 읽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 하고, 백 번 보는 것이 한 번 해보는 것만 못하다.


태그:#퇴비, #미생물, #탄소, #질소, #탄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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