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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엔 "사장이 노조 부위원장을 직접 상대하는 건 격이 맞지 않는다"는 코레일 간부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조계사에 은신한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2차 실무 협의를 시도, '강골(强骨)' '여장부' 이미지를 심었다.

<조선일보> 30일자 <'강골(强骨)' 최연혜 사장> 제목 기사 일부다. 해당 기사는 "철도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김대중 정부 철도구조개혁심의위원,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재단 설립준비위원 등을 지냈다"면서 "이처럼 정치권과 꾸준히 인연을 맺은 덕에 철도대학 교수 시절이던 2004년 철도청의 2인자인 차장으로 전격 발탁됐다"고 전했다. 즉, 박근혜 정부에서만 중용된 것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중용된 사실을 은근히 강조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 19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 후보로 대전 서구을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대전을 찾아 직접 지지를 호소한 인연도 있다"면서 "지난 10월 코레일 사장으로 낙점되자 코레일 내부에서는 최 사장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강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1월 31일에 최연혜 사장이 <조선일보>에 쓴 '국익에 역행하는 고속철도 민간개방' 칼럼
 2012년 1월 31일에 최연혜 사장이 <조선일보>에 쓴 '국익에 역행하는 고속철도 민간개방' 칼럼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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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선일보>는 정작 최 사장이 <조선일보>에 민영화 반대 논리를 제기한 글을 썼다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이미 많이 알려진 지난 2012년 1월 31일자 <국익에 역행하는 고속철도 민간개방>에서 "국가 기간 교통망인 고속철도에 민간 참여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해 경쟁을 도입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흔히 지적되는 공사의 '높은 인건비' '부실경영'도 고속철도 민간개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6500만원 인건비" 주장하며 철도노조를 비판한 것와는 맥을 달리한다. 이번 철도파업 원인이 된 '수서발KTX'자회사에 관련해서는 직격탄을 날렸다.

철도공사의 유일한 수익사업인 고속철도 운영권을, 그것도 소득수준이 높은 서울 강남권 수요를 흡수하면서 장차 서울역 몇 배의 성장잠재력을 갖춘 수서역을 특정 민간기업에 주는 것은 특혜다. 더구나 수십조원 혈세로 건설된 역사와 선로 등 모든 설비를 임차해 쓰면서 민간운영사가 수익만 챙겨가는 구조가 되고 만다. 이는 투자 리스크를 지는 진짜 민영화보다 더한 특혜다.

물론 <조선일보>는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며 최 사장과 <조선일보> 논지는 다를 수 있다고 했지만, 최 사장의 민영화 반대 논리는 분명하다. 최 사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도 민영화 반대를 주장했다.

최연혜 사장은 트위터에서도 철도 민영화 반대를 외쳤다.
 최연혜 사장은 트위터에서도 철도 민영화 반대를 외쳤다.
ⓒ 촤연혜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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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여섯 달 전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열차 충돌사고로 150여 명 사상자가 발생하자 6월 14일 "아르헨티나는 철도를 포함한 교통 부문이 1990년대 민영화된 이후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이 같은 대형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잇따른 철도 사고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그리고 지난 2003년에는 철도 분리 운영을 강하게 반대했다. 역시 <조선일보> 기고글을 통해서다. 당시는 고속철도와 기존철도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2003년 2월 18일 최연혜 사장이 한국철도대학 교수이 있을 때 <조선일보> 고속철 '운영권 다툼'제목 기고글
 2003년 2월 18일 최연혜 사장이 한국철도대학 교수이 있을 때 <조선일보> 고속철 '운영권 다툼'제목 기고글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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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당에 내년 4월로 예정된 고속철도의 개통을 앞두고 최근 정부와 철도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고속철도와 기존 철도 분리 운영의견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운영을 철도청이 맡건, 혹은 고속철도건설공단이 맡건 관계없이 철도는 반드시 통합 운영돼야 한다. 이유는 아주 많다
- 2003.02.18 <조선일보> '고속철 '운영권 다툼'' 

최 사장은 당시 한국철도대학 교수였다. 최 사장은 같은 달 15일 호남선에서 일어난 사고와 1993년 부산 구포역 사고로 78명이 숨진 것을 예로 들면서 고속철도와 기존철도 분리 운영은 안 된다고 강변했다.

그는 "내년 4월(2004년)로 예정된 고속철도의 개통을 앞두고 최근 정부와 철도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고속철도와 기존 철도 분리 운영의견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운영을 철도청이 맡건, 혹은 고속철도건설공단이 맡건 관계없이 철도는 반드시 통합 운영돼야 한다"며 여러가지 이유를 들었다.

경제성 관련, "통합은 하나의 운영자가 같은 역사에서 같은 설비를 이용함을 말한다. 분리하면 직원·설비 등 모든 면에서 비용과 투자의 중복을 피하기 어렵다"며 고속철도와 기존철도 분리 반대를 주장했다.

또 "분리 운영은 고속철도와 기존철도 모두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며 "고속철도가 운영면에서 기존철도보다 절대 유리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기존철도도 운행 빈도나 서비스 향상을 통해 고속철과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곧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철도 전체의 경영부실화와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도를 분리해 운영하면 안전성도 확보하기 어렵다"거나, "고객 입장에서 봐도 분리 운영은 불리하다. 고속철도의 편리함은 기존철도 서비스와의 연계 없이는 확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고속철도와 기존철도의 운영을 분리한 사례는 없다"고 거듭 고속철과 기존철도 분리를 반대했다.

철도 분리 운영도 반대하고, 민영화도 반대했던 최연혜 사장은 '강골'이 아니라 시류에 따라 신념을 바꾸는 '말바꾸기 달인'이다.


태그:#최연혜, #민영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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