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올해의 상품'이 쏟아집니다. 모두 그럴싸한 이유를 대지만 소비자보다 광고주 눈치를 더 살피는 듯합니다. 오마이뷰도 '올해의 상품'을 선보입니다. 베스트셀러? 설문조사? '객관적인 기준' 따위는 잊으세요. 사용자 관점에서 지극히 주관적으로 뽑았으니까요. 그 심판은 오로지 독자들 몫입니다. 첫 순서로 '올해 나를 감동시킨 스마트기기'부터 만나보시죠. [편집자말] |
이 기사 한눈에
- 넥서스5가 소비자에게 안긴 감동은 거품 뺀 가격, 가격대 성능비, 이통사에 구속되지 않는 다양한 유통 경로다
2013년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 LG, 팬택 등 '빅3' 전성시대였습니다. HTC, 노키아, 블랙베리, 모토로라 같은 쟁쟁한 외국 업체들이 모두 나가떨어졌고 애플 정도만 '외산폰'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지난 1년 오마이뷰를 거쳐 간 스마트기기들 가운데 애플 아이폰5와 아이폰5S, MS 서피스RT를 빼면 모두 국내업체들 제품입니다. 삼성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갤럭시기어, LG G2와 탭북, 팬택 시크릿노트 그리고 구글 넥서스4도 예외는 아닙니다.
걔 중에는 호평 받았던 '친구'도, 아쉬움이 많았던 '친구'도 있습니다.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리뷰하다 보면 친구처럼 정이 쌓이기 마련이죠. 그 가운데 하나를 뽑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름 기준을 정했습니다. 나를 가장 감동시킨 친구는 누구일까?
'반값 스마트폰' 넥서스5, 출고가 거품-보조금 차별에 '돌직구'
지문 인식으로 맞장을 뜬 아이폰5S나 시크릿노트?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베스트셀러였던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 아니면 삼성의 아성에 도전한 G2? 다들 쟁쟁한 친구들이지만 저를 가장 감동시킨 주인공은 '넥서스5'입니다. 물론 '사심'도 개입됐습니다. 지난 4년간 아이폰만 써오면서, 이 정도면 아이폰 대신 쓸 만하겠다고 생각한 첫 안드로이드폰이거든요.
아쉽게 지금까지 넥서스5를 직접 리뷰할 기회는 없었지만, 지난 6월 초 역시 구글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4'를 다뤘습니다. 넥서스4는 3G폰이긴 하지만 지난해 11월 1차 출시 당시 LG 옵티머스G와 비교되며 '품절폰'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에서 직수입할 정도였지만, LG전자가 만들었음에도 정작 국내엔 6개월 만에 늦장 출시했죠.
당시 오마이뷰 독자들도 "해외 동시 출시, 동일 가격이었으면 넥서스4 열풍이 장난 아니었을 텐데"(다음 쿨리*)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다행히 넥서스5는 지난 11월 1일 미국과 동시 출시되면서 국내 사용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넥서스5가 준 3가지 감동 가운데 첫 번째는 역시 거품 뺀 가격입니다. 넥서스5 출고가는 16GB 모델이 45만9천 원, 32GB 모델이 51만9천 원으로, 지난 8월 출시된 LG G2(32GB 95만4800원)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LTE 스마트폰이면서 웬만한 90만 원대 프리미엄급 제품 못지않은 '스펙'을 자랑하죠.
11월 출시 당시에도 국내 스마트폰 가격 거품 논란이 일었습니다. 비슷한 모델인데,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 비해 국내 스마트폰 출고가가 비싸다는 것이죠. 제조사에선 DMB 기능과 사후서비스 비용, 어댑터 포함 등을 둘러댔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출고원가가 반 토막 나는 현실에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두 번째 감동은 이른바 '가성비'(가격대 성능비)입니다. 우선 넥서스5는 구글 새 운영체제 기준을 제시하는 레퍼런스폰답게 최신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4.4버전 '킷캣'이 들어가 있습니다. 또 LG에서 만들긴 했지만, 제조사 고유의 사용자 환경(UI)이나 기능들, 이통사 '붙박이'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들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본 앱이 너무 없어 허전할 정도지만 그만큼 군살도 빠지고 최적화도 잘 된 편입니다.
LG G2와 직접 비교해 봤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CPU는 G2와 동일한 2.26GHz 쿼드코어에 2GB 기본메모리를 달았고, 액정화면 크기는 4.95인치로 G2(5.2인치)보다 조금 작지만 해상도(1920X1080)는 같기 때문에 인치당 픽셀수(넥서스5는 445ppi, G2는 423ppi)는 더 많습니다.
카메라는 800만 화소로 1300만 화소인 G2엔 못 미치지만 다행히 손 떨림 보정 기능은 빠뜨리지 않았네요. 두께는 비슷한 편인데 무게는 넥서스5(130g, 8.59mm)가 10g 정도 가볍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플라스틱 몸체에 후면 버튼도 채택하진 않았지만, '보급형'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구글에서 주문 생산하는 제품이다 보니 DMB 수신 기능이나 영상통화 기능도 없고 LTE-A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배터리도 아이폰처럼 일체형이어서 '외산폰'이나 다름없습니다. LG가 넥서스5 홍보에 소극적인 것도 어쩌면 당연한 셈이죠.
'호갱' 만드는 '17만 원 갤럭시S4'보다 '45만 원 넥서스5'
세 번째는 이통사에 구속되지 않은 다양한 유통 경로입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노트 같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들은 주로 특정 통신사들을 끼고 출시되지만, 넥서스5는 주로 구글 온라인마켓인 '구글플레이'를 통해 판매합니다. 물론 SK텔레콤, KT과 같은 기존 이동통신사를 통해서나 편의점에서 '알뜰폰'으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단말기만 구입한 뒤 통신 서비스를 선택해 가입하는 유럽형 판매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보조금이 없는 대신 이통사 노예 약정에서 자유롭고, 앞으로 '단말기유통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보조금을 안 받는 만큼 요금을 할인받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17만 원짜리 갤럭시S4'처럼 보조금 차별이나 '호갱' 취급받을 일은 없는 셈이죠.
결국 제가 넥서스5를 뽑은 건 가격이 싸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성능이 다른 경쟁 제품보다 뛰어난 것도 아니고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는 제품도 아닙니다. 다만 지난 한해 수많은 통신 소비자들을 골탕 먹였던 출고가 거품과 보조금 광풍 논란에 '돌직구'를 던졌기 때문이죠.
올해의 스마트기기를 뽑으면서 지난 오마이뷰 기사에 달린 독자 의견을 하나하나 읽어봤습니다. <오마이뉴스>뿐 아니라 SNS와 포털에 많게는 수백 개 댓글이 달렸는데 많은 독자들이 제품을 직접 사용해본 저보다 더 장단점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오해에서 비롯된 지적도 있었지만 대부분 새겨들을 대목이었습니다.
특히 제조사와 이통사들의 이른바 '언플(언론플레이)'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제가 올해의 제품으로 주저 없이 넥서스5를 뽑은 것도 그런 댓글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독자 여러분이말로 진정한 오마이뷰의 주인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