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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예산안에서 혁신학교 운영비를 예년도보다 60% 삭감된 학교당 평균 6천만 원, 혁신교육지구는 행복교육지구로 명칭을 바꾼 채 예년도보다 66% 삭감된 10억 원을 책정하였다. 반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혁신학교 운영비와 혁신(행복)교육지구 예산을 예년도 수준으로 다시 회복시켰다.  

하지만 법정기간(16일)을 넘긴 오늘 현재까지도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아 예결특위에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학교와의 형평성, 타시도보다 지원 금액이 많은 점, 혁신학교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등의 논리도 빈약하고,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궁색한 이유를 들고 있다.  

말로는 의회를 존중하는 의회민주주의자라고 말하면서, 전혀 의회를 존중하지 않는 문용린 교육감
▲ 시정질문에 답하는 문용린 교육감 말로는 의회를 존중하는 의회민주주의자라고 말하면서, 전혀 의회를 존중하지 않는 문용린 교육감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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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에서는 일반학교에 지원되는 교무행정지원사나 상담사 등이 따로 지원되지 않는다. 이것은 문용린 교육감이나 서울시교육청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들의 인건비는 모두 혁신학교 운영비에서 충당해야 한다.

교사들의 수업혁신을 위해 필수적인 자료제작지원사 등을 합치면 보통 혁신학교에서는 최소 1명에서 최대 3명 정도의 고정 인건비가 필요하다. 교육청이 책정한 평균 6천만 원으로는 2명의 인건비에 사용하면 1~2천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 교육청은 이런 사실은 숨긴 채 무조건 혁신학교 운영비가 많다고만 하고 있다.  

일반학교와의 형평성도 이유가 되지 않는다. 알고 보면 혁신학교는 일반학교를 살리자는 정책이다. 다들 알다시피 일반학교가 지금 여러 가지로 낙후되어 있고 분위기도 침체되어 있다. 정책에는 예산이 수반된다. 그래서 한 학교당 1억에서 1억 4천 정도 주어, 일반학교에 신바람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이 예산을 많다고 한다면, 대통령 공약사항인 무상 보육예산 3153억은 적은 예산인가? 서울시내 1300개 학교에 약 2억 5천 원씩 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예산이다. 우리나라는 교육과 보육이 엄연히 분리된 나라인데, 중앙정부가 보육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는데, 교육감은 이 보육예산에는 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가? 만약 통일부가 감당해야 할 예산을 환경부에 떠넘긴다면 과연 해당 장관이 가만히 있겠는가?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이른바 특수목적학교들에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마이스터고에는 한해에 교육청이 50억 이상을 지원하고 있고, 서울 과학고에는 30억 이상을 지원해왔다. 문용린 교육감의 논리대로 하면, 이런 모든 특수목적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을 일반학교 수준으로 삭감해야 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타시도 지역과의 형평성도 객관적인 논거가 될 수 없다. 경기도, 강원도 등 타 시도지역의 혁신학교들과 서울형 혁신학교는 학교의 규모와 학급수, 학생수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농어촌 지역 등 많은 차이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절대금액만 갖고 비교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예를 들고 있는 타 지역에서는 점차적으로 혁신학교가 증가하고 있고, 교육청의 행정적인 지원도 매우 적극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를 확대시키기보다는 예산을 줄이고 있고, 오히려 모든 행정적인 지원도 끊은 상태이다. 실제 내년엔 학급당 학생수나 초등교과전담 교사수 등에 있어서도 일반학교와의 차이를 모두 없애려 하고 있다. 그밖에도 혁신학교간의 네트워크나 한마당 등 일체의 혁신학교 관련 계획이 없는 상태이다.  

앞서가는 경기도교육청, 반면 거꾸로 가는 서울시교육청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교육청은 혁신학교 55곳을 새로 지정했다. 이번 지정으로 경기도내 혁신학교 수는 모두 282개교(초교 142곳, 중학교 107곳, 고교 33곳)로 늘어났다. 이는 도내 전체 초·중·고교 2234곳의 14.1%에 이르는 수치다.

경기도의 혁신학교는 2009년 13개 학교에서 공교육의 대안을 제시하고 표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으며,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의 행복지수와 만족도가 높아지자, 주변 아파트 값까지 덩달아 오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신청 학교 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내년도 혁신학교 지정을 신청한 학교는 모두 134곳에 이르렀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에도 혁신학교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학부모들이 선호하고 있어, 상현초, 신은초 등 많은 혁신학교들이 과밀학급이 우려될 정도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문용린 교육감은 혁신학교에 대해 장점과 취지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무적인 판단" 때문에 못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경기도의 경우, 진보 보수를 떠나서 혁신학교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아주 높다. 거기에 심지어 새누리당 도의원, 시장, 국회의원들까지도 "우리 지역에 혁신학교 많이 늘려 달라, 혁신지구를 지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진영논리를 벗어나 교육논리로 접근하는 경기도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혁신학교는 현재 공교육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경기도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일종의 학교를 새롭게 바꿔보자는 움직이다. 공교육의 대안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공교육의 대안을 넘어서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학교문화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동안의 수직적인 학교문화를 수평적으로, 교사 중심에서 아이들 중심으로, 그리고 경쟁교육을 협력교육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것이었다면 혁신학교는 학교문화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에게는 행복지수를 높여주고 학부모에게는 만족도를 높여주고 교사들에게는 사기와 보람을 찾아주자는 것이다. 

정말 문 교육감이 말하는 행복교육을 학교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실천하고 있는 곳이 바로 혁신학교다. 일부 보수적인 교장들과 보수단체들의 입김에 휘둘려서 혁신학교를 못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일부 학교장 입장에서는 혁신학교가 썩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학교가 교장중심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수직적인 학교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권위적인 문화가 민주적으로 바뀌는데 다소 거부감이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거기에 교육감까지 부화뇌동하면 안된다.

서울형 혁신학교를 확대 발전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혁신학교를 탄압하고 단절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지정 당시 혁신학교는 4년간의 중장기 교육프로그램을 구상하여 운영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예산 대폭 삭감은 혁신학교의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혁신학교라서 배제되고 있는 각종 불평등이 있음을 숨기지 말고, 조속히 서울시교육청은 예산안에 동의하고, 예결특위에서는 교육위의 원안대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정약용 프로젝트까지 내세우며 누구보다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용린 교육감이, 교육감 바뀌었다고 4년 연속의 정책사업을 중단시키거나 대못을 박아서는 안될 것이다.
▲ 선서하고 있는 문용린 교육감과 교육청 고위공직자들 정약용 프로젝트까지 내세우며 누구보다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용린 교육감이, 교육감 바뀌었다고 4년 연속의 정책사업을 중단시키거나 대못을 박아서는 안될 것이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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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의 연속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혁신학교는 4년 연속의 정책 사업이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한미 FTA 내용이 달라지는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이전 정부가 체결한 조약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을 수 있는가? 혁신학교들은 지정되면서 이미 4년 중장기 계획하에 진행되고 운영되고 있다.

한 학교당 1억 4천까지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교육청이 해당학교 교육주체들(학생, 학부모, 교직원)과 한 약속이다. 정약용 프로젝트까지 내세우며 누구보다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용린 교육감이, 교육감 바뀌었다고 4년 연속의 정책사업을 중단시키거나 대못을 박아서는 안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원고를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냈습니다.



태그:#혁신학교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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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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