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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사태 이후, 북한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북한 내부 이상 무'를 과시하기 위한 유화적 태도부터, 내부 결속을 위한 무력도발까지 전망은 다양하다. 다수의 언론과 전문가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남한정부는 북한의 급변 사태까지 거론하면서, 도발수위를 높게 잡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지전과 전면전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이라는 구체적 도발시기도 언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부결집을 위한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현재를 위중한 상태로 규정한다. 그리고 군과 경찰뿐만 아니라 공직자에게도 안보에 집중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과연 북한의 호전성이 표출될 것인가? 물론 대처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전쟁발발 요인, 촉구성 무력도발, 권력엘리트 변화의 관점에서 볼 때, 충분히 비켜갈 수 있을 정도라는 의미이다. 

북한, 군사력이 열세로 선제공격 어려워

전쟁발발 매개는 동일한 국가목표와 비슷한 군사력이다. 군사력 차이가 없는 두 국가가 하나의 목표를 추구할 때, 전쟁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일단 남한과 북한은 자신위주의 통일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군사력은 비슷하지 않다. 1997년에 남한이 2배 정도 우세했다(이재영, <국가의 힘: 남북한의 국력비교>, 2002 참조).

2012년 현재 남한 국방부 추정 군사비를 비교하면, 남한이 3배 이상 우위이다. 북한발표 군사비를 사용하면 약 8배 우위이다. 2012년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 기준으로, 남한의 군사비는 약 315억 달러이고 북한은 약 52억 달러에 불과하다.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북한이 전쟁을 개시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두 국가 사이에 군사력 차이가 크면 전쟁 위협은 자주 나타난다. 약소국으로부터 강대국이 안보를 위협받거나, 강대국이 약소국을 제어하기 위해 전쟁보다 위협을 선택한다. 약소국이 강대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강대국은 최소 비용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약소국도 강대국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국가통합이 도전을 받거나, 핵심 이익이 침해당하거나, 통치자 교체를 압박당하면 최후의 일전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약한 쪽이 목표 달성을 절실하게 원하면, 궁서설묘(窮鼠囓猫) 상황이 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현재 상황은 여기까지 도달해 있지는 않다.

북한, 촉구성 무력 도발은 가능해

북한에게 무력도발은 6자회담과 남북경협의 촉구 수단일 수 있다. 북한의 경제는 자력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GDP기준 경제성장률은 2009년 -0.9%, 2010년 -0.5%, 2011년 0.8%, 2012년 1.3%로 요지부동이다. 2012년 기준 국민총소득은 33조5천억 원으로 남한의 1/38.2이며, 1인당 국민소득은 137만1천원으로 남한의 1/19 수준이다.

유일한 탈출구는 남북경협과 6자회담을 통한 서방의 지원이다. 그러므로 6자회담 진행과 남북관계개선 정도에 따라, 무력 사용의 강도가 결정된다. 6자회담과 남북관계가 순조로우면, 북한은 경제복구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지지 부진해지면, 이를 촉구하는 윤활성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의 도발 장소와 강도는 6자회담과 남북경협의 정도에 비례한다.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수록, 그만큼 공격 장소는 예측 가능하고 공격강도는 약해진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을수록, 그만큼 공격 장소는 예측 불가능해지고 공격강도도 강해진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이를 원하는 메시지로 무력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충격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이나 남북경협에 대한 인식 정도에 따라 공격 수준과 공격 장소를 선택한다. 공격 장소는 서북도서에서 동부전선이나 수도권으로 변경될 수 있으며, 전 국토로 확대될 수도 있다. 공격강도는 구식무기에서 첨단무기로 상승할 수 있다.

북한, 신진엘리트는 실용주의 선택 가능성 높아

장성택 사후, 권력 엘리트가 교체 속도를 내고 있다. 혁명세대는 1990년대에 퇴진했으며, 2000년대에는 원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쟁세대도 2000년부터 퇴진하기 시작하여, 현재 형식적 자리만 지키고 있다. 이제 3세대가 주류세력이다. 2세대는 상당히 개혁적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중국, 소련, 동유럽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에는 만경대혁명학원이 있기는 하였지만, 전문지식을 전수하는 고등교육기관이 없었다. 이에 반해 3세대는 국내적으로 보수이며 대외적으로 강성이라는 분석이 있다. 해외 유학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피상적일 수 있다. 해외에서 교육받은 사림일수록 민족주의 사고가 더 강하고 개방에 반대할 수 있다.

어쨌든 3세대 역시 급격한 체제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현상유지가 자신의 권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한과 국제정세에 밝기 때문에, 개방적 태도를 취할 것이다. 이전세대 보다 테크노크라트의 특성, 즉 실용성을 더 강조하며, 경제성장을 더 선호하고, 경제적 전문지식을 더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미국과 대립이 남겨준 결과가 정책전환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경험하면서, 협력이 이익이라는 학습효과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실리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분배할 수 있는 권력과 이익이 줄어들면 엘리트 계층이 분열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발행위가 출현할 수도 있다.

안보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행위

전쟁발발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심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면 된다. 경제파탄으로 몰고 가면서 급작스런 정권붕괴를 노려서는 안 된다. 흡수통합을 시도하지 말고, 느끼지 않도록 수위조절을 해야 한다. 촉구성 무력도발의 관점에 남한 주도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6자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면 된다.

현 정부 정책상 이것이 불가하다면, 최소한 그들이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적절한 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엘리트 교체의 관점에서 남한의 평화적 통일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군사력보다 경제력이 국제관계를 주도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대립보다 협력을 이익으로 인식하도록, 한반도와 국제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안보는 대비하는 가치가 아니라, 예방하는 가치이다. 상대의 행위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국민의 마음이 불안해진다. 이것은 안보가 아니라 불안이다. 그리고 상대가 행위를 시작해 버리면, 해결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예상경로를 파악하고 미리 대처하면, 낮은 비용으로 지킬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능동적 안보이다.


태그:#북한도발, #북한핵실험, #김정은, #최룡해, #남북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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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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