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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3선 확정을 보도하는 독일 <슈피겔> 갈무리.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3선 확정을 보도하는 독일 <슈피겔> 갈무리.
ⓒ 슈피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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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권 3기'가 막을 올렸다.

독일 <슈피겔>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각) 메르켈 총리는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연방 하원 분데스탁 투표에서 찬성 462표, 반대 150표, 기권 9표로 오는 2017년까지 임기 4년의 총리로 선출됐다.

3선 연임에 성공한 메르켈은 임기를 모두 채우면 11년 6개월간 집권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제치고 유럽의 최장수 여성 총리로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메르켈은 "총선 결과를 받아들이며 여러분의 믿음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메르켈이 이끄는 중도우파 기민·기사당 연합은 지난 9월 총선에서 41.5%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지만 과반에 5석이 부족했다.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이 의석 확보 최소 기준인 득표율 5%에 미달하면서 중도좌파 사민당과 두 달 넘도록 협상을 벌인 대연정에 합의했다.

총선 2위를 차지한 사민당은 기민·기사당 연합과의 대연정 합의안을 47만5000명의 전체 당원투표에 부쳐 76%의 찬성으로 통과시켜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메르켈의 3선 연임이 확정됐다.

노련하게 위기 돌파한 메르켈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메르켈의 시대가 곧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훨씬 더 많았다. 예비 총선으로 불린 지난해 5월 지방선거에서 기민당은 독일 최대 선거구이자 산업의 중심지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를 사민당에 내주고 말았다.

당시 독일 언론은 메르켈의 긴축정책이 더 이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쓰라리고 고통스러운 패배"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앞서 메르켈 총리와 함께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주도하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독일에도 정권 교체의 바람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메르켈은 노련하게 위기를 돌파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과감하게 독일 내 원자력발전소 폐기를 선언했고, 야당이 주장하던 복지 강화, 양성평등 정책을 전격 수용했다. 때마침 독일의 경제지표도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서며 메르켈의 지지율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방선거 패배 후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기민·기사당 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독일 통일 이후 가장 큰 승리를 거뒀고, 3선 연임으로 총 12년간 정권을 잡게 된 메르켈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넘어 유럽의 최장수 여성 지도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17시간 밤샘 토론 끝에 탄생한 좌우 대연정

독일 총선 당시 '압승'한 기민당. 메르켈(가운데)이 꽃다발을 들어올리고 있다.
 독일 총선 당시 '압승'한 기민당. 메르켈(가운데)이 꽃다발을 들어올리고 있다.
ⓒ EPA/RAINER JENSEN/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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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은 서독의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의 목회 활동을 따라 동독으로 이주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베를린 과학 아카데미 물리화학 연구소에서 양자화학 분야 연구원으로 일하며 청춘을 보냈다.

1989년 민주개혁(DA)과 기민당의 당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메르켈은 1990년대 독일을 이끈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신임을 얻으며 여성·청소년부 장관, 환경·자연보호·핵시설 안전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콜 총리가 정치자금 스캔들에 휘말리며 위기에 처하자 메르켈은 자신의 정치적 '멘토'에게 냉정히 등을 돌렸다. 콜의 사퇴를 주도하며 권력 다툼에서 승리한 메르켈은 2005년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하며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올라 3선까지 연임했고, 유럽의 경제위기 돌파를 주도하며 사실상 '유럽의 총리'로 불리고 있다.

메르켈은 이번 대연정을 위해 17시간이 넘는 밤샘 토론을 벌이며 사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시간당 8.5유로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은퇴연금 수령도 63세로 앞당겼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보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독일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재계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복지 축소를 추진하던 메르켈이 은퇴연금 수령을 앞당기며 말을 바꿨다는 비난과 함께 신재생에너지를 위해 국가 재정이 들어가면 기업이 부담하는 에너지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메르켈이 독일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임 총리의 개혁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1998년부터 8년간 재임하며 '어젠다 2010'이라는 개혁안을 통해 독일의 의료보험과 연금제도를 뜯어고치고 각종 세금을 삭감하며 독일 경제의 틀을 새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 벌써 후계자 띄우기?

메르켈의 집권 3기를 함께할 새 내각은 기민당 6명, 기사당 3명, 사민당 6명으로 구성됐다. 기민당은 볼프강 쇼이블레의 재무부 장관 유임을 관철시켰다. 이로써 독일의 유럽 재정경제 통합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켈과 대연정 합의를 타결한 사민당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대표는 경제부 장관을 맡았지만 그동안 환경부 소관이었던 에너지 정책까지 총괄하게 되면서 메르켈에 이은 '2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총리직을 꿈꾸고 있는 가브리엘로서는 능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를 얻었다. 또한 사민당은 외무부·노동부·환경부·법무부·여성부 장관도 맡는다.

하지만 이번 내각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노동부 장관을 맡다가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오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다. 독일 언론은 사실상 마지막 임기에 나선 메르켈이 폰데어라이엔을 국방장관에 임명함으로써 자신의 후계자로 선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사로 일하다가 기민당에 입당하며 정치를 시작한 폰데어라이엔은 역시 기민당 출신으로 니더작센주 총리를 지낸 부친의 배경을 앞세워 고속 승진했다. 폰데어라이엔은 메르켈 정권과 함께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7남매를 키우고 있는 폰데어라이엔은 가족여성청년장관 시절 보육시설을 대폭 늘리고, 남성에게도 2개월의 유급 육아휴직을 주는 등 독일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부 여론의 반대도 있었지만 뚝심 있게 정책을 추진하며 '저출산 파이터'라는 별명도 얻었다.

또한 노동부 장관 시절에는 메르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좌파가 주장하는 기업의 여성 임원 할당제와 전국 최저임금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좌우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를 얻으면서 어느새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르켈이 '폰데어라이엔 띄우기'를 위해 임기 중반에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방 분야에서 경험이 전혀 없는 폰데어라이엔에게 너무 무거운 임무를 맡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1년 징병제가 사라지며 시작된 독일의 병력난을 해결하고, 미국과 함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이끌어야 한다. 또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군 통합도 추진해야 하는 등 험난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태그:#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분데스탁 , #대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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