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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00 목사님', '정00 목사님, '안00 목사님', '한00 목사님', 그리고 제가 아는 모든 목사님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오늘(15일)은 주일입니다. 적게는 몇 명,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 더 많게는 수천 명 앞에서 설교를 하셨겠네요. 무슨 말씀을 전하셨는지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설교를 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사가 설교에서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것을 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2013년을 보름 남겨 둔 지금. 목사로서는 예수만 설교해야지만, 대한민국 '시민'으로서는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인간존엄성이 위협받는 현실 앞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며칠 전 고려대학교 한 학생이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1980년대 대학을 다녔으니까, 참 많이 들었고, 봤던 것입니다. 아마 어떤 분들은 직접 쓰기도 했을 것입니다. 요즘 대학가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그 중 일부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1980년대 대자보에는 "전두환 독재정권 타도하자!" 그리고 "미군 철수" 같은 글들이 많았지만, 이번 대자보를 보면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민주주의가 유린당하는데도 "민주주의"를 입에 담을 힘조차 없다는 말입니다.

모가지 내놓고 사는 목사, 민주주의 유린당하면 일어나야

"안녕하십니까?" 많은 대학생들이 "안녕 못합니다" 같은 대자보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촛불세대'이어, '안녕세대'가 탄생했다고 말합니다. "안녕 대자보"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삶의 문제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1980년대. 1970년대로 다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대자보가 등장하기 전 종교계를 중심으로 시국선언이 이어졌습니다. 가톨릭 신부님들이 가장 먼저 나섰고, 불교, 원불교, 천도교 성직자들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섰습니다. 개신교 목회자들도 동참했습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해서 기도하며 하나님의 공의를 선포해 온 우리 목회자들은 더 이상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현실을 그냥 묵과할 수 없다, 이에 대전·충남·세종 지역 목회자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하나님의 공의 실현을 위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다."

목사들만 아니라 신학생들도 나섰습니다.

"현 정권은 부당하게 권력을 도둑질하였고 거짓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다. 불법으로 도둑질한 것을 배상하라"-11월 29일 장신대 신학생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짓밟던 유신 시대로 회귀하려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했다. 신학생들은 '정의'와 '자유'가 휴지 조각이 돼 버리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며, 현 시국 사태를 비통해하고 분개한다."-4일 한신대 신학생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자유를 '국가 수호'라는 궤변 아래 억압하고 있는 실정이다"-5일 부산장신대 신학생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장신대 시국선언문에는  "우리는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의 성품을 따라, 생명을 위협하는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고자 한다"면서 "국가의 힘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올바른 길로 가지 않을 때에, 우리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언자'라는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목사는 '모가지'를 내놓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예수님을 위해 모가지를 내놓는 것이지만, 권력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인간존엄성을 짓밟을 때도 분연히 일어나야 합니다. 구약 예언자들은 왕이 거룩성을 잃어버리고 백성을 억압할 때 왕에 나아가 직언했습니다.

미가 예언자는 "내가 또 이르노니 야곱의 우두머리들과 이스라엘 족속의 통치자들아 들으라 정의를 아는 것이 너희의 본분이 아니냐 너희가 선을 미워하고 악을 기뻐하여 내 백성의 가죽을 벗기고 그 뼈에서 살을 뜯어 그들의 살을 먹으며 그 가죽을 벗기며 그 뼈를 꺾어 다지기를 냄비와 솥 가운데에 담을 고기처럼 하는도다"(미가 3장 1-3절)라고 말했습니다

다윗을 책망한 나단과 아합을 책망한 엘리야

예언자 나단은 다윗 왕 앞에서 그가 우리에게 저지른 범죄를 책망했습니다(사무엘하 12:1-13), 왕비 손에 죽은 예언자들(열왕기상 18:4,13,22: 19:10-14)이 있습니다. 아합과 이세벨이 나봇 포도원을 빼앗자 엘리야는 "나봇의 피를 핥던 개들이 같은 자리에서 네 피도 핥으리라"고 말했습니다. 결과는 잘 알고 있습니다.

솔로몬은 "하나님이여 주의 판단력을 왕에게 주시고 주의 공의를 왕의 아들에게 주소서 그가 주의 가난한 자를 정의로 재판"(시편 72편 1-2절)할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그는 또 "그가 가난한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 주며 궁핍한 자의 자손을 구원하며 압박하는 자를 꺾게"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2013년 대한민국은 가난한 자들이 핍박받고 있습니다. 국가와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합니다. 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하는 철도노동자 수 천명을 직위해제 했습니다. 가난한 백성들의 억울함을 위해 기도할 때입니다. 국가와 자본을 향해 가난한 자들을 억압하지 말라고 외쳐야 합니다.

"그는 궁핍한 자가 부르짖을 때에 건지며 도움이 없는 가난한 자도 건지며 그는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불쌍히 여기며 궁핍한 자의 생명을 구원하며 그들의 생명을 압박과 강포에서 구원하리니 그들의 피가 그의 눈 앞에서 존귀히 여김을 받으리로다."(시편 72편 12-14절)

하나님은 "궁핍한 자가 부르짖을 때 건지는 분"

하나님은 궁핍하고 가난한 자가 부르짖을 때 건지는 분입니다. 목사는 하나님을 따르는 자들입니다. 그럼 가난한 자들이 부르짖고, 궁핍한 자들이 울부짖는 것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권력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압제하고, 강포를 휘두를 때 그들과 함께 싸워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이며, 공의입니다. 예언자는 공의를 세우는 자들입니다. 이사야 예언자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의 장로들과 고관들을 심문하러 오시리니 포도원을 삼킨 자는 너희이며 가난한 자에게서 탈취한 물건이 너희의 집에 있도다. 어찌하여 너희가 내 백성을 짓밟으며 가난한 자의 얼굴에 맷돌질하느냐 주 만군의 여호와 내가 말하였느니라 하시도다."(이사야 3장 14-15절)

백성을 짓밟고, 가난한 자의 얼굴에 맷돌질 하는 고관들을 심문한다고 말합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은 노동자들을 탄압합니다. 그들의 권리를 힘으로 누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침묵한다면 공의로운 하나님의 예언자가 아닙니다. 물론 우리들이 돌멩이를 들고 나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손에 무기를 들자는 것도 아닙니다. 또 다른 권력을 만들자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김민웅 교수(성공회대) 등 15명이 쓴 <정치하는 교회 투표하는 그리스도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깨달은 것은 강도 만난 사람을 진정으로 돕기 위해서는, 또한 앞으로 더 이상 강도 피해를 입는 사람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통치방식까지 관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강도만난 사람만 돕는 것이 사랑인가? 그것만 하면 사랑이 완성되는가? 문제의 뿌리가 있다면 그 뿌리까지 뽑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행위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 영역과 구조적·제도적인 영역을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모든 것이 사랑에 기초한 것이며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아닌가? 이처럼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행동까지 포함된다."

"문제의 뿌리가 있다면 그 뿌리까지 뽑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행위"라고 합니다, 이제 말하고, 저항할 때입니다. "안녕들하십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자보, #안녕하십니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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