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선수는 188cm의 훌륭한 신장을 지닌 골키퍼 자원으로 특출난 실력을 바탕으로 근 3년간 대건고 골문을 지킨 선수입니다. 인천의 레전드인 김이섭 코치가 직접 갈고 닦으며 애지중지 키워낸 첫 선수로 대학을 거치지 않고 2014년 곧바로 프로에 데뷔할 정도로 장래가 아주 유망한 선수입니다. 훗날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의 넘버원 수문장으로 우뚝 설 우리의 꿈나무 이태희 선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 기자 말

 

인천 유나이티드 신인 골키퍼 이태희 내년 시즌 새롭게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하는 이태희(대건고) 선수의 모습

▲ 인천 유나이티드 신인 골키퍼 이태희 내년 시즌 새롭게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하는 이태희(대건고) 선수의 모습 ⓒ 이상민

- 이태희 선수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장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태희라고 하고요. 포지션은 골키퍼를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너무 반갑고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아, 상당히 떨리네요.(웃음) 다시 한 번 이렇게 좋은 기회 주심에 감사드리며 인터뷰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도록 할게요. 가장 먼저 통상적인 질문이죠. 처음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해주세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어요. 저희 친형이 축구를 배웠는데 형 운동하는 곳에 따라다니면서 저도 축구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죠. 그때부터 부모님께 '나도 축구 하고 싶어'라고 계속해서 떼를 썼어요.(웃음) 결국에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부모님께서 축구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셔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포지션은 미드필더였고요, 골도 많이 넣고 그랬습니다.(웃음)"

 

- 미드필더요? 그럼 처음부터 골키퍼를 한 것이 아니라는 소리군요. 골키퍼로 포지션 변경은 언제 이뤄진 것인가요? 포지션을 변경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중학교 2학년 때 필드 플레이어에서 골키퍼로 보직을 변경하게 되었는데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냥 골키퍼가 하고 싶었어요. 방금 말씀드린 저희 친형이 골키퍼를 봤거든요. 아마 형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골키퍼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감독 선생님께서도 제가 골키퍼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해주셨죠. 그렇게 해서 골키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혹시 다시 필드 플레이어로 뛰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가끔씩 있죠. 실제로 중학교 때 골키퍼를 보다가 필드 플레이어로 나갔던 적이 있어요. 사연을 설명해드리면 오룡기 청학중과의 경기였는데요. 그때 팀이 1-2로 지고 있었는데 하프타임에 감독님께서 갑자기 저한테 필드로 나갈 준비를 하라고 하시는 겁니다. 제가 미드필더로 올라가고, 다른 골키퍼가 대신 골문을 지켰어요. 그리고 제가 프리킥으로 동점골까지 터트렸습니다.(웃음) 결과적으로 막판에 한 골을 내주며 2-3으로 패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대건고에 와서 챌린지리그에 처음으로 뛰었던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전북 영생고와의 원정경기였는데 3-1로 승리를 거뒀거든요. 당시 먼저 선제골을 내주고 적잖이 당황했었는데 다행히 팀 동료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3골을 내리 성공시키며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 혹시 가장 좋아하거나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나요?
"저는 정성룡 선수요. 듬직하게 뒤에서 선수들을 리드해주며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정성룡 선수는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아무래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본인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는 법이죠. 이태희 선수가 생각하기에 본인의 장점과 단점은 각각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장점이라고 한다면 정확한 킥과 공중볼 캐칭이 아닐까 싶네요. 3년 동안 김이섭 코치님께 아주 호된 수련을 받았습니다. 일반 코치님들은 연습할 때는 잡기 편하게 살살 차주시는데 김이섭 선생님께서는 연습도 실전의 일부라고 강조하시며 실전에 나올 법한 불규칙한 공을 많이 차주세요.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단점은 아직까지 판단력이나 순발력이 조금 부족한 부분이 아닌 가 싶습니다. 하루 빨리 고쳐 나가야죠."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순간 지난 8월. 이태희가 속한 대건고등학교 선수단이 회식 중 카메라를 향해 익살스런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순간 지난 8월. 이태희가 속한 대건고등학교 선수단이 회식 중 카메라를 향해 익살스런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이상민

- 이제 졸업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건고에서의 지난 3년간의 추억이 이태희 선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추억이 정말 많이 쌓였습니다. 각자 전국 각지에서 살다가 온 친구들이 많다보니 숙소 생활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경기에 나가서 이겼을 때는 함께 기뻐하고, 졌을 때는 함께 위로해주고 그랬죠. 팀 자체적으로 단합이 정말 잘 이뤄졌습니다. 이 역시도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 아무래도 구단 산하 유스팀 선수다보니 프로 선수들도 가까이서 많이 봤을 것 같은데요. 이태희 선수가 보기에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팀은 어떤 팀이라 생각하나요?
"숙소에 있다가 프로 형들 운동하는 것을 자주 봤어요. 형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가끔씩은 '아, 나도 저기 안에 들어가서 같이 한 번 뛰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인천 유나이티드는 그야말로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최고의 팀이죠."

 

- 이제 졸업을 앞둠과 동시에 프로 선수로서의 출발을 시작하게 됩니다. 다시 최고참에서 막내로 돌아가게 되는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소감은 어떤가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후배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요. 긴장되고 떨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해야죠."

 

-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매력 포인트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그리고 이상형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음…. 아마도 큰 키와 귀여운 얼굴이 아닐까요?(웃음) 이상형은 단발머리 여성이에요. 이유는 따로 없고요 그냥 긴 머리보다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거든요."

 

- 아직 프로에 비해 관심도가 적은 만큼 팬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이 되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팬이나 선물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올해 초에 20세 대표팀에 발탁되었을 때 몇몇 팬 분께서 잠옷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제 첫 선물이었는데요. 너무 감동이었고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 취미 생활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축구 이외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요?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가서 게임도 하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가끔씩은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보고 그래요. 그냥 보통 청소년들과 같은 여가활동을 보냈다고 생각하시면 되요.(웃음) 저희도 평범한 학생에 불과하거든요."

 

- 선수단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선수들이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동료는 어떤 선수인가요?
"권로안 선수요. 처음 대건고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저에게 말을 걸어 준 사람이 바로 (권)로안이었어요. 그때부터 가깝게 지냈던 것 같아요. 이제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지만 나중에 다시 만날 거라고 좋게 생각하려고요."

 

- 만약 권로안 선수와 상대팀으로 만나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떨 것 같나요?

"그래도 시합은 시합이죠. 냉정하게 (권)로안이의 슈팅을 다 막아낼 겁니다.(웃음)"

 

- 이제 한 달 정도 있으면 법적으로 성인이 됩니다. 스무살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술집, 술집 하잖아요. 술을 막 마시고 싶다는 건 아니고요. 술집의 분위기가 어떤지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신분증으로 당당히 그런 곳을 출입할 수 있다는 자유(?)를 만끽해보고도 싶고요."

 

이태희 선수가 골킥을 처리하는 모습 지난 10월 24일. 인천 남동공단 근린공원에서 펼쳐진 제 94회 전국체전 고등부 축구 결승전에서 이태희가 골킥을 처리하고 있다.

▲ 이태희 선수가 골킥을 처리하는 모습 지난 10월 24일. 인천 남동공단 근린공원에서 펼쳐진 제 94회 전국체전 고등부 축구 결승전에서 이태희가 골킥을 처리하고 있다. ⓒ 이상민

- 마지막 대회가 전국체전이었어요. 대건고 사상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는데요. 그 당시 심정은 어땠나요?
"너무 아쉬웠죠. 승부차기에서 졌기에 더더욱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나름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것 또한 다 추억이 될 거잖아요. 이것을 발판삼아 더 큰 도전에 나서야죠. 물론 지금도 생각하면 아쉽죠.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흘러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 매탄고와의 전국체전 결승전 경기에서 잘하다가 막판 2실점을 했고, 승부차기에서 한 개도 막지 못하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때의 느낌이 궁금합니다.
"미안했죠. 그때가 제가 축구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 경험하는 승부차기였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없었죠. 신성환 감독님께서 사인을 줄 테니 손짓대로 다이빙하라고 지시했는데, 하나도 맞지 않았어요.(웃음)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결과론이지만 만약에 순전히 제 감각에 의해 몸을 던졌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겠어요."

 

- 이제 지금의 1, 2학년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다시 내년에 대건고등학교를 위해 열심히 뛰게 됩니다. 선배로서 졸업을 하면서 이 후배 덕분에 믿고 떠날 수 있다는 믿음직스러운 선수가 있나요?
"임은수 선수와 최범경 선수 그리고 김동헌 선수요. 먼저 (임)은수는 1학년 때부터 주전 팀에서 뛸 정도로 다른 친구들보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에요. 내년에 주장을 맡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험이 많다보니 팀 동료들을 잘 이끌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다음으로 (최)범경이는 기량이 아주 특출난 후배에요. 이제 2학년에 올라가는데 시간이 흐르면 엄청난 선수로 발전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동헌이는 골키퍼를 보는 친구인데요. 제가 제일 아끼는 후배였어요. 내년부터 주전으로 뛰게 될 텐데 뭐 항상 잘해서 크게 걱정이 안 되요. 내년에 아마 동헌이가 잘해줘서 우승하나 할 것 같습니다.(웃음)"

 

- 올해는 창단 이후 관심을 제일 많이 받은 거 같은데 팬들을 볼 때,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그저 어색하고 적응이 안됐죠. 의식을 안 하고 신경을 안 쓰려고 했는데 우리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계시니까 저도 모르게 힘이 나더라고요. 정말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에게 보내준 관심과 사랑을 앞으로도 저희 후배들에게도 똑같이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럼 정말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 다른 프로 팀 산하 유스팀도 있고, 기타 일반 학교 축구부도 있고 정말 수많은 축구부가 있잖아요. 대건고가 다른 학교들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좋은 것 같은지 궁금합니다. 또 나는 이럴 때 대건고가 정말 자랑스러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나요?
"솔직히 다른 학교에 비해 실력이 좋은 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단언컨대 경기장 안팎에서의 팀워크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선·후배 간에도 위계질서가 아닌 친구처럼 지내는 끈끈한 가족 같은 정이 있거든요. 이것이 대건고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 대건고 소속 축구선수이지만 본분은 학생이잖아요. 보통 운동, 훈련, 경기 일정과 학교 일정을 어떻게 병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새벽에 개인 운동을 하고 오전에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고 점심 먹고 숙소에 와서 운동 준비를 해서 오후 운동을 하고 저녁에 또 개인 운동을 하고 쉴 틈이 없었죠. 하지만 힘든 만큼 정말 즐거웠어요.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들이잖아요.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동기 친구들과 즐거운 모습의 이태희 지난 11월 11일. 이태희가 대건고등학교 동기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모습으로 카메라 촬영에 임하고 있다.

▲ 동기 친구들과 즐거운 모습의 이태희 지난 11월 11일. 이태희가 대건고등학교 동기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모습으로 카메라 촬영에 임하고 있다. ⓒ 이상훈

- 전국체전 결승전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떠나셨을 때의 감정이 궁금합니다. 후배들이 따로 해주는 말은 없었나요?
"짐을 하나둘 챙기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후배들이 '형들 고생했어요'라고 이야기해주면서 악수하고 포옹을 나누는데 정말 너무나도 슬펐습니다. 내년과 내후년에 우리 후배들이 저희가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꼭 이뤄줬으면 좋겠어요. 내년에 프로에 가서도 숙소도 바로 옆이고 하니까 시간이 되는대로 맛있는 거 사들고 애들한테 많이 찾아 가려고요.(웃음)"

 

- 시즌 중반에 인천의 레전드 임중용 코치님이 대건고 코치로 부임하셨습니다. 임 코치님이 팀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의 기분과 코치님이 합류함으로서 팀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무엇이 있었을까요?
"처음에 저희 팀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진짜 오신대? 우린 큰일났다'라는 이야기를 하며 임 코치님이 엄청나게 무서운 분이실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만나 뵈니 너무 착하시고 저희에게 잘해주셨습니다. 임중용 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운동하는 게 틀려졌어요. 독일에서 정말 많은 프로그램을 배워 오셔서 저희에게 가르쳐 주셨는데 하루하루 운동이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임 코치님은 운동할 때는 냉정하게, 숙소에서는 편하게 해주셨어요.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은근히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느껴졌습니다."

 

- 역시 임중용 코치님의 존재감은 여전하군요. 한편, 챌린지리그에서 왕중왕전 진출권이 걸려있는 중요한 시점에 대표팀 선발로 경기를 빠지게 되었는데 아쉬웠던 점은 없나요? 반대로 대표팀에 선발 되었을 때의 느낌이 궁금합니다.
"잔여 리그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아쉬움과 대표팀 선발의 기쁨이 공존했던 것 같아요. 1학년 골키퍼 (김)동헌이에게 '할 수 있다, 형이 믿는다'고 말해주며 힘을 줬어요. 정말 고맙게도 팀 동료들이 아무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고 해서 마음 편하게 대표팀에 갔던 것 같아요."

 

- 제가 알기로는 1차로 목포축구센터에서 예비 명단의 선수들을 모두 불러 훈련을 시킨 다음에 차후에 2차로 최종 엔트리를 발탁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네,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처음에는 예비 엔트리 50명이 모여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23명으로 추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하루하루 운동을 하는데 긴장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목포에서 소집을 마치고 해산하며 KTX를 타고 집이 있는 청주로 올라오는 사이에 휴대전화로 문자 한 통이 오더라고요. 최종 엔트리 합격 문자였습니다. 합격 소식에 너무 좋아서 정신이 혼미해졌었죠. 오죽하면 제가 오송역에서 내려야 했는데 광명역까지 갔다니까요?(웃음) 웃지못할 해프닝이죠."

 

- 내년부턴 프로에서 뛰게 될 텐데 골키퍼가 많잖아요. 그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경쟁하는데 자신 있나요?
"쟁쟁한 선배님들이 많으신데 제 유일한 장점은 어리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그걸로 계속 밀고 나가려고요. 부담감은 제가 아닌 형들이 있을 것 같아요. 열심히 하나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처음에는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2군에서 전전긍긍하는 게 당연하겠죠. 절대 좌절하지 않고 그저 항상 하나씩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성실하게 훈련에 임할 생각입니다."

 

- 프로에 가면 쟁쟁한 선수들이 많잖아요. 월드컵 스타인 김남일, 설기현, 이천수 선수도 있고 우상으로 생각하던 선수들이 가득한데 어떨 것 같나요? 또 어떤 선수와 가장 친해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아직은 제가 프로 형들과 함께 운동을 할 거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월드컵 스타 세 분은 그야말로 우상과도 같은 최고의 선수들인데 과연 제가 감히 말을 붙일 수 있을까요?(웃음) 가장 친해지고 싶은 선수는 권정혁 선수예요. 이유는 간단해요. 같은 골키퍼고, 배울 점도 많으신 것 같고요. 무엇보다 성격이 좋으셔서 후배를 잘 챙겨주실 것 같아요."

 

- 이태희 선수가 95년생이고 권정혁 선수가 78년생이니 두 선수의 나이차이가 무려 17살이나 차이가 나는데요. 삼촌과 형 중에 호칭을 어떻게 부를 건가요?
"저는 자신 있게 형이라고 부를 것 같아요. 삼촌이라고 부르면 뭔가 어려워 보이잖아요."

 

- 혹시라도 만약을 가정했을 때 인천 유나이티드 이외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팀이 있나요?
"아니오. 그런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인천은 저를 키워주고, 재워주고, 먹여주는 등 정말 많은 것을 안겨준 팀이잖아요. 이젠 제가 보답해야 할 차례가 아닐 까 싶어요. 저 정말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제가 프로에 가서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서 훗날 지금보다 더욱 더 훌륭한 선수가 되고 다른 팀에서 오퍼가 온다해도 저는 끝까지 인천에 남고 싶습니다. 흔히 말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인천에 뼈를 묻고 싶습니다.(웃음)"

 

스승 김이섭 코치와 함께 선 이태희의 모습 지난 11월 18일. 이태희가 스승 김이섭 코치로부터 장갑을 선물받고 있는 모습이다.

▲ 스승 김이섭 코치와 함께 선 이태희의 모습 지난 11월 18일. 이태희가 스승 김이섭 코치로부터 장갑을 선물받고 있는 모습이다. ⓒ 이상민

- 골키퍼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점과 그 때 이겨낼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성격이 좀 소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경기를 하다가 실수를 한 번 저지르면 좌절을 많이 하죠. 그때마다 김이섭 코치님께서 항상 제 옆에서 잡아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지금까지 오기까지에는 김 코치님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그러고 보니 예전에 김이섭 코치님께서 저와의 창단 10주년 인터뷰에서 이태희 선수를 극찬하셨습니다. 자신이 3년간 가르친 친구인데 자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친구고 또래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기량이 아주 출중한 선수라고 했는데요. 혹시 그 기사를 봤나요?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기사를 당연히 봤습니다. 그 기사를 보고 너무 기분이 좋아서 캡쳐를 해서 한동안 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걸어 놨었어요.(웃음) 코치님께서 겉으로는 전혀 내색을 안 하시는데 인터뷰에서 제 이름을 그렇게 언급해주시니 너무 영광이었죠. 후배 (김)동헌이가 항상 저한테 '제 우상은 형이에요'라고 말하는데 김 코치님께서는 '만날 좌절하는 놈이 무슨 우상이냐'라고 농담을 건네셨어요. 그만큼 정말 스승과 제자 그 이상의 관계로 지내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보통 선수들은 코칭스태프 선생님들과 보이지 않는 벽으로 인해 다소 형식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나요?
"암만해도 그렇죠. 하지만 저는 김이섭 코치님이랑 만큼은 정말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평상시에 문자 메시지도 자주 주고받고, 또 김이섭 선생님 아들 (김)준홍이가 지금 U-12팀에서 골키퍼로 축구를 배우고 있거든요. 선생님께서 용돈을 줄테니 아들 과외 좀 시켜봐라라고 하실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 김이섭 코치님의 아들 준홍군도 골키퍼로서의 자질이 충분한 것 같나요?

"네, 확실히 핏줄이 무섭다는 게 얘가 축구에 감각이 있어요. 평소에 준홍이랑도 자주 연락하면서 친동생처럼 아끼고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 아주 훈훈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군요. 다음 질문입니다. 동기들이 정말 많은데요. 저 같은 경우에 군 생활을 하던 시절 동기들을 정말 많이 의지했거든요. 혹시 서로에게 본받을 점이나 이 부분에서는 정말 닮고 싶다하는 동료가 있었나요?
"주장이었던 정의진 선수요. (정)의진이는 정말 생각하는 게 다른 친구에요. 말도 잘하고 생각도 깊고 특히 지식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친구에요. 운동장 밖에서는 정말 순둥이인데 운동장 안에만 들어서면 눈빛부터 달라져서 야수로 돌변하는 무서운 친구죠.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참 잘 이끌어줬어요.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친구로서 속이 많이 상해요. 하지만 (정)의진이는 분명히 어떤 일을 하던지간에 성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가족이나 축구를 하는 동료(혹은 친구)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 친구 중에서 특히 힘이 되었던 친구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점에서 힘을 받으셨고 어떤 말을 들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역시 아버지께서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셨죠. 매일 하루에 한 번씩 전화 통화를 해요. 오늘은 무슨 일을 했느냐, 어땠느냐 등과 같은 형식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매일 전화를 거세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제가 축구를 하기 싫다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버지께서 '지금 그만두면 뭘 할 것인지 생각해봤냐. 잘 생각해봐라.'라고 뼈있는 말씀을 해주셔서 마음을 다잡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셨죠.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 와, 아버지께서 상당히 멋지시네요. 그렇다면 1·2학년 시절에 함께 했던 선배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배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만약 있다면 누구고 어떤 점에서 기억에 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전주대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이)재걸이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랑 2년 간 같이 운동을 했는데 시합을 뛸 때나 안 뛸 때나 저를 항상 옆에서 많이 챙겨줬어요. 물론 사람인데 속마음은 저를 시기질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혀 티를 안냈어요. 마인드 컨트롤하는데 옆에서 많이 도움을 줘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최고의 선배였어요."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이태희의 모습 지난 11월 11일. 기자와 인터뷰에 임하면서 활짝 웃어보이고 있는 이태희의 모습

▲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이태희의 모습 지난 11월 11일. 기자와 인터뷰에 임하면서 활짝 웃어보이고 있는 이태희의 모습 ⓒ 이상훈

- 팀을 떠나면서 스승님들과의 이별도 아쉬울 것 같은데요. 그동안 아낌없는 가르침을 주신 신성환 감독님, 김이섭 코치님, 임중용 코치님께 각각 한마디씩 해주세요.
"먼저 신성환 감독님께는 지금까지 많이 힘드셨을 텐데 전혀 내색을 안 하시고 묵묵히 팀을 이끄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몸이 아프셔도 항상 운동장에 나오셔서 선수들을 지도하시는데 너무 멋지셨습니다. 감독님의 그 열정과 투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김이섭 코치님. 코치님께서는 제가 3년간 가르침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코치님의 플레잉 스타일을 흉내를 많이 내려고 했는데 아시려나 모르겠네요.(웃음) 정말 코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다른 팀에 있는 친구들한테 저는 코치님과 쉴 때도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깝다고 자랑을 많이 하고 다녀요. 코치님의 가르침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꼭 훌륭한 선수가 되어 멋진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임중용 코치님. 코치님은 항상 한결같으셨습니다. 분명히 속으로는 저희 선수들이 좋고, 나쁘고를 생각하고 계셨을 텐데 늘 한결같은 표정으로 묵묵히 지켜봐주셔서 정말 멋진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그런 면이 저희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어요. 저희에게 항상 '나는 3학년 너희가 제일 정이 간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선생님께 배운 반년의 시간은 너무 소중했고 감사했습니다."

 

- 그렇다면 이번에는 함께 동고동락하며 고생한 대건고 동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먼저 친구들에게는 각자 갈 길을 찾아서 흩어지게 되는데 가서도 열심히 해서 꼭 프로에서 다시 만나자고 전하고 싶어요. 다음으로 후배들한테는 고등학교 생활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졸업을 앞둔 시점이 되니 벌써부터 그립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운동이 힘들더라도 이겨내고 열심히 해서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내고 또 좋은 대학교에 진학해서 훗날 멋진 프로 선수로서 꼭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제일 아끼는 후배였던 (김)동헌이에게 한 마디 전하고 싶어요. '동헌아, 형이 빨래도 시키고 심부름도 많이 시켜서 미안했다. 서로 허물없이 지내서 너무 즐거웠다. 항상 형한테 내 우상은 형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형 개인운동 나가는데 파트너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해서 함께 운동해줬던 것도 비록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형한테는 또 하나의 감동이었어. 이제 형은 떠나지만 형이 없어도 꼭 새로운 파트너 만들어서 개인 운동 열심히 해서 넘버원 골키퍼가 되길 바란다. 형이 항상 응원할게. 사랑한다, 내 동생 김동헌."

 

-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 물씬 풍기는 게 눈물짓게 만드네요. 자 이제 서서히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의 이태희 선수가 있기까지 만약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하는 부모님께도 한마디 남겨 주세요.
"부모님께는 항상 감사하죠. 먼저 아버지께는 지금까지 제가 축구를 해오면서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항상 믿어줘서 감사했고, 프로에 가서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해서 꼭 TV에 나오는 멋진 선수가 되어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닐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전해 드리고 싶어요.

 

다음 어머니께는 정말 못난 아들 뒷바라지 하신다고 많이 힘드셨을 텐데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시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저를 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오직 저 하나만을 바라보고 견디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꼭 성공해서 우리 사랑하는 어머니 호강시켜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정말 아들이 격하게 사랑합니다.

 

아, 그리고 저희 형한테도 한 마디 할게요. 제가 지금까지 축구를 하고 있기까지 형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중학교 때 가끔씩 훈련장에 와서 운동도 가르쳐주고 했거든요. 지금도 형이 옆에서 여러 부분에 걸쳐서 많이 신경써주고 저를 도와주는데 너무 고마워요. 아마 형이 없었다면 제가 여기까지 못 왔을 것 같아요. 형이 지금 회사를 다니는데 열심히 잘 다녀서 더 높게 올라가자고, 우린 아직 시작이니까 파이팅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 감동의 연속이네요. 자, 이제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끝으로 우리 인천 유나이티드 팬 여러분께 한 마디 해주세요.
"먼저 프로 형들 응원하기에도 힘드실 텐데 저희 유스팀 대건고, 광성중까지 신경써주심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참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후배들도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저는 프로 선수 이태희로서 여러분과 다시 만나게 될 텐데요. 막내인 만큼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죽을 각오로 해볼 테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반드시 김이섭 코치님의 뒤를 잇는 인천의 저승사자가 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렇게 해서 인터뷰를 모두 마치게 되었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프로 선수 이태희로 다시 인터뷰하도록 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긴장이 많이 되고 떨렸는데 잘된 거 맞나요?(웃음) 인터뷰하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근엄한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는 이태희 지난 11월 11일. 기자와 진행한 인터뷰를 마치고 이태희가 근엄한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근엄한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는 이태희 지난 11월 11일. 기자와 진행한 인터뷰를 마치고 이태희가 근엄한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이상훈

이태희 선수는 인터뷰가 긴 시간동안 진행됐음에도 아주 성실히 인터뷰에 임해주었습니다. 현재 인천 구단에서 가장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재목인 이태희 선수는 내년(2014년)에 곧바로 인천 유나이티드에 프로 선수로 입단하여 또래보다 일찍 프로 선수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태희 선수의 밝은 앞날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이상으로 이태희 선수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2013.12.05 09:02 ⓒ 2013 OhmyNews
이태희 대건고등학교 인천 유나이티드 김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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