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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20일에 있었던 국민대학교 학생회 선거는 '총체적 난국', 이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역대 학생회 선거 때마다 잡음은 항상 있었다. 그러나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 선거를 막론하고 논란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적은 처음이다. 졸업이 얼마 안 남아 곧 학교를 떠나는 내 입장에서도 참 '신기한' 상황들이 많았다.

국민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국민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 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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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 그리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워낙 다른 데 신경 쓸 일이 많아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을 몰랐다. 그리고 어차피 출마 후보들은 소위 '비권'(비운동권)이었다. '운동권 총학'이 들어서길 바라는 나 같은 '좌빨 대학생' 입장에선 거기서 거기라 여겼다. 10월 21일에 선거공고가 붙었다. 그러나 별 감흥은 없었다.

'또 지들끼리 지지고 볶고 치고 받겠지.'

중선관위, 피선거권 자격 없는 후보들에 '자체심사'로 후보 인정

하지만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지난 11월 7일, 국민대 제46대 총학생회 선거 후보 중 한 팀인 '무한도전' 선거운동본부가 국민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선관위)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중선관위 위원은 국민대 선거시행세칙 제16조 3항에 따라 선거 일정이 시작되기 전 사퇴해야만 피선거권이 주어진다고 명시한다. 또한 제16조 3항 내용엔 선거일정이 '선거공고'를 포함한다고 돼 있다. 내가 선거공고 게시물을 봤던 10월 21일이 바로 선거 일정의 시작일이었다.

'무한도전' 선본이 거론한 문제는, 그들의 경쟁자인 '리필' 선본 후보자들이 선거 일정, 즉 10월 21일 선거공고가 나오고 난 후에 단대 회장직을 사퇴했단 것이다. 선거에 출마한 '리필' 선본의 최창영(경영학 08학번), 김형준(자동차공학 09학번)씨는 10월 29일과 30일에 각각 경영대, 공대 학생회장 직을 사퇴했다. 선거공고가 나고 1주일이 더 지난 시점이다.

이쯤 되니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중선관위는 논란이 일자 11월 1일 '리필' 측 후보들에 대한 입후보자 심사 회의를 열었다. 이때 현장에서 즉석투표로 '리필' 후보들의 피선거권을 인정했고, 그것도 문제가 됐다. 선거시행세칙엔 피선거권 자격이 없는 후보들에 대해 중선관위 차원의 후보자격 심사 투표가 가능하단 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중선관위는 자체 투표를 통해 '리필' 측 후보들의 선거권을 인정해 줬다.

11월 11일, 중선관위가 '무한도전' 선본에 보내는 답변서가 학교 게시판에 붙었다. 답변서는 "세칙을 정확히 지키지 못하여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깊은 반성과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라고 시작했다. 하지만 뒤의 내용은 '무한도전' 선본의 이의제기서에 대한 반론이었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중선관위는 "저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중략) 10월 30일 20시에 구성되었고, 그 구성시점이나 구성기준에 대한 세칙이 모호함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일을 '위원장의 소집' 시점으로 보았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중선관위 구성 이전에 '리필' 후보들이 사퇴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무한도전' 선본은 10월 21일의 선거공고일이 선거세칙상 선거 시작일이라고 했는데, 중선관위는 이에 대해 "중선관위 구성일이 선거 시작일"이라고 반론한 것이다.

답변서 앞 부분에선 죄송하다고 하더니, 뒷부분에선 '우린 잘못한 거 없다'고 하는 듯했다. 답변서를 본 학생들은 중선관위의 답변을 수긍하기 힘들단 입장이었다. 한 학생은 "이런 상황에서도 선거가 진행돼야 하는 건가"라고 했다. 하지만 선거는 진행됐다. 그리고 '리필' 선본은 11월 20일 개표 결과 63.75%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단과대 학생회장 후보자는 독일에...  학우들 "스펙 따려는 것"

총학생회 선거에서 이런 일이 있었던 것만도 머리가 아픈데, 이번에는 제27대 사회과학대학(아래 사과대) 선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사과대는 내가 속한 문과대학과 같은 건물을 쓰는 단과대고, 아는 사람들도 많은 곳이라 나름 관심 있게 선거 과정을 지켜봤다.

그러다 사과대 선거후보 중 '느낌표' 선본의 부후보자가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어 학교에 없단 걸 알았다. 온 사방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 사과대 학생은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간 상태에서 학생회 선거에 출마하다니… 학생들을 우습게 보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타 단과대의 한 학생도 "저건 진짜 순전히 스펙 따려는 목적에서 출마한 거다"라고 비판했다.

'느낌표' 선본은 부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리서명을 했고, 이에 대해 사과대 선관위는 승인했다. 논란이 일자 사과대 선관위는 11월 11일 회의를 열어 '느낌표' 측의 대리서명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자체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7명 중 4명이 대리서명을 인정해야 된다는 데 표를 던졌다. 앞의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과 마찬가지로, 사과대 선거시행세칙에도 피선거권 효력을 잃은 후보에 대한 후보자격, 또는 대리서명 인정 여부 등을 투표로 자의적으로 판단해도 된다는 규정은 없다.

나로서도 대학생활 10년 가까이 하면서 선거 후보자가 외국에 있는 경우는 처음 봤다. 당연히 '느낌표' 선본은 '심판' 받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느낌표' 선본이 당선됐다.

이젠 '투표권 박탈'까지... "난 어디에 투표해야 돼죠?"

공대 학생회 선거에선 사실상의 '투표권 박탈' 상황까지 발생했다. 국민대 공과대학 소속 J씨는 군대 전역 이후 첫 공대 학생회 선거에서 단과대학 선거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투표권 박탈' 상황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내 학적은 공대 기계자동차공학부로 되어 있다. 그런데 2010년도부터 이 학부가 기계시스템공학부와 자동차공학과로 나뉘었다. 기계시스템공학부는 그대로 공대에 남고, 자동차공학과는 2014년부터 단과대(자동차융합대학)로 승격한다. 그래서 (단과대 선거관리원에게) 가서 '기계자동차공학부인데 공대와 자동차융합대학 중 어디에 선거해야 되냐'고 물었더니 총학 선거 빼곤 못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즉, 기계자동차공학부 시기에 입학했기 때문에 2010년의 학부 분할 이후 그 어떤 단과대 선거에도 참여할 권리가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2010년 이전부터 재학 중인 기존의 기계자동차공학부 소속 학생들에게 공대나 신설 자동차융합대학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권 중 하나는 줘야 되는데, 그 두 선거권을 모두 못 가지게 된 것이다. J씨처럼 2010년 이전부터 기계자동차공학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모두 같은 상황에 처했다.

2013년 11월의 국민대 학생회 선거는 이미  끝났지만, 앞으로 더 이상은 대학교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국민대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수많은 대학에서도 벌어지는 문제란 걸 생각할 때 더욱 답답해질 따름이다.


태그:#총학생회,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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