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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당시 (남북 정상회담) 회담록은 국가정보원 원본과 청와대 사본 등으로 두 군데에서 동시 보관해 오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인 2007년 말~2008년 초  폐기를 지시했다.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보관용은 파쇄돼 폐기됐다."

검찰이 지난 15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위 내용은 이날 있었던 검찰 발표 내용이 아니다. <문화일보>(아래 <문화>)가 2012년 10월 17일 '여권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 내용이다.

<문화일보>가 '여권의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한 2012년 10월 기사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 일치한다.
▲ 2012년 10월 17일 vs 2013년 11월 15 <문화일보>가 '여권의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한 2012년 10월 기사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 일치한다.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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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문화>가 인용한 새누리당 고위관계자의 설명이 지난 114일 동안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기록물 755만 건을 열람하고 압수수색,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밝혀낸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과 일치한다.

검찰 조사결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측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고의성'을 가지고 파기, 미이관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당시 실무자인 백종천, 조명균 두 명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지만 그들의 행위가 '노 전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회담록 작성과 이관의 실무자인 조명균 비서관은 일관되게 '파기지시'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회의록 파기를 '지시'한 사람은 없고, '지시'를 들은 유일한 사람(조 비서관)은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자신감 배경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자신감의 배경이 1년 전 '타임머신 보도'를 한 <문화>에 등장한다. 당시 <문화>는 "노 전 대통령이 (기록물 관련) 없앨 건 없애라고 지시한 동영상이 있다"는 여권의 의혹을 전했다(2012년 10월 17일자). 동영상이 등장했다는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동영상의 존재까지 언급했음에도 언론에서 조용하자, 이번에는 익명의 '사정관계자'가 등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정당국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노 전 대통령의 '회의록 폐기' 동영상 내용을 보도했다(2013년 10월 8일자).

<동아>는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하라. (이지원에서 삭제가 안 된다는 실무진 의견을 듣고) 그럼 (30년간 열람할 수 없는) 지정기록물로 분류하라"고 말한 동영상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와 <동아일보>를 보면 조 비서관의 부인에도 왜 검찰이 자신감을 갖는지 그 배경을 알 수 있게 된다.

2013년 10월 <동아일보>는 '회의록 삭제'를 지시한 노 대통령의 동영상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동영상' 보도 2013년 10월 <동아일보>는 '회의록 삭제'를 지시한 노 대통령의 동영상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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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 파기를 최초 보도한 <문화>(12년 10월) 이후 검찰 수사결과(13년 11월 15일) 발표까지 1년 1개월 시간이 지났지만 검찰의 발표내용은 최초 <문화> 내용과 동일하다. 이것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1년 전부터 이미 새누리당은 '정상회담 회의록' 관련해 내용을 알았고, 활용했고, 현재까지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이제 강도 높은 검찰수사는 '대화록 유출'로 이어지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해 검찰이 수사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15일 검찰이 발표한 '대화록 실종' 사건이다. 새누리당이 고소한 건으로 노 전 대통령 측이 조사를 받았다. 문재인 의원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나머지 하나는 '대화록 유출' 사건이다. 새누리당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유출해서 선거 때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건으로 민주당이 고소한 건이다.

애초 검찰은 '실종'과 '유출'을 동시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실종 부분만 먼저 발표했다. 관련해서 두 사건을 대하는 검찰수사가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화록실종 사건의 참고인인 문재인 의원은 공개 소환조사를 받았고, 대화록유출 사건의 '피고발인' 김무성 의원은 서면조사만 받았다가 여론이 험악해지자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김 의원은 검찰에 출두해 대선 전에 회의록 전문 또는 발췌본 입수했는지, 불법적으로 열람했는지, 열람 후 주요 부분을 선거에 활용했는지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친 뒤 그는 기자들에게 유세 당시에 낭독한 내용은 회의록 유출본이 아니라 '찌라시'에서 본 내용을 읽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에 의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김 의원은 13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유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 검찰 출석한 김무성 의원 민주당에 의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김 의원은 13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유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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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김 의원은 부산 서면 유세장에서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정상회담 회의록을 낭독했다. 해당 내용은 회의록 원본과 대부분 일치하며 원문 8개 항목, 744자와 유사하다. 이로 인해 김 의원이나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전부터 대화록 원본이나 발췌본을 입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의혹은 산처럼 커졌는데 '무대'는 '찌라시'를 언급하고 그 후부터 침묵하고 있다.

전 정권에 대해서는 6년 전 시점의 파기된 회의록까지 찾아내 '복원'에 성공한 검찰이 현 정권 실세가 불과 1년 전에 참고했다던, 나라를 떠들석하게 만들고 있는 '찌라시' 원본에 대해서도 꼭 찾아서 진실을 규명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전 정권 수사에 보여준 열정과 집념이라면 1년 전 찌라시 정도는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10월 17일 <문화> 보도를 참고하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꼭 집고 넘어갈 대목은 최초 새누리당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정쟁으로 끌고 나온 이유에 대해서이다. 새누리당은 '노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맞섰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친노의 대표주자였다. 새누리당은 저자세 회담, 굴욕회담 등을 입에 올리며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노 전 대통령을 몰아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검찰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은 없었다! 최소한 정치도의를 알고, 지키려 노력하는 정당이라면 노 전 대통령 및 그의 지지자에게 공식 사과함이 마땅하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인 busase.tistory.com에도 게재하였습니다.



태그:#노무현, #대통령기록물, #정상회담회의록,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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