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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축제장 낚시터. 2011년 CNN에서 이 풍경을 보고 '세계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선정했다.
 산천어축제장 낚시터. 2011년 CNN에서 이 풍경을 보고 '세계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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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얼음축제를 예고하냐?"

강원도 화천군 나라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 정갑철)에서 내년 산천어축제를 1월 4일부터 26일까지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 가속화 등 날씨 예측이 불투명한 시기에 얼음이 어는 시기를 예고한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물고기를 감전사 시킬 일 있나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천(華川川) 둔치는 밤이 되면 읍내보다 춥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골바람으로 인해 인근 화천읍내와 많게는 3℃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12월 초에 축제장 조성을 위해 물길을 막으면 살얼음이 잡히기 시작해 축제가 열리는 1월 초순에는 얼음두께가 무려 40여cm에 이른다. 탱크가 올라서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두께다.

전국 어디에 얼음이 얼지 않아도 유독 이곳만 얼음이 언다. 그것이 축제조직위원회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이 얼음을 어떻게 얼렸습니까?"
"전기로 얼렸습니다."

몇 년 전 유난히 따뜻한 겨울날씨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도 얼음을 볼 수 없었다. 관광객들에겐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장소에만 얼음이 두껍게 얼었다는 게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관광객의 질문에 정갑철 화천군수는 농담으로 "전기로 얼렸다"고 말했다.

산천어축제는 물고기 축제다. 주요 프로그램은 얼음낚시다. 전기로 얼음을 얼렸다면 물고기가 모두 감전사 했을 것이라는 게 정 군수의 말이다.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밀려온 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처음

산천어축제. 20여일 축제기간 동안 13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산천어축제. 20여일 축제기간 동안 13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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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축제는 2003년도에 시작했다. 그 전까지 겨울 레포츠는 스키가 유일했다. 중산층 이상의 국민만 특수를 누렸다. 겨울철에 서민층이 즐길만한 축제나 레포츠는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산천어축제가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다.

"6.25전쟁 때 중공군들이 내려온 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화천에 오긴 처음이다."

축제기간 20여 일간 130여만 명의 관광객들이 화천을 찾는다. 그 많은 관광객을 보며 화천에서 한국전쟁을 겪은 노인들은 표현을 그렇게 했다. 산천어축제로 인해 겨울 활동인구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2011년 CNN에서는 겨울철 세계7대 불가사의로 선정했다. 그들의 시각에선 추운날 물고기를 잡겠다고 수만 명이 얼음위에 올라선 풍경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또 지난 9월 17일엔 세계축제협회(IFEA)에서 화천군을 세계축제 도시로 선정했다. 시드니(호주)와 오타와(캐나다), 니스(프랑스), 살바도르(브라질), 로토루와(뉴질랜드), 보스톤(미국)시. 그중에 한국에서도 작은 지자체인 화천군이 끼어 있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2011년 12월, CNN에서는 산천어축제를 7대 불가사의로 선정했다.
 2011년 12월, CNN에서는 산천어축제를 7대 불가사의로 선정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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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라고 하면서 돈 받는 축제

산천어축제 성공 이후 민물고기 낚시를 매개로 한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홍천, 평창, 가평 등 유사축제가 전국적으로 무려 15개나 된다. 대부분 송어를 대상으로 축제를 연다. 이렇다 보니 육상 내수면 업종의 활성화가 이루어졌다. 전국 겨울 축제장에 투입되는 물고기가 수천 톤에 이른다. 산천어축제로 인해 양식업자들이 호황을 누리는 결과를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축제장의 상품권 도입 또한 산천어축제를 효시로 꼽는다. '모든 프로그램은 공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각 프로그램마다 일정액의 입장료를 받는다. 대신 그 금액만큼 상품권으로 되돌려주니 공짜라는 표현이 틀린 건 아니다. 관광객들은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은 속임을 당한 거다. 상품권은 화천에선 현금처럼 유통된다. 그것으로 식사를 하던 농산물을 사던 쓰임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상품권은 3천원권 또는 5천원권으로 구분했다.

"소액으로 제작한 것은 상품권 외에 돈을 더 쓰게 하다는 수작이다."

어느 일간지 신문사 기자가 했던 말이 정답이다. 축제기간 상품권 유통액만 20여억 원에 이른다. 몇 년 전부터 상품권을 두 종류로 구분했다. 농촌사랑 나눔권과 화천사랑 상품권이 그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화천군 면적은 909㎢. 서울의 1.5배다. 그러나 인구는 고작 2만5천 명이다. 서울 한 개의 동 인구보다 적다. 이 중 산이 86%, 물이 6%를 차지한다. 농지는 고작 8% 미만이다. 농업으로 승부한다는 것도 무리다. 또 수도권에서 화천으로 향하는 진입로는 2차선 지방도 내지는 국도가 전부다. 투자자들이 없는 이유다.

"적은 농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비싸게 팔자."

뭔가 차별화가 필요했다. 전국에서 최고로 청정한 지역임을 알리자. 그러면 적은 면적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비싸게 팔 수 있다. 청정을 대표한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그때에 대두된 단어가 '산천어'였다. 그 결과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화천하면 산천어를 연상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화천에는 산천어가 살지 않는다. 축제에 쓰이는 산천어는 모두 양식에 의해 생산된 것이다.

존재하는 것을 자원화 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지역에 없는 것을 상징화 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산천어, 또 어떤 변화를 이루어 낼지...

산천어 맨손잡기.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천어 맨손잡기.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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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산천어축제는 유사축제 증가 및 이로 인한 겨울철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를 가져왔고, 내수면 어업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상품권을 이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도 제시했다. 또 조그만 시골마을이 국제적으로 조명을 받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산천어.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태그:#산천어축제, #화천군, #정갑철, #화천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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