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리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듀티율을 연기하는 마이클 리

▲ 마이클 리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듀티율을 연기하는 마이클 리 ⓒ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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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립'(마이클 리+기립)이라는 별명을 가진 뮤지컬 배우가 있다. 마이클 리다. 소름끼치는 고음의 가창력으로 어필하는 그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뮤지컬 배우다.

알고 보면 그는 '엄친아'다. 남들은 들어가기도 힘든 미국 스탠퍼드 의대에 당당히 진학했지만 뮤지컬 배우라는 인생의 가장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의사가 되는 걸 포기했다. 그 정도로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돌진할 줄 아는 이다.

<벽을 뚫는 남자>로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을 위해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날아든 러브콜을 포기까지 한 마이클 리를 5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나보았다. 

- <벽을 뚫는 남자>의 주인공인 듀티율은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약한 남자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사랑 앞에서는 약한 남자인가?
"듀티율과 비슷하게 사랑 앞에서는 부드러운 남자가 된다.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꾸미지 못한다. 결혼 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날 때에도 쿨한 척하려 했지만 쿨하지 못했다.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었지만 덜 매력적으로 보인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 듀티율에게는 벽을 뚫는 초능력이 있다. 만일 벽을 뚫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제가 없을 때 제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하다. 만일 제게 듀티율과 같은 초능력이 생기면 아빠가 없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몰래 보고 싶다."

- <노트르담 드 파리>도 그렇고 이번에 도전하는 <벽을 뚫는 남자>도 송스루(So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이다. 송스루 뮤지컬의 장점을 이야기해 달라.
"아직은 한국어가 서툴다. 대사를 할 때보다 노래를 할 때 감정을 담아서 표현하기가 쉽다. 노래는 강약이 조절된다. 노래의 강약을 조절하면 대사보다 효율적으로 극중 인물의 감정을 객석에 전달할 수 있다."

스탠퍼드 의대 진학...뮤지컬 배우 선택한 이유는?

 "<벽을 뚫는 남자>에 출연하기 위해 브로드웨이 <레미제라블>의 앙졸라 역을 거절해야 했다. 앞으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을 하는 것이 도전일 것 같다."

"<벽을 뚫는 남자>에 출연하기 위해 브로드웨이 <레미제라블>의 앙졸라 역을 거절해야 했다. 앞으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을 하는 것이 도전일 것 같다." ⓒ 쇼노트


-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다가 어떻게 뮤지컬 배우로 전향했나?
"의대 진학을 위해 공부할 때 느낀 것이지만, 같이 의학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연대감이 부족했다. 배우나 가수, 혹은 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유대감이 강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이 제가 추구하는 인생의 큰 가치관과 맞아떨어졌다. 저는 집단 안에서 커다란 가치관을 향해 나아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데 의학을 공부할 때에는 공부하는 자기 자신밖에는 없었다. 이런 점 때문에 뮤지컬 배우에 보다 많이 끌리게 되었다.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부모님은 당연히 제가 의사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제가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부모님이 실망한 건 당연하다. 의대 진학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공부를 했다. 의대 진학을 위한 열정만큼이나 뮤지컬 배우를 위해 열정을 쏟는 제 모습을 보고서야 부모님이 인정을 하셨다."

- 부모님이 인정하실 만큼의 무대 위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일상에서 느끼는 열정이 있어야 무대 위에서의 열정이 가능하다. 가령 분노를 표현할 때에는 과장되거나 혹은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분노가 아니라, 삶에서 느낀 분노를 무대로 끄집어 올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정말로 좋은 연기를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다."

- 하지만 <벽을 뚫는 남자>는 열정과는 반대로 사랑을 읊조려야 한다.
"듀티율이 소박하고 검소한 사람으로 보일지라도 그의 내면에는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고 본다. 결혼이나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행복을 잘 안다. 그와는 반대로 결혼하기 전과 아이가 없을 때의 감정 또한 누구보다 잘 알기에 듀티율의 감정을 무대에서 보다 잘 표현하고 싶다."

- 뮤지컬 팬들이 마이클 리씨에게 '마기립'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말로 고맙고 감사하다. 마기립이라는 별명을 들을 때마다 감사한다. 별명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서 보답하고자 최대한으로 노력한다."

- 고음을 처리할 때 어떤 점이 그렇게 한국 관객에게 어필하는 걸까?
"왜 어필하는지는 모르겠다.(웃음) 이야기를 돌려서, 한국에서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감정을 잘 살려서 노래할 줄 안다. 이 점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뮤지컬 작품이 있었는가?
"좋은 질문이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라는 공연이다. 여러 면에 있어서 큰 도전을 받았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이혼할 때까지의 5년을 그린 작품이다. 남자는 여자를 처음으로 만나서 이혼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여자는 반대로 이혼으로 시작해서 남자를 처음 만나는 시점으로 거꾸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극중 남녀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지점은 결혼하는 지점이다. 집중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당시 결혼 생활에서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을 시기에 이 작품을 접하고는 완전히 몰입되어 빠진 적이 있다."

- 브로드웨이에서도 러브콜이 들어올 텐데, 한국에서 공연하기 위해 계속 고사하고 있는가.
"<벽을 뚫는 남자>에 출연하기 위해 브로드웨이 <레미제라블>의 앙졸라 역을 거절해야 했다. 앞으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을 하는 것이 도전일 것 같다. 이런 점을 고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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