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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지원을 연기하는 개그맨 강유미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지원을 연기하는 개그맨 강유미 ⓒ CJ E&M


강유미는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할 줄 아는 개그맨이다. 여자라면 숨기고 싶을 성형 사실까지도 용감하게 개그의 소재로 삼고는 대중에게 큰 웃음을 주는 이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때문에 외향적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만난 강유미에게선 의외의 면모를 발견했다. '천상 여자'라고 생각될 정도로 내성적인 성향이 많다는 점이다.

대중의 배꼽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개그맨이 내성적이라는 사실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성적인 면모를 꽁꽁 동여맨 채 대중을 웃길 줄 아는 강유미야말로 진정한 프로가 아닐까.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영애의 친한 동료인 지원을 연기하는 강유미를 지난달 29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 <드립걸즈>를 갓 마쳤다.
"아이디어를 네 명이 너무나도 열심히 내다보니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막상 공연에 들어가 보니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것처럼 정겨웠다. 정이 들을 만하니 금세 끝나 아쉽다."

- <드립걸즈>도 그렇지만 <막돼먹은 영애씨>도 뮤지컬이다. 많은 공연이 있는데, 내리 뮤지컬에만 출연하고 있다.
"뮤지컬을 하려면 춤이나 노래를 잘 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개그맨이지 춤과 노래가 장기가 아니다. 이 점 때문에 살짝 머뭇거렸지만, '지원이라는 캐릭터가 강유미 씨에게 잘 맞는 옷이다'라며 같이 일하고 싶다는 러브콜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개그는 내 머리 안에서 만든 유머로 대중을 웃기면 된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강조하고 싶은 웃음의 포인트를 책임지고 웃기면 된다. 감독님에게 내 의사를 관철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강조하고 뺄 부분은 빼면 된다. 그런데 뮤지컬은 작가의 머리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를 소화해야 하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렵다. 만들어진 틀과 이야기에 내가 하나하나 맞춰야 한다. 안무와 노래 모두 생각한 것보다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지원을 연기하는 개그맨 강유미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지원을 연기하는 개그맨 강유미 ⓒ CJ E&M


- 당신이 연기하는 지원이라는 캐릭터는 주인공 영애 씨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는 절친이다.
"(나와 함께 '지원'을 맡은) (백)주희·(임)진아 언니는 뮤지컬 배우다 보니 춤이나 노래를 잘 소화한다. 주희 언니는 캐릭터를 백치미 있게 살릴 줄 알고, 진아 언니는 개구쟁이 느낌으로 색깔을 살린다.

사실 내 성격을 극중 지원과 비슷하다고 보기 쉽다. 하지만 나는 지원과는 정반대다. 외향적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내성적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와중에 PD님이 '너무 고민하지 말고 평소 무대에서 하듯이 하면 된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내 장기인 코미디를 살릴 수 있는 애드리브를 연구해서 코미디적 재미를 보여드리고 싶다."

- 애드리브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시청자는 단 3분의 개그를 즐기지만 개그맨의 입장에서는 무대에 오르는 콩트를 준비하기 위해 일 주일 내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하는 고통이 있다.
"언니들이 연습하는 걸 유심히 보면 '저런 부분에서 애드리브를 하면 재미있겠구나'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를 놓치지 않는다. 어느 때에는 북한 응원단을 개그 소재로 삼아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고민이 너무 심한 나머지 망망대해에 혼자 떠 있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반응이 좋은 게 아니다. 운이 따라야 한다. 어느 때에는 열심히 한 게 반응이 좋지 않은 반면에, 약간 덜 노력한 개그에서 대박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노력하면 된다는 개그의 정석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어서 정말로 어렵다.

<개그콘서트> 서수민 감독님의 인터뷰를 읽어 보니 '개그 센스도 없고 선배 PD들의 역량에 비해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말에 공감한다. 일회성 웃음보다 대중에게 말을 하고 싶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지원을 연기하는 개그맨 강유미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지원을 연기하는 개그맨 강유미 ⓒ CJ E&M


- 개그를 하려면 보통 사람보다 순발력이 뛰어날 법한데.
"순발력이 뛰어나다고는 말하기가 어렵다. 기복이 있다. 어느 적에는 내가 입만 열면 개그가 봇물처럼 튀어나와서 하루 종일 빵빵 터지는 때가 있다. 이럴 때에는 내가 순발력이 있고 웃기는 개그맨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적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잘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나를 순발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 <드립걸즈>에서 성형드립을 맡아서 자신의 외모를 스스로 디스해야 하는 비애가 있었다.
"자신의 약점을 건드려야 큰 웃음을 제공할 수 있는 직업이 개그맨이다. 처음에는 내 성형 이야기를 건드리기가 싫어서 처음에는 감독님에게 양악수술처럼 민감한 부분은 못 하겠으니 빼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어느 정도 망가져야 대중에게 큰 웃음을 안길 수 있는 것 같다. 얼굴이 바뀌니까 낯설고 어색해하는 분도 계셨다. 나의 바뀐 얼굴을 개그 소재로 삼을 때 대중이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나 역시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설 수 있었다."

- 이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는 어떤가. 어려운 점은 없나.
"중간에 지원이 원준을 불러서 '원준 씨, 어떻게 된 거야? 사귄다며? 뽀뽀한다며?' 라고 몰아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연기할 때 개그할 때보다 어려웠다. 영애와 탕비실에 같이 있으며 영애를 들볶으며 캐묻는 장면을 연습하는 것도 어렵다.

지원은 처음 맡는 역할이고 낯설어서 어렵다. 얼굴이 바뀌기 전에는 예쁜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다. 중고등학생 때 연극할 때도 남자 역할이었다. 지원이라는 배역을 맡았을 때 '이 역이 내게?' 할 정도로 기분이 좋으면서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여자가 여자 역할을 연기할 때 어렵다는 게 약간은 슬프게 느껴진다. 얼굴이 바뀌고 맡는, 지원처럼 멀쩡한 역할이 내게는 낯설게만 느껴진다. 역할 자체가 어려운 게 얼굴이 달라진 다음에 처음 맡는 배역이라 낯선 것일 수도 있겠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지원을 연기하는 개그맨 강유미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지원을 연기하는 개그맨 강유미 ⓒ CJ E&M



강유미 막돼먹은 영애씨 드립걸즈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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