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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용이 부른 <잊혀진 계절>을 비롯해 대중 가요 3000여곡의 노랫말을 쓴 고 박건호 작사가. 시인이기도 했던 고인은 대한민국 작사계에 등불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가수 이용이 부른 <잊혀진 계절>을 비롯해 대중 가요 3000여곡의 노랫말을 쓴 고 박건호 작사가. 시인이기도 했던 고인은 대한민국 작사계에 등불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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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길거리에는 가을 낙엽이 한없이 뒹굴고 있네요. 참 낭만적인 오늘 밤, 가장 바쁜 가수가 있습니다. <잊혀진 계절>을 부른 가수 이용입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 라디오 채널을 돌릴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이 노래 <잊혀진 계절>. 저는 이용의 이 노래를 떠올리면 이 노래를 작사한 고 박건호씨가 생각납니다.

박 작사가는 지난 2007년 12월에 타계했습니다. 통기타를 즐겨 치던 독자라면 작사가 박건호씨의 이름이 낯익을 겁니다. <잊혀진 계절>, <아, 대한민국>을 비롯해 <모닥불>, <단발머리>,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등 60, 70, 80 세대라면 대부분 알 수 있는 가요 3000여 곡의 가사를 만든 불후의 작사가이자 시인이었지요.

지난 2004년 10월초, 이 노래가 잘 어울릴 듯한 시기에 고인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박 작사가는 당시 신장 수술하고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에서 회복 중에 있었지요. 그때 박건호 작사가의 인생에 관련 인터뷰를 하다가 이용의 <잊혀진 계절>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은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고인은 이 가사에 담긴 뒷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 노랫말을 지을 당시 실제로 이별을 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더군요. 그 경험담이 누구의 것인지 그 당시는 몰랐습니다. 설마 박건호 작사가 본인의 이야기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의 이야기였습니다. 비 내리는 9월의 마지막 밤에 한 여자와 헤어지면서 겪은 심정을 가사로 나타낸 것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비까지 내리는 처량한 9월의 마지막 밤에 연인과 그렇게 헤어져야만 했던 그.

이 노래가 유명해지고 10월의 마지막 날에 줄기차게 들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노래가사 중에 나오는 '시월의 마지막 밤' 때문인데요, 원래는 '9월의 마지막 밤'이었다고 당시 고인은 기자에게 밝혔습니다. 9월의 마지막날에 그와 그녀가 헤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음반 발매 시기가 늦춰지면서 가사를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고쳤다고 박 작사가는 회고했습니다.

이 노랫말을 지은 시간적 배경이 9월 말이기에 이 가사의 1, 2절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살펴봐도 가을이나 낙엽 등 사실 가을 분위기를 자아낼 만한 가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9월 말이면 가을이긴 하지만 이 때는 풍요로움을 느끼는 가을의 정서에 가깝다는 거지요. 반면 10월 말일이면 낙엽이 한창 떨어지고 뒹구는 시기로 연인들에게는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고 싱글이나 이별을 맛본 사람들에게는 아픔과 쓸쓸함, 처량함의 감정을 자아냅니다.

당시 인터뷰하면서 들었던 후일담 중에 재미있었던 건 처음엔 이 노래를 가수 조영남에게주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영남씨는 경쾌한 노래 위주로 불렀기 때문에 서정적이고 느리며 슬픈 노래는 콘셉트에 잘 맞지 않아 당시 무명이던 이용에게 줬다고 합니다. 만약 조영남씨가 불렀더라면 당시에 크게 히트를 쳤을까요? 상상을 해봅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 연인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좀 언짢아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 가사말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면, 슬픈 노래 속의 주인공이 되기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견고한 연인 사이를 만들어 나가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생각을 해봅니다.

가을 낙엽이 한없이 뒹구는 아스팔트 위. 도로가에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가로수 터널을 이루고 갈색 너른 낙엽이 자동차 바람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차가 지날 때마다 바스락 바스락 가을의 소리를 내는 요즘. 불후의 작사가 고 박건호 선생을 떠올려봅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어울릴듯한 가을 풍경. 하지만 이 노래 가삿말은 고인의 실제 경험담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어울릴듯한 가을 풍경. 하지만 이 노래 가삿말은 고인의 실제 경험담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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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삿말을 아무리 살펴봐도 시월의 마지막밤의 정서는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원래 '9월의 마지막 밤' 이었기 때문이다.
 노래 가삿말을 아무리 살펴봐도 시월의 마지막밤의 정서는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원래 '9월의 마지막 밤' 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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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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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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