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 <롤랑프티의 밤>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정영재

발라 <롤랑프티의 밤>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정영재 ⓒ 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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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에 결혼을 하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가 있다. 정영재는 같은 국립발레단 단원인 박예은과 평생의 가약을 맺는다.

한편 정영재가 아끼는 후배 김리회도 정영재에 이어 내년 1월에 백년가약을 맺는다. 두 수석무용수가 두 달의 간격을 두고 결혼을 하는 것. 정영재가 들려주는 <롤랑 프티의 밤> 이야기와 곧 있으면 백년가약을 맺게 될 피앙세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는가. 4일 예술의 전당에서 정영재를 만났다. 

- 롤랑 프티는 무용수 입장에서 어떻게 다가오는 안무가인가?
"클래식 발레가 강세를 띄던 시대에 롤랑 프티의 안무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롤랑 프티는 클래식 발레의 포지션을 가지면서도 무용수가 서 있는 모양으로도 느낌이 변하게 만들 줄 아는 안무가다. 음악적인 요소를 안무에 결합하는 센스도 뛰어나다.

무용수에게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음악이다. 클래식 발레의 음악적인 감수성과 비제의 음악이 선사하는 감수성이 다르다. 이번에 롤랑 프티의 제자인 루이지 선생님이 방한했다. 안무 자체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손끝 하나, 음악에 맞춰 무용수가 몸을 빼는 타이밍 하나 하나가 모두 의미가 있다. 사람의 본능적인 면을 가장 잘 표현하는 안무가가 아닌가 싶다."

"<아를르의 여인>, 결혼 앞두고 연기하니 느낌 새롭네"

- 대개의 무용가는 인터뷰를 하면 모션이나 작품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는데 정영재 발레리나는 음악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의 꿈이 피아니스트였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운 적이 있다. 어릴 때 배운 조기교육이 효과가 있었는지 운동도 하나의 리듬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선수는 상대가 어떻게 들어오는지를 파악해야 좋은 운동선수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발레리나도 음악과 잘 맞아야 뛰어난 발레리나가 될 수 있다. 어떤 작품을 하면 안무가보다 어떤 음악인지, 음악을 만든 작곡가가 누구인지가 더 궁금하다. 안무가가 음악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는가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는다.

(<롤랑 프티의 밤>에서) 제가 출연하는 <아를르의 여인>도 결혼을 앞둔 젊은이가 옛 여자를 잊지 못하고 자살하는 이야기다. 전통 클래식은 제가 오버하고 싶어도 절제하며 연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무의 큰 틀은 짜여 있지만 그 안에서의 연기는 제가 느끼는 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안무가가 무용수에게 맡긴다.

롤랑 프티라는 위대한 안무가의 발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무용수로서는 복 받은 일이다. 어떤 작품을 하던 간에 롤랑 프티의 작품을 하는 무용수와 그렇지 않은 무용수는 차이가 크다. 클래식과 모던 발레를 섞어가면서 할 때 똑같은 클래식을 하더라도 다른 느낌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면 감수성도 뛰어나게 된다.

결혼을 앞두고 <아를르의 여인>을 연기하니 느낌이 새롭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가 연기하는 남자 주인공이 자살을 하는데 기분이 좋다.(웃음) 마지막에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며 끝이 난다. 그 전까지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뛰어내리는 곳에 매트가 있다. 매트로 뛰어내리면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다. 관객이 볼 때에는 자살로 마감하니 슬프겠지만 남자 무용수의 입장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끝이 나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롤랑프티의 밤>에서 함께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정영재와 김리회.

<롤랑프티의 밤>에서 함께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정영재와 김리회. ⓒ 국립발레단


- 무용수가 되지 않았다면 음악가가 되었을 가능성도 높지 않나?
"피아노를 오래 연주했다. 피아노를 그만 두고 러시아로 발레 유학을 갔을 때 러시아에서 피아노 수업이 있었다. 발레 연습이 끝나면 러시아에서 6~7시간 동안 피아노만 연주한 적도 있다. 주위에 아는 친구가 없고 할 것도 없어서였다. 모스크바에 있을 당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도 가서 보았다. 주위에 무용하는 친구보다 음악하는 친구가 많다. 클래식은 매번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다른 음악이다. 발레만 해도 들어야 하는 음악이 너무 많다."

- 절도 있는 동작은 음악적 감성에 맞춰서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러시아나 영국에서 수학한 경험 덕일까?
"지금 발레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절도 있는 동작을 좋아한다. 힘들어도 그 방향으로 훈련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절도 있는 동작이 나온다. 음악적인 부분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선생님과 꾸준히 연기한 결과다. 그 결과로 공연을 하면 저도 모르게 절로 영감이 나온다.

연습실에서 100번 연습을 잘 해도 무대 위에서 한 번 실수하는 게 더 큰 재산이 되어서 연습을 더하게 된다. 롤랑 프티의 안무는 절도 있는 동작이라기보다는 물 흐르듯이 안무해야 한다. 연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린다고 본다. 외국 무용수의 동작을 보아온 것도 있기에 저도 모르게 체득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정영재의 피앙세가 될 무용수 박예은

정영재의 피앙세가 될 무용수 박예은 ⓒ 국립발레단


- 피앙세인 무용수 박예은을 어떤 인연으로 만났나?
"정기공연을 마친 다음에 회식 자리가 있었다. 제가 있던 자리에 파리 수석무용수를 앉히고 다른 빈자리로 옮겼는데 옆자리에 (박)예은이가 있었다. 새로 들어온 단원들이 앉는 자리였다. 이야기하다 보니 한예종 후배였다. 그 자리에서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상하게도 며칠 동안 계속 예은이 생각만 났다.

연락하고 만나면서 2년 반이 흘렀다. 그러다가 문득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빨리 안정을 찾는 것이 부모님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효도라고 생각했다. 저 역시 마냥 춤을 계속 출 수는 없다. (나이 들면 현역에서 은퇴해야 하니) 무용수일 때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예은이라면 제가 앞으로 하는 일에 있어서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교제한 지 3년도 채 안되지만 오래 연애한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함께 있으면 편하고, 친구 같고, 착하다."

- 학교 선배 입장에서, 같은 무용 파트너의 입장에서 곧 결혼하는 김리회씨는 어떤 후배인가?
"춤을 같이 추는 파트너 중에 가장 오래된 동생이다. 인터뷰를 읽어보니 저를 '언니'라고 표현했다. 제가 (김리회를) 볼 땐 남동생?(웃음) (김)리회는 가족 중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무대는 외로운 곳이다. 누군가를 의지할 수 있다는 게 무용수에게는 큰 도움이다. 서로의 장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상의 파트너가 김리회다."

정영재 김리회 박예은 롤랑프티의 밤 아를르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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