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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시내에서 10여 분 달렸을까. 초록의 싱그러움을 머금은 논두렁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낯익은 작은 학교다. 이곳엔 그 흔한 문구점도, 오락실도, PC방도, 학원도 없다. 대신 이름 모를 꽃이며 나무, 작은 곤충이 있고, 저녁노을이 있다.

시골에 산다고 시골에 대해 다 알거란 생각은 오산. 논두렁 밭두렁에 사는 식물과 곤충이 신기한 아이들은 자전거 타는 시간을 제일 좋아합니다
▲ 전교생 자전거 타기 시골에 산다고 시골에 대해 다 알거란 생각은 오산. 논두렁 밭두렁에 사는 식물과 곤충이 신기한 아이들은 자전거 타는 시간을 제일 좋아합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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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에 '악'자도 모르는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켜다니요! 꼭 음악가가 꿈이 아니더라도 어렸을 때 악기를 다룬 아이들은 어른이 돼 큰 자신이 될 것입니다.
▲ 전교생 바이올린 교실 악기에 '악'자도 모르는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켜다니요! 꼭 음악가가 꿈이 아니더라도 어렸을 때 악기를 다룬 아이들은 어른이 돼 큰 자신이 될 것입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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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아이들 생존기술습득을 위해 수영강습시간을 마련했다는 오봉초. 이것 또한 아이들이 커서 든든한 자산이 되겠죠.
▲ 전교생 수영교실 지극히 아이들 생존기술습득을 위해 수영강습시간을 마련했다는 오봉초. 이것 또한 아이들이 커서 든든한 자산이 되겠죠.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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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회현면 월하산 자락. 그곳에 전교생 8명의 꿈과 희망이 싹트는 오봉초등학교(교장 박형오)가 있다. 1학년 2명, 3학년 2명, 4학년 2명, 6학년 2명으로 총 8명의 초미니 학교인 이곳은 과도한 경쟁사회와 획일화된 평가제도 안에서 지친 내 아이에게 힐링교육을 선사해주기 충분하다. 지금 이곳에선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규모 학교에선 상상할 수 없는 각종 교육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다. 박형오 교장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학교 학생들이 유독 행복한 이유를 알아봤다.

사랑을 받은 아이들이 사랑을 나눌 줄 안다는 박형오 교장. 그는 오봉초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
▲ 오봉초등학교 박형오 교장 사랑을 받은 아이들이 사랑을 나눌 줄 안다는 박형오 교장. 그는 오봉초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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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이 학교에 부임 받고 처음 가진 생각은 '우리 아이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33년 교직생활은 했지만 이처럼 학교 나오는 걸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더군요. 이곳에 오고 나서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한다는 게 제 목표가 된 것 같아요."

우선 다양한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박 교장은 생태체험과 예체능활동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가장 먼저 만경강 어귀에 사는 아이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수영 배우기에 도전했다. 그래서 매주 두 차례씩 대야면에 위치한 군산국민체육센터를 찾고 있다. 아이들은 수영 가는 날은 호들갑 떨며 좋아할 정도. 수영 배우기 4개월 만에 전교생 8명이 자유형, 평영을 익혀 수영기술 습득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 3월 전라북도교육청으로부터 200만 원을 지원받아 자전거생태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생태탐방을 나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전거를 제공받은 아이들은 교사 4명과 함께 안전교육은 물론 만경강 생태탐방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시골에 살아도 몰랐던 이름 모를 풀과 꽃, 곤충들을 알아갔다. 이번 가을에는 은파유원지, 금강하굿둑 생태탐방을 계획하고 있다.

다음으로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아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바이올린, 플롯, 오카리나 등 방과 후 활동을 갖고 있는 오봉초교는 매주 전교생이 바이올린을 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를 발판 삼아 지난 달 23일에는 '한여름 밤! 작은 학교 힐링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학교가 세워진 이래 음악회를 처음 열었다는 오봉초교는 동네주민들까지 대거 초대해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학교 행사가 동네 잔치가 됐습니다.
▲ 작은학교 힐링음악회 학교 행사가 동네 잔치가 됐습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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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처음 서 본 큰 무대. 얼마나 떨리고 감격스러울까요
▲ 작은학교 힐링음악회2 학생들이 처음 서 본 큰 무대. 얼마나 떨리고 감격스러울까요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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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8명의 학생과 선생님들. 그리고 작은 학교 살리기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김승환 전북교육감. 그는 행사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 작은학교 힐링음악회3 전교생 8명의 학생과 선생님들. 그리고 작은 학교 살리기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김승환 전북교육감. 그는 행사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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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언급되지 않는 학교, 오봉초교는 교사 4명의 개별 맞춤형 지도로 학습면에서도 대규모 과밀학급에선 기대하기 힘든 교과과정이 진행된다. 아침 8시 30분이면 컴퓨터실에 앉아 인터넷으로 원어민 영어강사와 접속, 화상영어를 배우고 각 과목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기초 교과과정부터 다시 습득한다.

작년에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서 오봉초교로 전학 온 김병무(4학년) 학생의 어머니 서경희씨는 아이의 전인적인 교육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한 반에 32명, 9개 학급이 있던 곳에서 전교생 8명인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됐어요. 과밀학급 학생들은 32명 중 25명이 비슷비슷하게 공부를 잘해요. 그중에서도 잘하겠다고 애쓰는 아이가 안쓰럽더라고요. 또 의무적으로 독서기록지를 쓰고, 일주일에 3번 이상 학습처럼 일기를 써야 하는 아이가 불쌍했어요. 제가 공부했을 때만 해도 학교는 '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가야 하는 곳'이 되어버린 현실이 슬펐습니다.

그래서 저의 모교이자, 시골인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지금의 만족도요?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학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교 후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쫑알쫑알 말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요즘 행복을 느낀답니다."

이처럼 학부모 서경희씨는 과밀학급에 지친 아이가 작은 학교에서 힐링(치유)을 받고 있다며 매우 흡족한 말을 전했다. 앞으로 오봉초교는 작은 학교가 행복한 이유를 계속해서 발견해 나갈 것이다. 작은 학교의 행복한 반란(?)은 이제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해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봉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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